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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살인의 추억

  • 글 ·
  • 작성일2020. 11. 18


<살인의 추억>을 낯설어 하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80년대 중반서부터 90년대 초반까지 10명의 여자가 살해당하고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영화적으로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재였다. 문제는 그 사건을 모르는 한국인들은 거의 없다는 점과 결말을 낼 수 없는 범죄영화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사건만을 따라가는 구성은 다소 밋밋할 수밖에 없을 테고 범인이 잡히지 않는 끝매듭은 범죄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치명적으로 위반하는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모든 영화가 그렇긴 하지만) 이 사건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방식과 그것을 포착하는 시선은 꽤나 중요해진다. <살인의 추억>이 지나간 엽기적인 사건을 다루는 것에서 한발 크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봉준호 감독이 이 부분을 명확히 설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적 성취를 위해 미학적 실험에 경도되거나 내러티브 영화의 서사적 전개를 간과하지 않고 대중적 소구를 위해 장르적 변용을 통한 사건의 훼손도 피하면서 봉준호 감독은 그 사건과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을 견지했다. 결과적으로 <살인의 추억>은 매끈하게 빠진 대중영화의 외관과 그 사건과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을 가진 영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범인도 없고 희생자도 없는 연쇄살인극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걸까? 살인의 추억이라니, 살인도 추억할만한 것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봉준호 감독이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무엇을’ 다룰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 속에 있다. 우선 <살인의 추억>이 특이한 범죄영화인 것은 범인이 있지만 알아내지 못했고 희생자는 열 명이나 되지만 그들은 말없는 정물처럼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살해당하지 않은 유일한 피해자 여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의아하게도 영화는 그녀를 두드러진 조명으로 비추지 않고 어둠 속에 묻어 버린다. 왜 그랬을까? 봉준호 감독의 초점은 다른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형사'들이 그 하나라면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였다. 형사들의 실패는 곧 시대의 실패가 되고 결국 실패한 시대가 실패하는 형사들을 낳은 셈이다. 이런 등식은 특정 시대를 남성들의 실패에 대한 변명처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을 만 하지만 그 자체로는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는 이 영화의 카피는 주제의 한 부분을 요약해준다. 잡을 능력은 없었지만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형사들의 욕망과 열패감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동안 관객들은 그 폭력적이고 무능력한 형사들을 비난하기를 그치고 그들을 동정하고 공감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시대를 재인식하면서 한탄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그 시대를 추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공포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슬프면서 한심했던 그 시절 우리의 초상으로 다가온다. 아, 또 있다. 여성 관객의 경우, 자신의 모습은 꿈에서조차 경험할까 두려운 심하게 훼손당한 육체로 다가오기도 한다. 문구용 칼과 숟가락, 볼펜, 복숭아 등으로 훼손되고 벌레와 끈끈한 액체로 뒤덮인 낯선 육체. 그것이 인간임을 알리는 징표는 공허하게 박혀있는 형형한 눈동자뿐이다. 말없는 그 육체들은 대위법적인 공간 속에 던져진 채 완벽하게 소외된 타자로 남는 것이다. 비록 영화 속에 그녀들은 타자로 밀려났지만 괄호쳐진 그녀들은 일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자아로 재현되었다.
 


 

반면 남성들은 이 영화의 주체로 서있다. 극의 주체로 세워진 남성들은 첫 번째 시퀀스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그들의 실패가 예정된 것이었음을 이보다 더 선명한 재현으로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개판에 가까운 현장 풍경은 롱테이크 속에 리얼하게 제시되는데 봉준호 감독의 데꾸빠주(어떤 장면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 감독이 머리 속에서 전체를 구조화시키는 방법)는 야심에 찬, 경탄할만한 것이었다. 물론 그조차 인물과 상황을 따라가는 유연하고 적절한 카메라 움직임과 그 커다란 공간과 긴 시간들을 유의미하게 채워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동네 꼬마들은 피살자의 옷가지를 던지면서 놀고 있는 가운데 기다리는 감식반은 오지 않고 나뭇가지로 동그라미 쳐놓은, 어설프게 표시된 유일한 증거물은 경운기 바퀴에 간단히 밀려버리고 늦장 출동한 반장과 감식반원들은 하나같이 논두렁에서 엎어진다. "논두렁에 꿀을 발라놨나?" 그 소란의 중심에 빨간 옷의 피살자가 기괴한 자세로 쓰러져있다. 여성은 말없는 타자로 남아있고 현장의 남자들은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이 눈치채는데는 오랜 시간이 들지 않는다. ‘그들은 범인을 결코 잡을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이 미끄러지는 기이한 예감. 반장이 미끄러진 논두렁에 감식반도 미끄러지고 이제 막 화성에 도착한 서태윤은 박두만의 이단발차기에 논두렁으로 굴러 떨어지고 용의자 백광호가 다락방에서 굴러 떨어질 때, 관객들은 악몽의 80년대 그 진창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미끄러지는 느낌은 물리적으로 미끄러지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긴장감 속에 진지해야 마땅할 대사도 코믹하게 미끄러지고 코믹한 느낌을 주는 일단의 용의자들의 인상착의도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미끄러지고 절박하고 진실한 형사들의 수사 행태도 과학적 수사와 미신 사이에서 미끄러진다. 그 미끄러짐은 그 전대미문의 사건이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살인의 추억>이 뿜기는 매혹적이고 설득력 있는 아우라를 이룬다.
 



그 중 박현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다른’ 느낌을 주는 남성이다. 부드러운 손, 하얀 피부, 단정하고 말끔한 옷차림. 방송국에 엽서를 정기적으로 보내고 감상적인 음악에 심취하며 이 영화에서 책을 읽는 유일한 캐릭터인 그는 그 ‘다름’ 때문에 진범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다름이 '남성이 아닌 어떤 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남성이 아닌 어떤 것? 물론 그건 여성성이다. 피살당한 여성들과 박현규는 가장 멀리 떨어진 대척점에 놓여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행동하고 욕망하고 발언하는 남성 주체들과 대척점에 놓여지면서 그는 여성피해자들과 같은 선상에 놓이는 것이다.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상상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현규에게서 말을 빼앗고(그는 수동적인 대답을 할뿐 자신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적이 없다) 그의 삶을 영화 속에 끌어들이기를 포기(백광호의 경우와 비교해 보라)함으로써 그에게는 감옥 밖의 수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살인자를 처벌하지 못해서 한스러울, 피살당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결국은 공권력의 희생자가 아닌가. 마지막 시퀀스, 여전히 수갑이 채워진 채 어두운 터널 속으로 사라져 가는 박현규의 이미지에서, 아니 박현규가 사라진 터널의 이미지에서 최초의 피살자가 발견된 배수구와 복숭아 아홉 조각이 나온 피해자의 질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인가? 박현규와 피살된 여성들은 모두 그 지독한 어둠의 터널 혹은 배수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살인의 추억>은 그 터널 혹은 배수구를 들여다보는 남성들의 후일담을 들려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궁금증은 계속 된다. 박현규는 터널을 통과해 어디로 사라졌는가? 왜 그녀들은 말이 없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에 동의한다. 시대를 앞세우기 위해서 봉준호 감독이 취한 설정들은 우리가 통과한, 그러나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폭압성을 재환기시키면서 설득력있게 다가왔고 자신의 무능을 고백(반성까지는 아니라 할 지라도)하는 남성들을 만나는 것도 꽤나 신선했고 그것을 전달하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도 준수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그럼에도, <살인의 추억>이 가진 결정적인 결점은 아닐지라도 범인의 부재가 다소 용인되는 것임에 반해 희생자의 부재에는 여전히 물먹다 사래든 것처럼 심하게 반응하게 한다. 그렇지만 <살인의 추억>은 살인을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라 80년대라는 그 저열하고 폭압적인 시대를 슬프게 추억하는 영화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조차 결정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80년대는 고작 살인의 추억 따위나 안겨주는 시대였던 것이다.
 

FILMBUSAN_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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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차라리 시가 되자 박배일의 <사상>(2021)은 통 매끄럽지가 않다. 무시로 흔들리는 카메라,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필터 씌운 합성 이미지 등으로 여기저기가 생채기다. 온통 찢긴 흔적들로 처연한 모습이다. 간간이 들리는 괴기스런 음향도 상처 입은 자리에서 나는 신음 소리 같다. 마치 거론되는 현실 곧 자본과 공권력으로 파괴된 ‘사상(구)’ 공동체 마냥 모든 것이 중심 없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폐허의 형상, 다만 분산되고 흩어진 이미지 조각들만 서로를 간신히 붙들고 있다.
암수살인 장르의 관습에 고민한 자리 오늘의 주류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태도, 대상을 다루는 데 대한 고민의 흔적, 장르에 기대하는 관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는 영화의 시도들이 유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시네로망> 영화와 소설의 기형적 진화, 필름리뷰-독자기고 이미지와 언어를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해체, 융합하는 접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문학이 영화를 통해 넓혀나 갈 수 있는 지표이며, 영화가 문학을 통해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다
뉴스, 웹툰. 2016년 10월 1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0 아이 엠 어 히어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0 아이 엠 어 히어로_웹툰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8일 이 시대의 ‘존’들을 위하여, <프랭크> 이 영화는 프랭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존의 쓰디쓴 성 장서사이기도 하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간절히 부르는 그 이름들] 아직 추운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로 우리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이젠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이름들이 몹시 아픈 날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마음을 놓고야 마는 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또래여서만은 아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친일의 제도, 제도의 친일 [집 없는 천사] 자본의 영세함과 기술 부족, 그리고 검열이라는 제도의 문제와 오래도록 싸우던 조선의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영화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기쁨 권하는 사회 [인사이드 아웃] ‘기쁨’과 ‘슬픔’이 함께 포옹하는 장면, 우리 안의 페르소나와 쉐도우가 대면하는 장면일 것이다.
2008 Autumn (통권 27호), 리뷰. 2008년 9월 25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제목부터가 두 주인공의 만만치 않은 대결구도를 가늠케 한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용서는 어떻게 오는가 - 래빗 홀 사라지지는 않지만 ‘주머니 속의 돌처럼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된다’는 상태로 들어가는 시작점일 것이다. 치유는 그렇게 용서에서 온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이파네마 소년 바다, 부유하는 기억의 공간 관습적인 멜로드라마 장르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진지한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필름 소셜리즘 세계의 비참에 대한 영화의 사유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6일 일상의 힘, 순환적 리듬이 빚어내는 변화 <내일을 위한 시간> 영화는 비록 단 한 번의 주말이 지만 그녀의 삶을 짐작케 하고, 고작 단 한 번의 주말이기에 그녀의 삶을 보이지 않게 한다.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은교 그들에게 은교는 무엇이었나?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0월 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악귀(惡鬼)들의 전성시대 <아수라>] <아수라>의 군상들은 너무도 추악하고 비루하여 차마 외면하고픈 우리네 사회상의 음울한 민낯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6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재능 있는 리플리메리카노] 영화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를 들으며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5일 Film Review 살아가게 하는 <그래비티> 곁에 없을 때야 무엇이 나의 하루를 그토록 별일 없이 평범하게 보낼 수 있게 했는지, 무엇이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크로싱 131일간의 간절한 약속, 8천km의 잔인한 엇갈림
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랑을 담은 [마지막 선물] 가족의 소중함을 아무리 강조를 하여도 부족함이 없건만, 알고 있어도 잘 실천되지 않은 것이 현대 우리들의 모습이다. 잃고난 후 후회하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자각하게 된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7월 7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우리가 모르는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아마도 셜록 홈즈 만큼이나 대중들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받은 가공의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도둑들]을 중심으로 공간과 사람,차이와 무관심 영화〈도둑들〉이 홈친 것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괴물 헐리우드 영화의 세계주의적(코스모폴리탄)인 시선이 바로〈괴물〉에도 있었던 것이라 자부한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심장이 뛰네 포르노적 환상을 통한 성적 주체화와 자유의 여정
뉴스, 웹툰. 2017년 1월 17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6 매그니피센트 7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6 매그니피센트 7 _웹툰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잊혀진 꿈의 동굴, 문성훈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소멸되지 않은 꿈의 역사 베르너 헤어조크 作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요즘 한반도는 ‘샤이(Shy)’가 좋습니다 <공조> 한 편의 영화에서 분단 문제를 해결할 만한 관점을 기대한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북이 함께하는 영화들에서 잠자던 공동의 불안과 희망이 깨어나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 거기에는 해결과는 멀지만 늘 ‘해소’의 모티브가 있고, 모두 한반도 땅의 평화를 점쳐보는 통일된 순간을 맞는다. 이는 매번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공통된 의도이자, 질적 평가를 떠나 그들의 생존 가치가 되는 현실적인 덕목이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무국적 역사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작 <도쿄 소나타Tokyo Sonata>(2008)를 언급하며 “도쿄에서만 촬영했지만 누가 봐도 도쿄를 알 수 있는 장소는 피하려 했다. 가능하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에서 찍고 싶다”고 했다. 릿쿄대학 스승 하스미 시게히코, 하스미의 또 다른 제자이자 대학 동문인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의 대담집인 <영화장화>(2018)에서 영화의 무국적성을 이구동성으로 찬미하며 그가 던진 말이다. 여기서 무국적성은 장소, 심지어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랬던 그가 첫 역사물이라서 그런 걸까.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2020)의 도입부 ‘1940년 고베 명주실 검사소’란 자막은 그의 새로운 시도와 전환의 아이콘으로 봐야 할까. 하스미를 정점으로 하는 무국적 영화의 미학은 이제 포기된 것인가.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사랑, 경계를 넘어설 용기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우리는 그 고민의 흔적을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어느 특별한 휴가 투쟁의 서사는 처절하다. 농성이 길어지면 희망도 사라지고, 노동자들의 하나된 목소리는 갈라지고, 각자의 신념은 생활 앞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름 모를 노동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축 늘어진 어깨가 유독 눈에 들어오게 될 때, 이란희 감독의 <휴가>(2021)가 시작한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곳이 없는 노동자들, 아직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는 해고노동자들이 한데 섞여 밥을 먹는다. 투쟁의 날들이 길어질수록 노동자의 삶이 파괴되어가는 건 아닐까 고민할 때쯤 한 해고노동자가 ‘휴가’를 가기로 결정한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영화 [두 개의 문] 2 Doors, 2011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리턴 인스턴트식의 영화 대량생산은 처음엔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언젠가 관객들은 다시 공들여 만든 ‘잘 만든 영화’를 찾아 다시 흩어 질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페이드아웃 [베티블루] 베티는 영원히 눈부신 스무 살이다.
뉴스, 웹툰. 2017년 1월 3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7 동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7 동주_웹툰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영화홀릭의 영화이야기 - 피안(被岸) : 끝없는 춤 속에 머무르는 꿈, 분홍신(The Red Shoes) 1948 피안(被岸) : 끝없는 춤속에 머무르는 꿈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마돈나의 역설: 성장의 다른 물음에 대하여 [천하장사 마돈나] 동구의 이 뒤집기는 단순한 씨름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과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살의 카운터 펀치이다.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알포인트 R-Point , 2004 공수창 감독, 감우성  <알 포인트>의 그 서늘한 마지막 씬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4월 22일 저널리즘의 모범답안 <스포트라이트> ‘우라까이’라는 말을 아는가. 한국 언론계의 은어로 타 매 체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와 문체나 표현만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잔혹한 비밀 [히로시마·평양] 역사적 문제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과 원전의 위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2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모두가 왕의 사람들 <더 킹>]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깃을 잡고, 첩보를 기획하고, 적당한 기회에 터뜨리는 일’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자 출세를 보장하는 지름길이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죽음을 시청하는 자 누구인가 [더 테러 라이브]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마지막 호소의 목격자인 관객은 그 응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거기에 전이의 여부가 달려있다.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비운의 여배우 김삼화 김삼화, 그녀가 지금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는지 죽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참으로 좋은 배우 였으나 불행한 배우였다고 기억한다. 
필름리뷰 여전히 어딘가에 잠들어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한 남자가 낙동강 생태공원의 강변으로 걸어 들어온다. 울긋불긋 핀 단풍과 우거진 갈대, 그리고 남자의 가벼운 외투 차림으로 보아 가을의 한 중간 같다. 그는 들고 있는 수첩 속 빼곡한 메모와 공원의 여기저기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지만 별다른 수확도 없고 찾는 대상은 오리무중인 듯, 아득함과 막막함이 배인 눈빛으로, 하지만 무기력보다는 간절함과 사명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어디 있노, 니….”라고 나직이 말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환상적이야! <미드나잇 인 파리> 첫 장면부터 길에 대한 감독의 눈에 띄는 편애, 애정은 아마도 환상을 품고 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2002 Summer (통권 2호), 리뷰, 2002년 7월 26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로마> - 왜 개똥의 연대는 말하지 않을까? ‘그 하녀’를 위해 ‘그때’의 얼룩과 이별하는 중이다. “리보를 위하여.”는 그런 맥락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7월 6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이 미친 사랑의 뽕짝] 영화 <박쥐 Thirst>를 들으며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장 뤽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 우리는 유럽이 이루어놓은 문명 에 대한 고다르의 어떤 냉소적 태도(종말론적 사유)를 어슴푸레 가늠 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