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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후회하지 않아

  • 글 ·
  • 작성일2020. 11. 26


'퀴어영화’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는 이미 낯설다. 본디 ‘퀴어(Queer)’는 ‘기묘하고 수상한, 의심쩍은’이라는 의미의 단어이지만,속어로 동성애를 뜻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그 단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동성애를 다룬 영하를 퀴어영화라고 부르고 있다. 이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 인지 동성애를 뭔가 이상하고,수상하고,기분이 나쁜 그 무엇으로 여기게 되고,퀴어영화라고 불려지는 그 순간 영화 역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사랑이 아니라 뭔가 어긋나고,잘못된 것들의 표현이리 라는 선입견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다양한 성 역할과 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21세기 오늘에도 여전히 동성애는 지극히 일반인으로 살고 있다고,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 정상(!)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우리 모두에게 낯선 주제이다. 영화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것은 나 아닌 남의 이야기,바로 나와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써 이해하고 받아들여 진다.
 

작년 11월에 개봉한 영화〈후회하지 않아〉의 힘은 이런 사고의 역전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마치 우리가 우리의 삶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수민과 재민이 자신의 삶과 사랑을 인정해 가는 과정의 갈등을 그렸다. 영화 속 그들의 고민과 갈등이 현실에 살고 있는, 이성애자이기에 정상이라고 말하는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이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각자의 주어진 환경과 조건, 그 안에서의 욕망과 꿈은 모두 보다 성숙하고자 하는 인간이기에 힘든 것으로 표현된다.
 

이 영화에는 의례 동성애 영화에 등장하는 예쁘장하고 성 정체성이 모호한 남성은 없다. 무명의 이준기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낸〈왕의 남자〉를 보자.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공길은 장생에게도, 왕에게도 끌림을 주는 대상으로 위치한다. 공길은 여성스러운 몸짓과 손짓,녹수의 입에서 표현되는 여자보다 더 보드라운 살결로 남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왕의 남자〉를 동성애 영화라고 단정지어 볼 수는 없지만, 그 영화에는 공길 스스로의 사랑에 대한 고민이 없다.
 

반면에〈후회하지 않아〉의 재민과 수민은 자신의 생김이 예쁘다거나 하는 이유로 타인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수민은 고아원 출신으로 어떻게든 서울에서 자리잡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다 사회현실 의 한계에 부딪혀 일자리를 잃고, 결국 보다 나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잠시 게이 호스트바에서 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게 된 사람이 남성인 것이다. 재민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기업의 부사장이 되었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 원하지 않은 일을 하고,원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도 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욕망대로,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수민에게 끌리는 감정 대로 다가간다. 수민과 재민은 모두 각자가 가진 삶의 무게와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보고자 이런저런 선택을 한다. 그러면서 진전되어 가는 그 둘의 감정은,남자 대 남자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보여질 만큼 담담하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순간 나는 동성애라는 낯선 소제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뿐만아니 라〈후회하지 않아〉의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7~80년대 호스티스 물의 통속적 멜로드라마와 같은 전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호스티스 여자와 부유하지만 삶이 무거운 남자의 이뤄질 수 없는 줄 알면서 전개되는 사랑이야기.〈후회하지 않아〉의 수민과 재민은 그때의 그 드라마와 너무도 닮았다. 그들의 사랑에 찾아오는 갈등도 부잣집 재민의 환경과 약혼녀 때문이다. 이에 수민은 재민에게 “당신은 부자여서 도망갈 곳이 많겠지만,난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하더니 급기야 "내가 더 잘 할께..”라며 재민의 사랑을 붙잡고자 한다. 예전의 통속적 드라마의 전개를 차용함으로써 영화는 그 둘의 사랑이 남자간의 사랑에 치우치지 않고 계급과 욕망의 이해관계로 읽힐 수 있는 틈을 열어놓는다.
 

다만 영화의 초반에 수민을 비추던 과다 노출된 밝은 빛은 점점 사라져,게이호스트바에 들 어가고 서울생활에 찌들어 갈수록 어두워지고 탁해지는 조명과 거친 입자의 사용은 조금 과하다는 느낌도 준다. 몇일 전 이 영화가 제57회 베를린영화제에 공식 초청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국적 미학으로 승부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영화들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사랑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경우이다. <오아시스〉가 그랬듯이,〈후회하지 않아)도 다름이 아니라 공감으로의 사랑이야기, 삶의 이야기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기를 희망한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김태욱 ejsky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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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그곳에 상처를, 남기다 <꽃섬> 슬픔에 공명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타인의 시선이 슬픔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장 피에르 레오의 눈이 바라본 것, 스와 노부히로의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불멸성에 대한 불안이건 생성되고 활동하 는 영화, 죽음을 되받아치는 눈동자건 중 요하지 않다. 나는 레오의 마지막 눈빛을 보았다.
2002 Autumn (통권 3호), 리뷰. 2002년 9월 26일 내가 앵글에 담는 부산의 공간 부산의 공간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을 들으며 느끼는 아쉬움으로 내가 아직 부산을 아낀다는 걸 느끼듯이???
뉴스, BFC 뉴스. 2016년 9월 1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연상호의 열차가 전복시킨 구원의 모티브<부산행><서울역>] 영화 <부산행>과 <서울역>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어른들이 싸우고 싶었던 아이 싸움 <대학살의 신> 주제를 압축시켜 버린 단 하나의 소품, 이런게 거장의 힘인가보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타자의 시선에 갇힌 사람들 <녹터널 애니멀스> 19년 전 헤어진 전남편에게서 소설 한 권이 도착한다. ‘녹터널 애니멀스’, 불면증에 시달리던 수잔의 별명을 제목으로 붙인 에드워드는 이 소설을 그녀에게 바쳤다. 톰 포드 감독의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2017)는 소설을 받아든 수잔의 감정적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3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누구의 것도 아닌 ‘블루’ <문라이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뉴스, 웹툰. 2016년 10월 20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1 맨 인 더 다크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1 맨 인 더 다크_ 웹툰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3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어떤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춰야 하는 것처럼] 영화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을 들으며
2002 Spring (통권 1호), 리뷰. 2002년 4월 26일 일본 니이가타현에서 바라본 <리베라 메> <리베라 메>의 상영과 세미나가 끝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감탄사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보았을 때 이제 한국영화의 자리가 조금 더 넓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델마>, 서서히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북유럽의 서늘한 기운을 담은 <델마>는 차갑고도 뜨거운 영화다. 서서히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불타오른다.
2003 Spring (통권 5호), 리뷰. 2003년 4월23일 밀애 관능과 상혼이 빚어낸 찬란한 여성성, 밀애
2008 Winter (통권 28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2월 25일 [미쓰 홍당무]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붉은 얼굴로 비호감 연기를 한 공효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1등에 가리워진 사랑받고 싶은 2등에 대해서도 작게나마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7월 21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이경미 월드의 묘미 <비밀은 없다>] 딸을 찾는 연홍의 절박함은 곧 본능적인 모성적 심리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녀의 행동은 어느 지점에서부터 단순한 모성애로 치부될 수 없는 괴상한 감정을 싣는다.
2003 Spring (통권 5호), 리뷰, 브리짓존스의 영화읽기. 2015년 4월 23일 이웃집 토토로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때면 토토로가 살고 있는 숲속으로 한번 빠져보심이...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도레미파솔라시도 “너 아니면 안돼” 사랑해서 … 미안해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내 안의 엘사들 [겨울왕국] 행복의 얼굴은 다양하다. 그래서 <겨울왕국>은 마법에 걸린 이들에게도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배려의 열쇠만 있으면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연대와 자매애로 다가서는 영화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우리시대 누구나 반달이 될 수 있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감정을 끄고 켤 수는 없으니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2021)의 주인공 진아(공승연 분)가 처음으로 농담을 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집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될 남자 성훈(서현우 분)이 진아에게 묻는다. 이 집은 왜 이리 싸냐고.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이면 연기가 다르다고 말하는 귀신이 나온 집이라고 그녀는 답한다. 엉뚱한 농담과 쓸쓸한 진실, 사려 깊은 거짓말이 뒤섞인 저 말이야말로 어쩌면 진아의 본모습이 아닐까.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모노폴리 조만간 기발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출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 그 일관된 방식에 결국 관객은 설득되고 그들이 가진 은밀한 매력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클로즈업,신성과 접촉하는 영화의 방법[잔 다르크의 수난] 클로즈업, 신성과 접촉하는 영화의 방법 <잔다르크의 수난>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은교 그들에게 은교는 무엇이었나?
뉴스, 웹툰. 2016년 9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시네로망> 영화와 소설의 기형적 진화, 필름리뷰-독자기고 이미지와 언어를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해체, 융합하는 접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문학이 영화를 통해 넓혀나 갈 수 있는 지표이며, 영화가 문학을 통해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다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괴물 헐리우드 영화의 세계주의적(코스모폴리탄)인 시선이 바로〈괴물〉에도 있었던 것이라 자부한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ART WORK, 그러니까 ‘예술을 한다’는 것에 관해, 두 예술가의 협업은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프린트하여 그들이 머무르는 장소의 벽만큼 커다랗게, ‘경의’를 담아 붙이는 ART WORK이다. 
뉴스, BFC 뉴스. 2016년 11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비명조차 집어삼킨 악몽의 밤 <맨 인 더 다크>] 어둠의 심연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공포는 곧 베일에 싸인 맹인의 정체에 관한 호기심과 결부되어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고픈 도둑들의 심장을 옥죈다.
2008 Autumn (통권 2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9월 26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빼앗긴 조국에 대한 한으로 황야를 무정부 상태인냥 누비고 다니는 세 남자의 보물찾기 과정에는 분명 조국을 잃은 슬픔과 자괴감이 깔려 있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사상 최악의 협상극 세븐데이즈 영화 <세븐 데이즈>를 필두로 한국 스릴러 영화가 많이 제작되어 한국영화장르의 주류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이 스릴러 매니아의 한 명으로써 손꼽아 기다려진다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이 아이는 죽어야 했다 김백준의 [작별들] 이 아이의 성장이 이토록 가혹한 것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아마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소녀의 삶은 계속된다.
2004 Winter (통권 1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12월 7일 여선생 VS 여제자 초등학교 시설 친구들에게 전화기를 돌려보게끔 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