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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떠나는 이유, 여행의 시작 디센던트

  • 글 ·
  • 작성일2020. 12. 10




“빠르면 한 달,길면 세달.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
11월 밤,엠블런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쏴아- 밀려오는 젖은 은행잎 냄새. 호흡 멈추고 슬로우 모션.
 

결국 길게 여섯 달. 분홍꽃비 내리는 5월,심장이 멎어가는 소리가 손으로 들린다. 천천히 시간이 일그러진다. 다시 슬로우 모션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그들의 여행,시작
“본토 친구들은 내가 사는 하와이가 천국인 줄 안다. 칵테일에 취해 춤추고 파도나 타는 줄 안다. 난 파도를 안탄지 15년이나 됐다. 그리고 지난 23일 동안 링거주사,소변 백,삽관 튜브에 파묻혀서 살았다. 천국? 천국 같은 소리하네”
 

여기는 알로하 우리가 상상하는 영원한 휴양지, 하와이가 아니다. 모두가 살고 있던 곳을 떠나 하와이로 쉬려고 오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기서 ‘살고 있다.’ 게다가 아내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잘 나가는 변호사 맷 킹 (조지 클루니)은 모터 보트 사고로 인해 코마상태에 빠진 아내 앞에 제대로 슬퍼하기도 전에,그녀의 외도상대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투르고 우스꽝스럽게 그를 찾아 떠난다.
 

뚱가뚱가 뒤뚱뒤뚱. 반항기 절정의 큰 딸,어이없이 웃어 대는 큰 딸의 남자친구, 괴짜 소녀 작은 딸이 함께다. 그들은 하와이의 섬들을 돌면서 아내의 친구들 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장인과 아내의 애인과 차례차례 마주한다.
 

영화는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울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화면은 천천히 멈춘다. 그리고 하와이의 슬랙키 기타 연주만이 부드럽고 낙천적으로 흐른다.
섣불리 그들을 위로하거나 통곡을 향한 클로즈업 따위로 우리를 울게 하지 않는다.
저미는 슬픔에 느리게 따라 가기는 하되,‘원래삶이란 슬프고 웃기는 거거든요.’ 라고 뚱가뚱가 노래할 뿐이다. 그들을 이끄는, 우리를 이끄는,하와이의 하늘,바다의 잔잔함처럼.
 

그래서 거꾸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아내를 잃어야 해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두 딸을 얻었고,자신들의 땅을 팔아야 해서,맷 킹은 땅을 지켜야 하는 의미를 얻었다. 하나를 포기한 뒤에 얻어지는 것들. 늘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잃어야 얻을 수 있다는 정직한 상상 결국 잃는 것은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슬프기 만한 것이 아니라는 위로. 그러니까 온 마음을 다해 인사할 수 있다. My joy and my pain, good bye!
 

그녀의 여행,시작
영화의 맨 처음 shot에서 환하게 웃으며 수상스키를 즐기던 아내의 얼굴 클로즈업. 그 이후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는 줄곧 말이 없다. 두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코마 상태에 빠진 그녀는 맷의 다그침에도,큰 딸의 분노에도,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한 애인의 아내가 울어 대도,그 어떤 대답도,변명도 할 수 없다. 결국 그녀는 식물인간의 상태이기에,가족들에 의해 정해진 죽음의 시간이 오고,영화의 장막 너머, 우리는 볼 수 없는, 두 딸들의 인사도 끝나버린다. 그리고 그녀가 회색 텁텁한 재가 된 뒤에야, 카메라는 그녀의 시선으로 맷 킹을 바라본다. 그녀는 푸르고 맑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며,가족이 띄워둔 꽃 목걸이에 잠시 시선을 멈춘다. 무언의작별. 그리고 그녀는 떠난다,자신의 세계에서,천천히.

떠나는 이유
우리는 왜 떠나는 걸까? 결국 연습이다. 우리는 일상에 잠시 구멍을 내고 부재를 연습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일시적인 당신의 부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념품같은 이야기를 안고 돌아올 당신을 기다린다. 당신도 역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시적인 부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곧 당신의 여정이 즐겁고 유쾌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설레며 떠난다. 부재를 통해서 우리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당신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는 정직함.


하지만, 우리는 결코 여행을 위한 부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이라도 떠나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잘 알기 때문이다. 떠난 것들은 결코 shift + delete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잠시 나의 세계에서 떠나있을 뿐이라는 것을. 지금 잠시 떠나는 것으로 우리는 다른 공간을 향한, 영원한 워프(warf)를 연습하는 것임을.


그러니까 이번 여름, 떠나는 연습을 하고자하는 당신의 여행 BGM으로 이 영화의 OST를 사용해도 좋겠다. Gabby Pahinui의 평화롭고 부드러운 노래는 당신의 어떤 여정도 따뜻하게 안아주며 축복해줄 것이다. ‘원래 삶이란 슬프고 웃기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뚱가뚱가.

변경난 부산대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을 가르친 지 10년째, 문학시간에 영화 제작 수업을 하다가 결국 작년부터 부산대 예술문화와 영상대체 대학원에서 영상학을 전공하며 공부를 시작함, 줏대 없이 이 영화도, 저 영화도 좋기만 하니 비평을 쓰기는 애당초, 글렀음. 그러므로 이끄는 대로, 영화들과 만나고 정성드럽게 사랑할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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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한국 최초의 하우스 호러 <장화, 홍련> <장화, 홍련>도 이미 메이킹과 현장공개 필름을 본 후였기 때문에 무서운 것에 대한 방어막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6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그녀가 작곡한 사진을 듣다] 영화 < Her >을 들으며
2009 Spring (통권 29호), 뉴스. 2009년 3월 19일 봄날의 나른한 단상 요 며칠사이 봄비가 제법 때맞춰 수분공급을 잘하고 있다.
그린 북 경계선의 사람들 내가 돈과 토니의 웃음을 마냥 행복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린 북>의 세계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선들은 무수히 많은 형태로 영화 속에서 존재한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잔혹한 비밀 [히로시마·평양] 역사적 문제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과 원전의 위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손님은 왕이다. 보여지는 그대로의 영화를 즐긴다면 참신하고 독특한 영화 한 편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예의없는 것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성장한다는 것은 미쳐가는 거야 [안개 속의 풍경] 입맛에 맞게 잘라내고 없애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롱테이크 촬영은 인생과 닮았다.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언니들은 모르는 오빠들의 세계! 오 브라더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잊혀진 꿈의 동굴, 문성훈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소멸되지 않은 꿈의 역사 베르너 헤어조크 作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요즘 한반도는 ‘샤이(Shy)’가 좋습니다 <공조> 한 편의 영화에서 분단 문제를 해결할 만한 관점을 기대한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북이 함께하는 영화들에서 잠자던 공동의 불안과 희망이 깨어나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 거기에는 해결과는 멀지만 늘 ‘해소’의 모티브가 있고, 모두 한반도 땅의 평화를 점쳐보는 통일된 순간을 맞는다. 이는 매번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공통된 의도이자, 질적 평가를 떠나 그들의 생존 가치가 되는 현실적인 덕목이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소공녀>, 행복하냐고 묻지 마라 이 여행의 시작을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하지 마라.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세상의 중심에서 표류하기 [김씨 표류기] 우리들은 세상의 중심이자 경계에서 각자 표류중이다
2003 Spring (통권 5호), 리뷰. 2003년 4월23일 밀애 관능과 상혼이 빚어낸 찬란한 여성성, 밀애
2008 Spring (통권 25호), 특집기획. 2008년 3월 30일 [펀치 드렁크 러브] '존 브라이언'은 배리와 레나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의 후반부에선
그들의 겉잡을 수 없는 사랑을 극적으로 잘 표현 해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이제 겨우 이야기의 시작 [고스트 메신저] 이 애니메이션은 영력을 가진 주인공 꼬마 ‘강림’이 영문 모를 장난감 하나를 떠맡게 되면서 시작한다.
뉴스, 웹툰. 2016년 6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3 컨저링2 복면작가의 Movie Think #3 컨저링2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사랑한다는 말에 수식어는 필요 없다 [오직 그대만], 영화부산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할 때 화려한 수식어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뉴스, 웹툰. 2016년 6월 14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2 아가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2 아가씨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그곳에 상처를, 남기다 <꽃섬> 슬픔에 공명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타인의 시선이 슬픔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영화홀릭의 영화이야기 - 피안(被岸) : 끝없는 춤 속에 머무르는 꿈, 분홍신(The Red Shoes) 1948 피안(被岸) : 끝없는 춤속에 머무르는 꿈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세일즈맨>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이냐고 되묻고 있을 뿐이다.
암수살인 장르의 관습에 고민한 자리 오늘의 주류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태도, 대상을 다루는 데 대한 고민의 흔적, 장르에 기대하는 관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는 영화의 시도들이 유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8일 이 시대의 ‘존’들을 위하여, <프랭크> 이 영화는 프랭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존의 쓰디쓴 성 장서사이기도 하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6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목소리의 정체 <네루다> 오스카는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니, 실존인물 네루다의 문학과는 무관하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무국적 역사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작 <도쿄 소나타Tokyo Sonata>(2008)를 언급하며 “도쿄에서만 촬영했지만 누가 봐도 도쿄를 알 수 있는 장소는 피하려 했다. 가능하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에서 찍고 싶다”고 했다. 릿쿄대학 스승 하스미 시게히코, 하스미의 또 다른 제자이자 대학 동문인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의 대담집인 <영화장화>(2018)에서 영화의 무국적성을 이구동성으로 찬미하며 그가 던진 말이다. 여기서 무국적성은 장소, 심지어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랬던 그가 첫 역사물이라서 그런 걸까.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2020)의 도입부 ‘1940년 고베 명주실 검사소’란 자막은 그의 새로운 시도와 전환의 아이콘으로 봐야 할까. 하스미를 정점으로 하는 무국적 영화의 미학은 이제 포기된 것인가.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남영동 1985 용서는 가능한가. 변화는 가능한가.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6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글로벌 경제위기가 충격한 보통의 삶 <라스트 홈>] “부동산에 감정 따위를 두지 마. 그건 그저 커다랗거나 작은 상자에 불과할 뿐이야.”
2009 Spring (통권 29호), 뉴스, OST & 맛집. 2009년 3월 19일 거장의, 거장을 위한, 거장에 의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 _Music by Clint Eastwood
뉴스, 웹툰. 2016년 8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ART WORK, 그러니까 ‘예술을 한다’는 것에 관해, 두 예술가의 협업은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프린트하여 그들이 머무르는 장소의 벽만큼 커다랗게, ‘경의’를 담아 붙이는 ART WORK이다. 
뉴스, 웹툰. 2017년 1월 17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6 매그니피센트 7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6 매그니피센트 7 _웹툰
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후회하지 않아 낯설지 않은 퀴어영화〈후회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