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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소년

  • 글 ·
  • 작성일2020. 12. 15



<범죄소년>(2012)


사춘기의 아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호기심으로 사고를 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한 남자아이가 여기 있다. 이름은 지구. 자신을 둘러싼 울타리가 부실했던 지구는 비행 청소년 친구들과 어울리며 빈집털이를 하다가 잡혀 소년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지구의 엄마 효승이 있다. 과거에 효승은 충동적인 사랑에 빠진 죄로 십대에 미혼모가 되고, 그렇게 태어난 지구를 부모에게 떠넘긴 채 가출을 한다. 그 후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효승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전혀 성장하지 못한 무늬만 어른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그녀는 자존감이 낮고 독립심도 결여된 미성숙한 사람이다. 지구와 효승은 13년 동안 서로의 생사조차 모르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만나게 된다. 지구의 소년원 출소를 위해 ‘보호자’가 필요하게 됐고 자기 자신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효승은 지구를 ‘보호’해주기 위해 불현듯 나타난다. 어쨌든 지구와 효승은 기다림과 망설임의 줄다리기 끝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가족이 라는 울타리를 세워보려고 노력한다.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2012)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 된다. 그런데 그게 과연 잘될까?
 

보호하고 싶지만 관찰할 수밖에 없는 관객
이 의문은 영화의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범죄소년>을 보는 내내 이 걱정스러운 물음을 던지게 되는 관객은 지구와 효승의 삶을 따라다니며 마치 이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보호관찰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는 지구의 주변을 맴돌면서 이 가녀린 아이의 무미건조하고 갑갑한 일상을 관찰하고, 일상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며 그와 감정을 공유한다. 효승의 경우에는 그녀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혹은 눈치 채기를 거부하는 일상의 전체를 바라 보며, 그녀가 얼마나 얕고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효승을 지켜보는 관객은 무책임하고 능력이 없는 효승의 얼굴 앞에 서서 잔소리를 퍼붓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저런! 터무니없는 근자긍이라니(근거 없는 자기긍정)!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구와 효승을 보호·관찰하지 못하고 관찰만 하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객은 이들을 보호하고 싶지만 관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원히 지구와 효승이 살아가고 있는 영화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저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스크린 바깥쪽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관찰할 수밖에 없는 관객의 안타까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저들을 보호하고 싶은 충동도 커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와 효승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그들을 향한 슬픔과 연민은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보호할 수 없는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지만 지구와 효승이 느끼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 영화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관객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마음을 공유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범죄소년>은 관객에게 판단하지 말고 느껴보라고 말한다. 부재했던 시간들로 인하여 어색함과 반가움이 이리저리 뒤섞인 감정을. 어린 나이에 졸지에 부모가 되어 버린 지구가 새롬과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그 허무한 패기와 설익은 사랑을. 강이관 감독은 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영화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연결 시킨다. 이미 그는 전작인 <사과>(2005)와 <이빨 두 개>(2011)에서 섬세하고 현실적인 대사와 생생한 캐릭터 묘사를 선보인 바 있다. 높낮이는 낮지만 긴장감 가득한 이야기의 흐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막힘없이 인물들의 일상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쇼트들은 느끼하고 짜고 매운 것 다 빼고 딱 담백한 맛으로 촘촘하게 엮어져서는 한 치의 군더더기도 없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관객이 영화 속 인물들의 위태롭게 유지하는 삶에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되 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이 희망의 마지막 문장에 느낌표나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를 찍을 수 밖에 없다. “지구와 효승은 새로운 가족의 울타리를 세울 수 있을까? 그게 과연 잘될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힌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어두운 징조가 나타나기만 하면 손에 땀이 나기 시작 한다.

'연기하는 캐릭터'라는 특이한 장치
<범죄소년>의 배우들이 선보인 훌륭한 연기 또한 관객과 인물들의 감정 공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서 ‘연기하는 캐릭터’라는 특이한 장치를 발견했다.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가 연기를 한다? 영화 속 효승은 끊임없이 연기를 한다. 지구를 만나러 소년원에 올 때의 효승은 단아하고 평범한 20대 후반의 미혼모를 연기한다. 큰 차를 몰고 비싼 명품 가방을 들고 13년 만에 아들을 찾아온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헤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며 아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사실 타고 온 차도, 들고 온 가방도 모두 룸메이트의 것임이 이내 밝혀진다.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결심도 연기였을지도 모른다. 집도 직장도 무엇 하나 제 것이 없는 그녀는, 얹혀살고 있는 처지에 돈까지 빌리면서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억울함에 바닥을 구르며 생떼를 부리는 효승. 그녀는 솔직한 자기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을까?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고 웃고 애교를 부리고, 울고불고 난리를 칠 때도 그게 진짜의 모습일까 의심스러워진다. 연기를 해서 곤란한 상황을 무마하고 연기로도 통하지 않으면 그 상황에서 달아나는 효승. 지구에게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며 사진을 찍자고 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충분히 그녀가 머지않아 떠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지구라는 캐릭터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아프면 아파하고, 돈이 없으면 굶고 누군가 밥을 주면 부끄러움 없이 받아먹는다. 현실에 주어진 그대로 살아간다. 영화 속에서 지구의 연기는 단 한 번이다. 그것도 엄마인 효승의 연기를 보고 배운 어설프고 전혀 먹히지 않는 애교연기는 안타까울 정도이다.

순환 반복되는 범죄 이야기
<범죄소년>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또 한 명의 범죄소녀인 새롬. 지구의 여자 친구인 새롬은 영화의 전체 분량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지구와 효승의 가족 드라마로 보일 수도 있는 영화를 순환하고 반복하는 범죄 이야기로 탈바꿈시킨다. 새롬은 또 다른 효승이다. 관객은 효승이 말하지 않았던 과거의 삶을 새롬의 일상을 통해 짐작 할 수 있다. 책임을 지겠다며 쫓아온 지구에게 흉터로 난도질된 팔을 내보이는 새롬과 빨래를 널 때 보이는 효승의 팔목에 난 상처는 묘하게 일치 한다. 그 순간 우리는 새롬과 효승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녀들은 각자의 시·공간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지구를 통해 만나면서 순환하고 반복하는 범죄 이야기를 구성한다. 효승의 옛 남자 친구의 과거가 지구의 현재가 되고, 지구와 새롬의 미래가 효승의 현재 가 되는 순환하는 범죄. 영화의 제목 <범죄소년>은 단순히 지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효승 과 새롬에게도 해당된다. 언젠가 내일의 해가 멋지게 뜰 거야, 라는 표정 으로 희망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웃는 효승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러나 효승의 삶은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효승은 물론이고, 지구와 새롬 그리고 지구와 새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순환하고 반복하는 범죄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는 범죄 소년들. 결코 밝을 거라고 예상할 수 없는 이들의 슬픈 미래를 향해 비가(悲歌)라도 불러야 할 지경이다. “지구(의 범죄 이야기)는 둥그니깐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범죄소년들을 다 만나고 오겠네.”
 

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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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레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레토>는 가끔 소름 끼치게 정교한 영화 형식을 경유해 음악의 속성에 닿아 가는 용감한 영화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3(통권 53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4월 1일 FILM REVIEW 유하, 혹은 탈성화의 형식에 대하여 [강남 1970] <강남 1970>의 유하 감독이 시인이라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유하가 시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가 1990년대의 한국문학 담론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2003 Spring (통권 5호), 리뷰, 브리짓존스의 영화읽기. 2015년 4월 23일 이웃집 토토로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때면 토토로가 살고 있는 숲속으로 한번 빠져보심이...
필름리뷰 혼성의 공간 윤종빈의 근작 <수리남>(2022)을 다 본 뒤, 영화가 주는 만족도와 별개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투명해도 되나?’ 영화에서 등장한 일련의 범죄 현장이 실제 수리남보다 얼마나 과장되었는지의 논란을 차치해 두고서라도 <수리남>은 그 드라마투르기(Dramaturgie)의 복잡성과 별개로 티 없이 맑은 느낌을 준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소년 (범죄)소년, (범죄)소녀를 만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마돈나의 역설: 성장의 다른 물음에 대하여 [천하장사 마돈나] 동구의 이 뒤집기는 단순한 씨름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과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살의 카운터 펀치이다.
뉴스, 웹툰. 2016년 7월 12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도둑들]을 중심으로 공간과 사람,차이와 무관심 영화〈도둑들〉이 홈친 것
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지금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 집중할 때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지금은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만 집중할 때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스토커 핏줄론(論)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 엄마의 블라우스, 아빠의 벨트, 삼촌이 사준 구두. 나는 온전히 나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2004 Winter (통권 1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12월 7일 내 머리속의 지우개 약간의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를 사랑이라는 매개로 다시 한 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준 영화였기에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70여년만에 전국 개봉한 부산영화<오.구>를 응원해야할 7가지 이유 나는 진정으로, 부산에서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전국 개봉을 당당히 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영화 <오구>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내 안의 엘사들 [겨울왕국] 행복의 얼굴은 다양하다. 그래서 <겨울왕국>은 마법에 걸린 이들에게도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배려의 열쇠만 있으면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연대와 자매애로 다가서는 영화이다.
뉴스, 웹툰. 2016년 8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알포인트 R-Point , 2004 공수창 감독, 감우성  <알 포인트>의 그 서늘한 마지막 씬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선택을 선택하며 사는 삶 [미스터 노바디] 누구나 미래를 상상한다. 가장 흔한 예는,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는 미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함께 만들어가는 멋진 인생을 위하여 [멋진 인생] 경제력을 향상시키면서도 내면이 공허해져가는 삶이 아닌, 함께 기쁨을 느끼며 충만해지는 삶을 살아나가는 길을 택한 그들의 공존력이 가급적 많은 이들과 공유될 수 있었으면 한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탯줄 없는 아버지들의 세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슈퍼맨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보통의 아픔 종종 어떤 영화에는 송곳 같은 장면이 있다. 이 송곳 같은 장면을 무어라 딱 잘라 말하기엔 그 성격이 다양하다. 영화의 핵심을 건드리는 명장면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송곳 같은 장면의 유무가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며 어떨 땐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으로 영화의 만듦새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언급할 장면은 꽤나 예상치 못한 순간인 장면으로 뇌리에 남았다. 오랜 시간 동안 개봉이 미뤄졌다가 올해 여름 개봉한 마블의 신작 <블랙 위도우Black Widow>(2021)의 후반부,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와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 분)의 만남이 그 장면이다. 나타샤가 자신의 과거와 적 세력에 대한 비밀을 마주하는 장면에는 CG나 액션이 없으며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블록버스터 특유의 스펙터클도 없다. 단지 두 사람의 몸짓만이 있을 뿐이다. 드레이코프는 손찌검하려는 자세를 취하다 손을 내리고 나타샤는 손찌검을 당할까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다. 이 장면은 여태껏 봐왔던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동작이다. 다른 마블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의 활약을 봤다면 이 순간에는 블랙 위도우가 어떤 액션의 자세를 갖추는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움찔한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굿타임> : 움직임을 의탁할 인물 <굿타임>은 자신의 움직임을 의탁할 대상을 찾는 듯 닉과 코니를 오가는 동역학에 대한 영화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세상의 중심에서 표류하기 [김씨 표류기] 우리들은 세상의 중심이자 경계에서 각자 표류중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곡성> 거대한 파도가 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삼켜버린다. 극 중 무당인 일광(황정민 분)은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 그 일관된 방식에 결국 관객은 설득되고 그들이 가진 은밀한 매력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4월 22일 저널리즘의 모범답안 <스포트라이트> ‘우라까이’라는 말을 아는가. 한국 언론계의 은어로 타 매 체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와 문체나 표현만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죽음을 시청하는 자 누구인가 [더 테러 라이브]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마지막 호소의 목격자인 관객은 그 응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거기에 전이의 여부가 달려있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당신 옆의 요괴 - 몬스터 헌트 인간 세상의 지도자 요괴를 모두 잡아 내치기만 한다면! 정녕 그들 이마에 붙일 꼼짝 못할 표식을 못 만든단 말인가!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떠나는 이유, 여행의 시작 디센던트  ‘원래 삶이란 슬프고 웃기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뚱가뚱가.
2008 Winter (통권 28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12월 25일 러브 어페어 수 많은 러브스토리가 있고 러브테마가 있지만 혹시라도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감동적인 음악에 흠뻑빠져 보시길 바란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풀잎들>, 죽음 또는 중심의 소멸 죽음과 중심이 소멸된 홍상수 생태계의 미래를 더 예측하는 것은 늘 그랬듯 불필요한 일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차라리 시가 되자 박배일의 <사상>(2021)은 통 매끄럽지가 않다. 무시로 흔들리는 카메라,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필터 씌운 합성 이미지 등으로 여기저기가 생채기다. 온통 찢긴 흔적들로 처연한 모습이다. 간간이 들리는 괴기스런 음향도 상처 입은 자리에서 나는 신음 소리 같다. 마치 거론되는 현실 곧 자본과 공권력으로 파괴된 ‘사상(구)’ 공동체 마냥 모든 것이 중심 없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폐허의 형상, 다만 분산되고 흩어진 이미지 조각들만 서로를 간신히 붙들고 있다.
필름리뷰 먼지와 재, 그리고 다시 집으로 두 가지 의미의 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축복의 집>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어느 가정의 붕괴를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를 앞둔 낡은 가옥에 빗댄 영화다. 공장 노동자이자 야간 식당 아르바이트로 고단한 주인공 해수(안소요 분)는 새벽녘에야 겨우 집에 들어가 오래된 배관에서 녹물이 섞여 나오는 물로 먼지와 땀자국을 씻어낸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해수의 비바람을 막아줄 가정과 가옥의 부재는 선명하게 포착된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사라지고 싶다’와 ‘죽이고 싶다’, 청춘의 막막함 앞에서 <버닝>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감독 이창동의 8년만의 신작 <버닝>
2007 Summer (통권 2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6월 1일 조직에 몸담은 가장의 꿈 우아한 세계 오늘도 사회의 전쟁터에서 귀가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에게 가정(home)이라는 진정한 안식처를 제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어느 특별한 휴가 투쟁의 서사는 처절하다. 농성이 길어지면 희망도 사라지고, 노동자들의 하나된 목소리는 갈라지고, 각자의 신념은 생활 앞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름 모를 노동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축 늘어진 어깨가 유독 눈에 들어오게 될 때, 이란희 감독의 <휴가>(2021)가 시작한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곳이 없는 노동자들, 아직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는 해고노동자들이 한데 섞여 밥을 먹는다. 투쟁의 날들이 길어질수록 노동자의 삶이 파괴되어가는 건 아닐까 고민할 때쯤 한 해고노동자가 ‘휴가’를 가기로 결정한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나의 결혼원정기 라라의 망명소식을 듣고 과수원길을 한걸음에 내달리는 만택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가슴 따뜻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필름리뷰 <브로커>의 낮과 밤 전포동의 밤은 말 없는 목격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비 오는 밤, 소영(이지은 분)이 교회에 아기를 두고 올 때 잠복근무 중인 형사 수진(배두나 분)은 자동차 안에서 동료 이 형사(이주영 분)와 함께 그 광경을 지켜본다. 수진은 차가운 바닥에 놓인 아기를 베이비 박스 안에 넣고 자동차로 돌아와 조용히 어둠 속을 응시한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3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누구의 것도 아닌 ‘블루’ <문라이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클로즈업,신성과 접촉하는 영화의 방법[잔 다르크의 수난] 클로즈업, 신성과 접촉하는 영화의 방법 <잔다르크의 수난>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모든 것을 잃고 내려갈 때 비로소 보이는 행복 <싱글라이더>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꾸리고 나면 그 안에서 숙명처럼 각인된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만큼 절실하고 순수한 것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간절함조차 온전히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긋나기 일쑤인 것이 인간의 나약한 운명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에 집착하고 행복을 갈구한다.
뉴스, 웹툰. 2016년 9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타자의 시선에 갇힌 사람들 <녹터널 애니멀스> 19년 전 헤어진 전남편에게서 소설 한 권이 도착한다. ‘녹터널 애니멀스’, 불면증에 시달리던 수잔의 별명을 제목으로 붙인 에드워드는 이 소설을 그녀에게 바쳤다. 톰 포드 감독의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2017)는 소설을 받아든 수잔의 감정적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남극일기 어느 정도 영화를 이해하고 좋아했는지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하게〈남극일기〉를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가 있다면,지나 친 욕망의 끝에 남는 건 허무함뿐 이라는 것이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 기이한 여행 첫 쇼트와 마지막 쇼트가 서로 꼬리를 물려 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장률은 이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귀띔한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필사적인 뜀박질이 멈출 때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이들의 뜀박질과 느긋한 걸음, 무료한 기다림과 필사적인 달리기를 체득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생동하던 움직임은 어느덧 고요해지고 마침내 울먹이는 얼굴에 도달한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모노폴리 조만간 기발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출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04 Winter (통권 1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12월 7일 여선생 VS 여제자 초등학교 시설 친구들에게 전화기를 돌려보게끔 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