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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필름 소셜리즘

  • 글 ·
  • 작성일2020. 12. 15



나에게 영화의 재미, 그러니까 줄거리나 볼거리에서 그저 얻는 즐거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다시 능동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영화의 존재론적 힘, 그 놀라운 향락의 희열에 눈 뜨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고다르였다. 말하자면 나는 고다르의 영화를 만나기 이전에 영화를 통해 사유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타르코프스키는 너무 아득했고, 베리만은 너무 현학적으로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나는 영화를 사유의 대상으로까지 생각할 만큼 영화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러나 격렬하리만큼 작위적으로 분방한 고다르의 영화는, 노모스의 극한에 대한 열정으로 언제나 뜨거웠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 정념이 영화에 대한 내 사념의 단초였고, 드디어 그것은 예술의 개념에 대한 내 상투적 관념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필름 소셜리즘>(2010)

 

상투적 관습에 대한 고다르의 유쾌한 도발
처음 본 것은 <내 멋대로 해라>(1959).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로 시작되는 <<이방인>>(1942)의 첫 구절. 카뮈는 정말 과감하게 도,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통곡해야 마땅한 사건을 앞에 두고, 오늘과 어제라는 시간 사이에서 대수롭지 않은 듯 허세를 떨었다. 그것은 물론 인간의 감정을 인과적인 상투성으로 규율해온 낡은 관습에 대한 냉소다. 다시 말해 고다르가 처음 만든 영화는, <<이방인>>의 저 도발적인 첫 구절을 영화라는 형식으로 다르게 되풀이한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비브르 사비><여자는 여자다><사랑과 경멸><미치광이 피에로><알파빌><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가지 것들><만사 형통>에 이르기까지, 낡고 진부한 그 모든 비루한 ‘체제/체계’에 대한 고다르의 유쾌한 도발과 전복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나는 1930년생의 고다르가 2010년에 만든 <필름 소셜리즘>을 보았다. 예술가의 젊은 영혼은 육신의 노쇠마저도 창작의 새로움으로 전유하게 만든다. 그렇게 고다르는 한결같이 젊은 사람이었다. 자막이 없는 영화라서 대부분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것은 차라리 말이 아니라 웅얼거림이었고, 소음이 아니라면 그저 소리였다. 그리고 영화 에서 단어는 불완전한 형태의 문자 조합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말’이 라는 언어의 물질성은 의미의 장벽을 난폭하게 찢어 버리고, 어느 새 나에게로 거칠게 난입해 들어왔다. 이 영화에서 언어란 독해의 대상으로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렇게 탈존하는 것으로 유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Des Choses(사물들)’와 ‘Des Paroles(언어들)’이라는 챕터의 작명에서 시사된 것이었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언어학적 의미의 해독 불가능성은, 영화의 감상을 방해하 기는커녕 영화의 해독을 도와주는 것으로까지 여겨졌다.


영화로 ‘다르게’ 사유하기
그의 영화가 자주 그렇듯 <필름 소셜리즘>은 인과성의 합리로 배열되는 서사의 흐름에 무관심하다. 이미지들의 산만한 배치가 이미지들 사이의충돌을 가져오고, 그 충돌이 만들어내는 불연속의 운동은 세계의 시간을 낯설게 조직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들뢰즈가 ‘사유의 충격(noochoc)’이 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 안에 사유의 가능성을 창조해내고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의 사유를 진동하게 한다.”(쉬잔 엠 드 라코트, 이지영 옮김, <<들뢰즈: 철학과 영화>>, 열화당, 2004, 72쪽.) 영화로 하여 이처럼 세상을 ‘다르게’ 사유 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넘실거리는 바다, 그 위로 유람하는 호화로운 배. 저 바다의 물은 모든 경계를 출렁임 속에서 지워버린다. 너와 나,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 그러나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은 엄격한 구별로 유치하다. 그리하여 유람선 안의 사람들을 찍은 영상이 때때로 매우 거칠고 조잡하게 나타날 때, 우리는 고다르의 어떤 적의를 직감할 수 있 게 되는 것이다. 선명한 적대로 ‘정치적인 것’ (칼 슈미트)을 정의할 때, 고다르는 영상의 정지와 흐름, 화면의 선명함과 불투명으로, 혹은 사운드의 지속과 단속 그리고 무음과 소음의 선명한 대비로 정치적인 것을 실현한다. 고다르는 언제나 그렇듯 이 영화에서도 푸른색과 붉은색을 즐겨 사용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소품들과 인물들의 복장으로 드러나는 그 강렬한 색채의 대비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 아닐까. 아니면 박애(화이트), 자유(블루), 평등(레드)을 의미하는 프랑스 국기의 상징성을 재현한 것이거나. 육지, 그러니까 땅위의 삶. 이집트, 팔레스타인, 오뎃사, 나폴리, 바르셀로나. 모두 학살과 전쟁, 폭력의 역사가 흔적으로 남은 장소들이다.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는 과거와, 다시 돌아와 보여 주는 현재의 시간. 언뜻 스쳐지나가는 히틀러와 스탈린의 영상, 그리고 이슬람 국가들. 인간의 역사는 잔혹한 분별 속에서 약탈과 살육으로 얼룩져 있다. 인물들의 대사와 내레이터의 해설 그리고 인터뷰. 책의 어떤 구절에 대한 인용. 발자크와 라신, 그리고 비극의 원리. 심지어 알랭 바디 우까지. 난삽하게 절합 되어있는 이 모든 것들은, 유기적인 인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이 세계의 비참함을 (재현하는것이 아니라) 표현한다. 이념과 자본의 욕망으로 들끓는 폭력의 세기, 그러니까 <필름 소셜리즘>은 그 속악한 세계의 구원을 바라는 한 유럽 좌파 예술가의 고해성사다. 그래서 일까. 영화를 보고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생각들을 더듬었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에 대한 단상을 남긴다. 구원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그 예술이 촉발시킨 사유의 운동이다.

전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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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무국적 역사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작 <도쿄 소나타Tokyo Sonata>(2008)를 언급하며 “도쿄에서만 촬영했지만 누가 봐도 도쿄를 알 수 있는 장소는 피하려 했다. 가능하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에서 찍고 싶다”고 했다. 릿쿄대학 스승 하스미 시게히코, 하스미의 또 다른 제자이자 대학 동문인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의 대담집인 <영화장화>(2018)에서 영화의 무국적성을 이구동성으로 찬미하며 그가 던진 말이다. 여기서 무국적성은 장소, 심지어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랬던 그가 첫 역사물이라서 그런 걸까.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2020)의 도입부 ‘1940년 고베 명주실 검사소’란 자막은 그의 새로운 시도와 전환의 아이콘으로 봐야 할까. 하스미를 정점으로 하는 무국적 영화의 미학은 이제 포기된 것인가.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오늘따라 커피 맛이 쓴 이유 - 영화<노 임팩트 맨> 살아오면서 환경에 끼쳤을 엄청난 영향을 진지하게 반성해 본다.
2002 Winter (통권 4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02년 12월 25일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어딘가에 나를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로 생각해줄 남자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5일 Film Review 살아가게 하는 <그래비티> 곁에 없을 때야 무엇이 나의 하루를 그토록 별일 없이 평범하게 보낼 수 있게 했는지, 무엇이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5일 주술적 믿음에 대하여 <곡성(哭聲)>을 위한 변명 다시 질문을 빙글빙글 돌려 원점으로 회귀시키는 ‘소라형(나선 형)’의 이야기 방식이 단순히 극영화의 문법적 일탈로만 이해되지 않는 이유이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7월 29일 OST에 빠지다, 영화 [그녀에게] Hable Con Ella, Talk To Her “사랑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고..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17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Almost Blue] 영화 <본 투 비 블루 Bone to be blue>를 들으며
리뷰, OST & 맛집. 2017년 1월 5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다시, 새로운 희망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그 원 부대의 장렬한 최후를 바라본 라더스 제독의 나지막한 읊조림. 그들의 포스는 곧 저버릴 수 없는 대의와 희망이었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지랄 같네… 사람 인연… [사랑]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사랑〉. 이제는 이 영화를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 ART WORK, 그러니까 ‘예술을 한다’는 것에 관해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어느 기괴한 죽음 [미시마-그의 인생] 세간의 조롱 혹은 경멸에 찬 시선과 거리를 둔 채 가급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삶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뉴스, 웹툰. 2016년 6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3 컨저링2 복면작가의 Movie Think #3 컨저링2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 각자의 라라랜드] 데미언 채즐의 <라라랜드 La La Land>를 들으며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타자의 시선에 갇힌 사람들 <녹터널 애니멀스> 19년 전 헤어진 전남편에게서 소설 한 권이 도착한다. ‘녹터널 애니멀스’, 불면증에 시달리던 수잔의 별명을 제목으로 붙인 에드워드는 이 소설을 그녀에게 바쳤다. 톰 포드 감독의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2017)는 소설을 받아든 수잔의 감정적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남극일기 어느 정도 영화를 이해하고 좋아했는지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하게〈남극일기〉를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가 있다면,지나 친 욕망의 끝에 남는 건 허무함뿐 이라는 것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오늘의 문예비평. 2015년 7월 1일 ‘지역’이라는 공포 [도가니]가 지역을 재현하는 방식 <도가니>는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표현 기법과 법정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쉐들이 종합된,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더 레이디, The Lady(2011) 강윤정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아웅산 수지의 드라마틱한 삶을 응시하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어른’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라고 믿고 싶은 지금 우리도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임을 해원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뉴스, OST & 맛집. 2016년 10월 19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그리고 세상은 이토록 고독하다] 영화 <아비정전 DAYS OF BEING WILD>을 들으며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이 아이는 죽어야 했다 김백준의 [작별들] 이 아이의 성장이 이토록 가혹한 것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아마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소녀의 삶은 계속된다.
뉴스, 웹툰. 2017년 1월 17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6 매그니피센트 7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6 매그니피센트 7 _웹툰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영화 [두 개의 문] 2 Doors, 2011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2007 Spring (통권 2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3월 2일 두 남자의 짜릿한 일탈 쏜다 현실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승리자이기를 마음속으로 되 뇌어본다.
2002 Autumn (통권 3호), 리뷰. 2002년 9월 26일 내가 앵글에 담는 부산의 공간 부산의 공간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을 들으며 느끼는 아쉬움으로 내가 아직 부산을 아낀다는 걸 느끼듯이???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태풍 장동건, 이정재의 만남만으로도 영화 관객들은 새로운 한국형 블럭버스터와의 만남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막상 개봉관에서 만난 <태풍>은 과연“태풍”인지 의문에 빠지게 했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2016년 4월 21일 앞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간극 <동주>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 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알포인트 R-Point , 2004 공수창 감독, 감우성  <알 포인트>의 그 서늘한 마지막 씬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타인의 삶과 그 세계에 대한 이해 <소성리> 영화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소성리>는 그렇게 타인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뉴스, 웹툰. 2016년 11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2 더 랍스터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2 더 랍스터
뉴스, 웹툰. 2016년 7월 2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5 부산행 복면작가의 Movie Think #5 부산행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리턴 인스턴트식의 영화 대량생산은 처음엔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언젠가 관객들은 다시 공들여 만든 ‘잘 만든 영화’를 찾아 다시 흩어 질 것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Asia Movie File 수취인거부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 수취인거부 그러나 50년을 묵혀둔 그리움의 연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 대상에가 닿지 못한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장 뤽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 우리는 유럽이 이루어놓은 문명 에 대한 고다르의 어떤 냉소적 태도(종말론적 사유)를 어슴푸레 가늠 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조폭의 시장, 무용한 비평 <조폭 마누라2>
2008 Autumn (통권 27호), 리뷰. 2008년 9월 25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제목부터가 두 주인공의 만만치 않은 대결구도를 가늠케 한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심장이 뛰네 포르노적 환상을 통한 성적 주체화와 자유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