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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 글 ·
  • 작성일2020. 12. 16


 


<지슬>(2013)


1. 신전(神殿)에 들다.
제주에는 예부터 많은 신(神)이 존재했다. 학계에 따르면, 대략 18,000여 신이 500여개 의 신화 속에 등장한다고 하니, 제주는 섬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거대한 신들의 땅, 신전이라 할 만하다. 특이한 것은 그 중 많은 신 (대략 70%정도라 한다.)이 여성신이라는 점 이다. 가믄장, 자청비(自請妃)와 같은 영웅적 여신 뿐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뱀이었던 사신(蛇身)도 있고(<칠성본풀이>), 육지에서는 찾기 어려운, 세계를 창조한 신(설문대 할망) 도 있다. 이렇게 보면, 제주는 가히 여신의 땅이요, 여신의 신전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많은 여신들이 그저 착하고 지혜로우며 인내심이 많기 때문에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뒷날 전상(운명)의 여신이 되는 가믄장은 ‘누구 덕에 먹고 사느냐’는 부모의 물음에 ‘부모님 덕’이 라고 말한 언니들과 달리, ‘내 배꼽 아래 선그믓 덕으로 산다’고 당돌하게 말한다. 딸만 낳아 근심이 가 득한 집안에 막내딸로 태어난 한 아이는 ‘자청하여 태어났으므로’ 자청비 (自請妃)가 된다. 백주또는 또 어떠한가? 그녀는 무능력할 뿐 아니라 남의 소까지 잡아먹은 남편에게 ‘살림 분산하자’며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 제주의 여성들은 속옷 하나 해 입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매일 빨래와 씨름해야 하며,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는 노동을 감수해야 했다.(<설문대 할망 설화>) 또 한 밭농사와 물질까지 겸해야 했다. 이처럼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왔음에도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무기력한 체념과 한(恨)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이승 너머의 서천꽃밭을 4월의 유채꽃밭으로 불러오는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것이 제주가 품고 있는 신성성의 참모습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주는 신전이되, 운명을 제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려는 모든 사람들이 거해 온 신전이라 할 수 있다.
 

2. 신위(神位)를 세우다.
하지만 뭍의 인간들은 신들의 땅, 제주에 총 칼을 가지고 들어와 신들을 마구 학살했다. “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한다”며 미군의 비호를 받은 신생한국정부군이 한국민을 학살할 때, 신들도 함께 학살 당한 것이다. 제주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신화들은 토착민과 외래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 의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왔음을 증언해왔다. 삼성혈에서 솟아난 고, 양, 부 세 신인이 바다를 건너 온 세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각자의 거처를 정한 이야기나 바람운을 좇아 고산국과 지산국 자매가 제주에 들어와서 좌정했다는 <서귀본향당 본풀이>는 그 예이다. 그러나 48년의 외래군(軍)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 뿐 아니라 현재의 모든 것마저 앗아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 3월, 이미 환갑도 더 지난 이 불편한 기억을 오멸 감독과 고(故) 김경률 감독은 지붕 위에 올라 고복(皐復)하듯 재현해냈다. 그런 점에서 <지슬>은 영화가 아니라 한 판의 씻김굿 같고, 아직 신(神)이 되지 못한 자들을 신으로 좌정하게 하기 위한 본풀이 같다. 이 영화가 제사의 형식을 띤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 상사에게 유린당 해 죽음을 맞이한 순덕의 몸을 평화롭고 아 름다운 오름의 이미지에 오버랩 되게 할 때, 이 영화는 제의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만 보 기 어렵게 된다. 영화 도입부에서, 카메라가 흩어져버린 제기(祭器)들을 비추다가, 죽은 여인의 시신 앞에서 배를 깎아 먹는 김 상사에게 향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제사는 신에게 드리는 제사이고, 당연히 신의 존재가 전제된다. 그러나 순덕의 죽음이 어머니 대지의 죽음이 되고 제기마저 군홧발에 짓밟히는 상황이 될 때, 이 영화는 신마저 죽어 그 제사마저 불가능해진, 인간과 신 모두의 죽음을 외설적일만큼 선명하게 선언하는 영화가 된다.
 

3. 신묘(神廟)에 모시다.
당연한 말이지만, 죽음은 삶을 전제로 한다. 삶이 가치가 없다면 죽음도 가치가 없는 것 이다. 그런데 죽음의 가치는 죽음 그 자체의 완전한 종말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잉태하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데 에서 찾을 수 있다. 적어도 제주 신화 속에서 죽음은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전제이다. 그러니 죽음과 삶 사이의 경계가 그리 단단하지만은 않다. 서천꽃밭에 지천 으로 피어 있는 꽃들은 절실하고 진실한 인 간의 불행한 죽음을 위해, 그 숨결을 되살리 기 위해 존재한다. 죽음은 슬프고 고달픈 일 이되, 언제든 생명의 가능성을 예감한다. 오 곡(五穀)은 땅에 뿌려져 죽은 듯 가만히 있지 만, 언젠가 풍성한 열매로 맺혀져 저 허다한 입들을 먹여 살린다. 그러니 생활에서든 신 화에서든 죽음은 언제나 삶과 함께 하는 또 다른 삶의 한 양태로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48년 이후, 죽음은 더 이상 삶과 함 께 하지 못한다. 서천꽃밭을 향한 모든 길은 끊어졌고, 곡식은 모두 타서 재가 되었다. 어 미가 제 몸을 태워 마련한 지슬(감자)을 마을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먹지만, 어미의 죽 음을 말하지 못한 순동은 울음을 삼키며 끝 내 먹지 못한다. 이제까지 먹은 “참말로 돈 (단) 지슬”은 신들에게‘ 씨드림’의 대가로 얻 은 것이었다. 그러나 순동은 어머니 대지가 낳아준 그 풍성한 결실이 끝났음을 그 때 이 미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오직 생명 없는 죽음만이 차디찬 흰 눈과 칼 바람으로 대지에 횡행할 뿐이라고 여겼는지 모른다. 모셔야 할 신이 없고, 모실 수 있는 인간이 없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몸을 부르르 떨었을는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을 낳은 구멍, 큰넓궤(큰 동굴)만이 살아남은 자 들을 위한 유일한 안식처이지만 아이를 안 은 어미라도 용서하지 않았던 잔인한 총부 리처럼, 방비가 허술한 이 동굴에도 군인들 이 총을 겨눌 것이라는 예감을 그는 이미 하 고 있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단 지 제주민이라는 이유로,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로, 예감을 현실로 이끈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4. 음복(飮福)하다.
48년 이후로 이 땅에 신은 없다. 신들을 모실 인간도 없다. 신은 그 출생이 비록 미천하더라도, 그 나중은 심히 창대하기에 신이다. 신의 신성성은 인간이 갖지 못한 독점적 권위를 인간이 희구할 때 비로소 찬란하게 빛난다. 그러나 신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인간은 겨우 스러져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젖은 땅바닥을 기어가는 김 상사처럼 꺼져가는 욕정의 덩어리가 될 뿐이다. ‘어머니를 죽인 빨갱이’들을 증오하며 어머니 같은 순동의 어미를 찌르는 군인도 마찬가지이다. 그 는 스스로 신이 버린 패륜아가 되고 만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제주도민 뿐 아니라 명령을 받아 학살을 자행한 군인 또한 삶의 가치가 여지없이 파멸되었음을 보여준다. 제주는, 신전의 땅은, 그렇게 역설적으로 가장 신이 없는 불모의 땅이 되고 만 것이다. 신의 신성한 힘을 인간은 더 이상 음복으로 나누어 가질 수 없다. 그렇기에 영화는 희붐한 연기와 어두운 동굴에 가려진 인물 군상들을 희미한 윤곽선으로 자주 잡아낸다. 겨울바람에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는 검고 앙상한 실루엣으로만 관객들에게 제시된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은, 신이 사라지기 전 인간에게 남긴 마지막 유물은, 그렇게 시야를 가리는 연기와 펄펄 끓는 김, 매서운 눈바람에 가 려, 신도 인간도 모두 죽어버려, 더 이상 신성할 수 없는 메마른 사물들로 희미한 윤곽선만 남은 채로 내던져진다. 그러니 이 영화는 불편하다. 신성이 사라져버리는 과정을, 그 고통과 불안을, 영화는 안락한 의자에 앉은 관객에게 계속 직시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5. 소지(燒紙)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역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영화라 말할 수 없다. 당사자들을 위로한다고도, 위무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이 영화는 결코 제거할 수 없는 불안에 관한 영화이다. 끔찍한 학살도 끝이 났고 영화도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근대사의 아픈 진실을 들춤으로써, 저들 제주도민의 불안이 변방에서 일어난 과거의 한 사건으로만 끝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불안의 계보학적 탐색을 시도한 영화이다. 불안은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에서부터 이미 지속되어 왔으며, 그것이 근대 체제의 예외가 아닌, 본질임을 이 영화는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도가니>(2011) 처럼 잔인하거나 <박하사탕>(1999)처럼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강제적으로 목격하게 하는 영화들보다 훨씬 심각하게 관객이 앉은 자리를 옥죈다. 삶의 맥락에는 해학도 있고, 사랑도 있으며, 오해와 미움도 있다. 그래서 거기에는 불화마저 잠재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해의 가능성조차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이 모든 잠재태와 가능태를 일거에 소멸시켜버린다. 영화는 이처럼 폭압적인 죽음이 어느 날 이유도 없이 도둑처럼 엄습할 가능성에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용산, 영도, 밀양, 진주, 강정에서, 쌍용차나 콜트 공장에서 어떤 신도 들어주지 않는 메마른 목소리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희미한 시각적 이미지와는 달리 무엇보다 강렬한 현재형으로 실감되는 총소리가 이 영화를 청각적으로 지배한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매서운 불안이, 언제 나에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파멸이 영화관 밖을 나서면서도 지방(紙榜)을 소지(燒紙)하지 않은 찝찝한 제사처럼 우리 몸에 엉겨 붙어 있는 것이다. 소지는 스크린 속 피해자들을 위해서 감독이 우리를 대신해 드린 가장 경건한 애도일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 밖, 의자에 앉은 우리들의 불안은 그렇게 깨끗이 태워 없앨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소지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누구도 가닿을 수 없 는 판타지를 제주어와 표준어의 간극만큼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손남훈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계간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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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2월 15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모래 위에 새겨진 폭력의 역사 <로스트 인 더스트>]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삶을 물려주고픈 아버지들의 바람은 그들의 땅에 스민 탐욕과 살육의 역사마저 자식세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며 끊이지 않는 폭력의 연대기를 이루었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신화로부터 멀리: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Nomadland>(2020)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영화 후반부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자신이 떠났던 네바다주의 엠파이어 마을로 다시 돌아왔을 때다. 이 마을은 집을 만드는 석고 보드 공장 내 생산품으로 터전이 유지됐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집값이 폭락하고 주택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88년 만에 공장 문을 닫았다. 더욱이 이 동네는 주소마저 쓸 수 없게 됐다. 엠파이어는 말 그대로 거대한 사회적 사건으로부터 버려진 곳이다. 펀은 수개월 만에 다시 돌아와 차에 있는 물건을 다시 버리고, 문 닫힌 을씨년스러운 공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비어있는 한 집에 당도한다. 자세한 설명이 나오진 않지만 방과 부엌을 둘러보는 펀의 시선에서 그가 살았던 집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윽고 그녀는 문을 통해 밖으로 걸어 나간다. 카메라는 펀의 뒷모습을 비추고, 그녀의 앞에 놓인 것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들판과 저 멀리 네바다주 어딘가의 설산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소년 (범죄)소년, (범죄)소녀를 만나다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떠나는 이유, 여행의 시작 디센던트  ‘원래 삶이란 슬프고 웃기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뚱가뚱가.
뉴스, OST & 맛집. 2016년 10월 19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그리고 세상은 이토록 고독하다] 영화 <아비정전 DAYS OF BEING WILD>을 들으며
암수살인 장르의 관습에 고민한 자리 오늘의 주류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태도, 대상을 다루는 데 대한 고민의 흔적, 장르에 기대하는 관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는 영화의 시도들이 유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아버지의 세계로 귀환과 웃음의 약수터 양영철의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이라는 한 개의 큰 퍼즐로 완성되는 구조다. 양영철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단편 시나리오를 써내려 가다 장편으로 완성되었다는 제작 에피소드를 알려주었다.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인디아 송>: 불립문자(不入文字)의 세계 India Song(1974) 외로움과 죄의식에 관한 거짓말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7일 <택시운전사>를 보고 <꽃잎>을 떠올리다: 김만섭과 ‘우리들’ ‘광주’가 지닌 비극적 면모의 일부이겠지만. 여기서는 시각적 쾌감은 말할 것도 없고 위안조차 불편하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괴물로 드러나는 현실과 내면의 욕망 <올드보이> 깊은 치유가 필요한 우리의 상처가 무엇인 지 생각해보는 성찰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근대의, 그리 고 우리의 새로운 신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우리시대 누구나 반달이 될 수 있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나루세 미키오와 전후의 감각 <흐트러지다 > 절제 속의 역동을 통해 반복 안에서 차이를 발굴하려는 열의 (오즈 야스지로)와는 또 다른 곳에 나루세 미키오의 길이 뻗어나 있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1월 18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도시의 마지막 구원자] 그 복잡한 지옥도 속에서 색소폰은 여전히 귓가를 헤맨다. 이 밤을 서성이는 고독한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낮은 음성으로.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소파에 앉은 아이들 [헬리] 법 앞에서 그것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보통의 인간처럼 나는 법관을 지키는 문지기의 등을 여전히 응시할 수 없다
칼럼, 정한석의 영화공원. 2018년 9월 21일 [정한석의 영화공원] 그럼 무엇이 있었나 _ <너는 여기에 없었다> *스포일러 있음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필름 소셜리즘 세계의 비참에 대한 영화의 사유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지랄 같네… 사람 인연… [사랑]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사랑〉. 이제는 이 영화를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17년 7월 14일 신의 꿈을 꾸는 안드로이드 <에이리언: 커버넌트> SF호러 장르를 연 <에이리언>은 극한의 두려움이란 기본적으로 무지(無知)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화처럼 보였다.
뉴스, 웹툰. 2017년 1월 3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7 동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7 동주_웹툰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남극일기 어느 정도 영화를 이해하고 좋아했는지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하게〈남극일기〉를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가 있다면,지나 친 욕망의 끝에 남는 건 허무함뿐 이라는 것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5일 주술적 믿음에 대하여 <곡성(哭聲)>을 위한 변명 다시 질문을 빙글빙글 돌려 원점으로 회귀시키는 ‘소라형(나선 형)’의 이야기 방식이 단순히 극영화의 문법적 일탈로만 이해되지 않는 이유이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 그 일관된 방식에 결국 관객은 설득되고 그들이 가진 은밀한 매력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영도다리 상실 그리고 회복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희망은 어디에…[희망의 나라] 후쿠시마의 비극을 넘어서자는 감독의 의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것이 자칫 잘못해서 ‘위대한 야먀토 민족’의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3(통권 53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4월 1일 FILM REVIEW 밤이 아닌 밤의 두 남자의 로드 무비 [백야] 이송희일이 2012년에 발표한 세 편의 퀴어연작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백야>라는 영화는 그 담백함이 먼저 눈에 뜨이는 작품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스토커 핏줄론(論)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 엄마의 블라우스, 아빠의 벨트, 삼촌이 사준 구두. 나는 온전히 나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러나 아무나의 길 <판타스틱 우먼> 눈에 강력하게 끼인 이항대립적인 백태가 사라지고 ‘아무나’와 분별없이 어울리는 그런 자리를 희구하는 일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세상, 무순을 가로질러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2021)를 두고 그동안의 다른 영화들이 한국 사회의 ‘청춘’(혹은 청년세대)의 재현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미디어 안의 청년들은 얼마간 불안함을 내재하고 있는 존재처럼 여겨지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청년들은 언제나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거나 사회 구조 하의 폭력과 억압을 받는 대상처럼 묘사된다.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역시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청년 두 명이 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6일 일상의 힘, 순환적 리듬이 빚어내는 변화 <내일을 위한 시간> 영화는 비록 단 한 번의 주말이 지만 그녀의 삶을 짐작케 하고, 고작 단 한 번의 주말이기에 그녀의 삶을 보이지 않게 한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성장한다는 것은 미쳐가는 거야 [안개 속의 풍경] 입맛에 맞게 잘라내고 없애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롱테이크 촬영은 인생과 닮았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시네로망> 영화와 소설의 기형적 진화, 필름리뷰-독자기고 이미지와 언어를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해체, 융합하는 접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문학이 영화를 통해 넓혀나 갈 수 있는 지표이며, 영화가 문학을 통해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강적 조민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오우삼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강적’ 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소성리 타인의 삶과 그 세계에 대한 이해 영화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소성리>는 그렇게 타인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요즘 한반도는 ‘샤이(Shy)’가 좋습니다 <공조> 한 편의 영화에서 분단 문제를 해결할 만한 관점을 기대한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북이 함께하는 영화들에서 잠자던 공동의 불안과 희망이 깨어나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 거기에는 해결과는 멀지만 늘 ‘해소’의 모티브가 있고, 모두 한반도 땅의 평화를 점쳐보는 통일된 순간을 맞는다. 이는 매번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공통된 의도이자, 질적 평가를 떠나 그들의 생존 가치가 되는 현실적인 덕목이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더 레이디, The Lady(2011) 강윤정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아웅산 수지의 드라마틱한 삶을 응시하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그 단순하고 순결한 복수의 칼에 대하여 올드보이 가장 영화적인 모티브인 ‘복수’가 온전히 박찬욱 감독의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보통의 아픔 종종 어떤 영화에는 송곳 같은 장면이 있다. 이 송곳 같은 장면을 무어라 딱 잘라 말하기엔 그 성격이 다양하다. 영화의 핵심을 건드리는 명장면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송곳 같은 장면의 유무가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며 어떨 땐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으로 영화의 만듦새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언급할 장면은 꽤나 예상치 못한 순간인 장면으로 뇌리에 남았다. 오랜 시간 동안 개봉이 미뤄졌다가 올해 여름 개봉한 마블의 신작 <블랙 위도우Black Widow>(2021)의 후반부,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와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 분)의 만남이 그 장면이다. 나타샤가 자신의 과거와 적 세력에 대한 비밀을 마주하는 장면에는 CG나 액션이 없으며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블록버스터 특유의 스펙터클도 없다. 단지 두 사람의 몸짓만이 있을 뿐이다. 드레이코프는 손찌검하려는 자세를 취하다 손을 내리고 나타샤는 손찌검을 당할까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다. 이 장면은 여태껏 봐왔던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동작이다. 다른 마블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의 활약을 봤다면 이 순간에는 블랙 위도우가 어떤 액션의 자세를 갖추는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움찔한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선택을 선택하며 사는 삶 [미스터 노바디] 누구나 미래를 상상한다. 가장 흔한 예는,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는 미래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2016년 4월 21일 앞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간극 <동주>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 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폐허의 세계에 던지는 물음 [일대일], 영화부산 <일대일>은 직설화법의 물음을 통해 폐허의 세계를 ‘일대일’로 응시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2011년 부산파랑 08+09 (통권 38호), 리뷰, 필름 리뷰. 2011년 8월 10일 Special Theme - Asia Film Story : 오겡끼데스까? 우려하는 것처럼 가면 큰일나는 나라도 아니고 여느 때 보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과 위로로 북적거려야 마땅한 곳 이다. 출국일 텅빈 공항이 또 다시 눈에 밟힌다
뉴스, 웹툰. 2016년 10월 20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1 맨 인 더 다크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1 맨 인 더 다크_ 웹툰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괴물 헐리우드 영화의 세계주의적(코스모폴리탄)인 시선이 바로〈괴물〉에도 있었던 것이라 자부한다.
리뷰, OST & 맛집. 2016년 12월 07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나 좀 고쳐주세요] 영화 <데몰리션 DEMOLITION>을 들으며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2011)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2004 Winter (통권 1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12월 7일 내 머리속의 지우개 약간의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를 사랑이라는 매개로 다시 한 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준 영화였기에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투기가 전위가 될 수는 없었을까? [잉투기] 영화를 보는 자와 영화의 연대에서 희미하게 나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2004 Winter (통권 1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12월 7일 여선생 VS 여제자 초등학교 시설 친구들에게 전화기를 돌려보게끔 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
뉴스, 웹툰. 2016년 7월 12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어른’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라고 믿고 싶은 지금 우리도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임을 해원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2008 Winter (통권 28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2월 25일 [미쓰 홍당무]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붉은 얼굴로 비호감 연기를 한 공효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1등에 가리워진 사랑받고 싶은 2등에 대해서도 작게나마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뉴스, 웹툰. 2016년 10월 1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0 아이 엠 어 히어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0 아이 엠 어 히어로_웹툰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잔혹한 비밀 [히로시마·평양] 역사적 문제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과 원전의 위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2002 Summer (통권 2호), 리뷰, 2002년 7월 26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