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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소파에 앉은 아이들 [헬리]

  • 글 ·
  • 작성일2020. 12. 21

<헬리Heli>(2013)


다소 논쟁적인, 무척 태연한 영화 <헬리>
올해 칸영화제(66회)의 감독상을 받은 아마트 에스칼란테 감독의 <헬리>는 수상의 찬반논쟁을 이끌며 가장 뜨거운 영화가 되었다. 그 결정은 심사 위원단에서도 큰 논란이지 않았을까. 스티븐 스필 버그가 이끈 경쟁부문의 심사위원단 중 감독만을 살펴보면, 이안, 림 렌지, 크리스타안 문쥬가 있다. 그들의 행적만 가지고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와 이안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문제적 감독으로 대변되는 <케빈에 대하여>의 림 렌지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의 크리스티안 문쥬는 할리우드와는 확연히 다른 성향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설마 수상작 선정을 위하여 멱살잡이라도 했겠느냐마는, 저마다 상반된 폭력에 대한 성찰과 의식으로 미뤄봤을 때 논쟁이 펼쳐졌을 거라 짐작하는 것도 영화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이렇게 논란의 불씨를 붙였던 것인지 칸의 현지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 씨네필들은 이 영화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군홧발에 짓눌린 한 남자(헬리)와 하얀 러닝을 입은 또 다른 남자(베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화면 밖에는 알 수 없는 잡담과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작은 트럭 위에서 거의 죽어가고 있다. 트럭은 육교 밑 한적한 도로에 멈추고 정체모를 사내들이 두 남자를 끌고 육교로 올라간다. 사내들은 헬리를 육교 위에 버려둔다. 하지만 베토에겐 가혹하다. 아니, 잔인하다. 아니, 태연하다. 그들은 베토의 바지를 벗기고 목에 밧줄을 묶어 육교 아래로 떨어트린다. 베토의 시체는 육교에 매달린다. 사내들은 트럭을 타고 재빨리 현장을 빠져나간다. 이제 카메라는 트럭의 짐칸 위에 위치하여 육교를 바라보게 된다. 트럭은 매달린 시체를 응시한 채, 어쩌면 냉정한 무응시로 멀어진다. 이 두 남자가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폭력의 절정으로 가기까지, 헬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자동차 공장의 평범한 노동자 헬리는 우연히 옥상의 물탱크에서 코카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여동생 에스텔라의 남자친구인 베토가 숨겨둔 것이었다. 헬리는 에스텔라가 위험한 일에 연루될 것을 걱정하여 코카인을 모두 물 웅덩이에 버린다. 이내 정체모를 사내들이 나타나 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하고 헬리와 에스텔라, 그리고 베토까지 모두 납치한 다. 문제는 납치범이 끌고 간 한 장소에 있다.
 

식탁에 오른 소보루 만큼이나 일상적인 폭력
그 공간은 평범한 가정집의 응접실이다. 아이들은 TV에 연결된 패드를 손에 쥐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장정들이 두 남자(헬리와 베토)를 데려오자 세 명의 아이들은 뭔가 더 재미난 것이 생겼다는 듯 소파에 모여 앉는다. 그들의 보모로 보이는 한 여자가 기웃대기도 하지만 카메라는 그녀에게 특별히 관심을 주지 않는다. 사실 이 방 안에서 카메라의 관심 대상은 딱히 없다. 그저 간식 시간에 식탁에 오른 소보루 빵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그 방에 있는 이들의 얼굴, 나이, 상태는 충격적이다. 그 충격은 그들의 악마성이 아닌, 평범함에 있다. 양심의 가책 없이 유대인을 학살한 자들을 가리켜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 했다. ‘말의 무능력, 생각의 무능력, 판단의 무능력’이 납치범들의 공간에 존재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지 못하는 무능함이 납치범의 얼굴에 그려진다. 그 얼굴들은 그저 마땅히 그러해야 함을 실천하듯 헬리와 베토에게 몽둥이질을 하고 성기에 술을 부어 불을 붙이기도 한다. 감독은 이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그저, 마땅히, 그러해야 함. 이 단어에는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악이 존재한다. 그들의 사고 체계는 무사유성, 즉 일종의 마비가 된 것이다. 이것이 현 멕시코의 실정이라는 데에 이 영화의 윤리적 의식과 영화적 형식이 충돌한다.
 

소파에 앉은 아이들
소파에 앉은 아이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 해야 할 것 같다. 납치범은 세 명의 아이들에게 총이나 몽둥이를 건넨다. “자, 네가 해봐.” 첫 번째 아이는 몽둥이를 들고 베토의 등을 내려치지만 뭔가 어설프고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잘 해내고 싶어 한다. “다음은 네 차례야.” 두 번째 아이는 거의 어른의 폼을 닮아있다. 마치 야구선수가 스윙하듯이 유연한 자세로 폭행한다. 두 번째 아이는 결국 칭찬을 받는다. “이젠 네가 해봐.” 세 번째 아이는 총이나 몽둥이를 거절한다. 그 거절의 순간은 아주 짧게 지나가지만, 아이의 혼돈과 망설임과 분노와 두려움은 찰나적으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왜냐하면 관객은 모두 베토, 헬리와 같은 인질이 되어 그 방 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눈동자가 흔들리는, 어쩌면 작은 희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그 아이에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그저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아이와 세 번째 아이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차츰 더 나아진 스윙을 가지게 될 아이와 훗날 대타자의 정당성을 확보하여 또 다른 인질을 끌고 올 납치범이 될 이들에게서 파시즘적인 스놉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부터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았던 한 아이, 몽둥이나 총을 건네자 찰나의 거부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 아이에게 있다. 감독은 이를 묵인해버리지만 희박한 윤리적 가능성이 어쩌면 이 영화의 이유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 번째 아이가 영웅심을 발휘해 집단이 분열을 일으키고, 힘을 발휘하는 그러한 진정성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단언하건대 비단 멕시코 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아이들 아이의 불안을 묵인하는 감독의 판단은 미학적으로 옳았을까. 그의 선택은 헬리의 가족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에 대부분의 서사를 할애한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폭력의 장면은 단 10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잔상은 결코 10분이 아닐 테지만… 폭력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헬리는 다시 일상적인 세계로 편입된다.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운다. 인과의 논리 없이 납치범으로부터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헬리의 여동생 에스텔라는 말을 상실한다. 어쩌면 청각의 상실인지도 모르겠다. 에스텔라는 소파에 앉아 있는 게 그녀의 삶이 되었다. 폭력의 하루 위로 어느덧 시간의 더께가 앉아가고 있는 걸까. 창이 활짝 열린 집에서 헬리는 아내와 섹스를 한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원만하지 못했던 섹스였지만 그제야 가능한 것이 되었다. 에스텔라는 조카를 껴안고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다. 이 소파 위에 앉은 아이들에게 들리는 것은 남녀가 뒤엉킨 신음소리 뿐이다. 아니, 그것은 관객에게만 들린다. 에스텔라는 정말로 들리지 않는 것일까, 언어를 상실한 것일까, 듣지 않으려는 것일까, 말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엔딩이 인상적인 영화다. 화면 밖으로 헬리와 아내의 섹스 소리가 들린다. 거실에 열린 창문으로는 바람이 들어온다. 감독은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했고, 인물들은 이제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서쪽에서 불어오고, 풍성하게 바람을 껴안은 커튼은 부풀어진다. 하지만 풍성한 커튼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비어있는 것과의 대화는 존재할 수 없다. 침묵만이 그저 대화를 대변 한다. 다만, 창문이 열려 있다는 것, 바람은 아직도 불어온다는 것, 커튼이 그것을 감싸 안아 실체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 그 구체적인 형상들이 한 장의 이미지처럼 나에게 남아있다. 그럼에도 법 앞에서 그것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보통의 인간처럼 나는 법관을 지키는 문지기의 등을 여전히 응시할 수 없다. 별도리가 없다.


오성은 자유기고가/ 동아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부산 KBS1 TV [바다에세이 포구]를 진행했으며, 문화 웹진 [채널 예스]에 포구 이야기를 연재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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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웹툰. 2016년 10월 20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1 맨 인 더 다크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1 맨 인 더 다크_ 웹툰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그곳에 상처를, 남기다 <꽃섬> 슬픔에 공명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타인의 시선이 슬픔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필름 소셜리즘 세계의 비참에 대한 영화의 사유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델마>, 서서히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북유럽의 서늘한 기운을 담은 <델마>는 차갑고도 뜨거운 영화다. 서서히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불타오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클로즈업,신성과 접촉하는 영화의 방법[잔 다르크의 수난] 클로즈업, 신성과 접촉하는 영화의 방법 <잔다르크의 수난> 
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한국 최초의 하우스 호러 <장화, 홍련> <장화, 홍련>도 이미 메이킹과 현장공개 필름을 본 후였기 때문에 무서운 것에 대한 방어막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나의 결혼원정기 라라의 망명소식을 듣고 과수원길을 한걸음에 내달리는 만택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가슴 따뜻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잔혹한 비밀 [히로시마·평양] 역사적 문제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과 원전의 위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페이드아웃 [베티블루] 베티는 영원히 눈부신 스무 살이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지랄 같네… 사람 인연… [사랑]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사랑〉. 이제는 이 영화를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애니미즘 (animism) 의 극에는 대자연이나 정령이 아니라 진정하게 인간 소외를 완성 시키는,인간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신칸센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아이들 집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침묵의 사냥 [더 헌트] 영화 <더 헌트>는 이 순환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세계를 향해 묵직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 웹툰. 2016년 6월 14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2 아가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2 아가씨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어른’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라고 믿고 싶은 지금 우리도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임을 해원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마돈나의 역설: 성장의 다른 물음에 대하여 [천하장사 마돈나] 동구의 이 뒤집기는 단순한 씨름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과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살의 카운터 펀치이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러나 아무나의 길 <판타스틱 우먼> 눈에 강력하게 끼인 이항대립적인 백태가 사라지고 ‘아무나’와 분별없이 어울리는 그런 자리를 희구하는 일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뉴스, 웹툰. 2016년 9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사상 최악의 협상극 세븐데이즈 영화 <세븐 데이즈>를 필두로 한국 스릴러 영화가 많이 제작되어 한국영화장르의 주류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이 스릴러 매니아의 한 명으로써 손꼽아 기다려진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세일즈맨>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이냐고 되묻고 있을 뿐이다.
2002 Spring (통권 1호), 리뷰. 2002년 4월 26일 일본 니이가타현에서 바라본 <리베라 메> <리베라 메>의 상영과 세미나가 끝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감탄사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보았을 때 이제 한국영화의 자리가 조금 더 넓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6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그녀가 작곡한 사진을 듣다] 영화 < Her >을 들으며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바람의 파이터  나라사랑의 마음을 더 품어준 영화인것 같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영화였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그 단순하고 순결한 복수의 칼에 대하여 올드보이 가장 영화적인 모티브인 ‘복수’가 온전히 박찬욱 감독의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3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어떤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춰야 하는 것처럼] 영화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을 들으며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장 피에르 레오의 눈이 바라본 것, 스와 노부히로의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불멸성에 대한 불안이건 생성되고 활동하 는 영화, 죽음을 되받아치는 눈동자건 중 요하지 않다. 나는 레오의 마지막 눈빛을 보았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신화로부터 멀리: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Nomadland>(2020)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영화 후반부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자신이 떠났던 네바다주의 엠파이어 마을로 다시 돌아왔을 때다. 이 마을은 집을 만드는 석고 보드 공장 내 생산품으로 터전이 유지됐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집값이 폭락하고 주택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88년 만에 공장 문을 닫았다. 더욱이 이 동네는 주소마저 쓸 수 없게 됐다. 엠파이어는 말 그대로 거대한 사회적 사건으로부터 버려진 곳이다. 펀은 수개월 만에 다시 돌아와 차에 있는 물건을 다시 버리고, 문 닫힌 을씨년스러운 공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비어있는 한 집에 당도한다. 자세한 설명이 나오진 않지만 방과 부엌을 둘러보는 펀의 시선에서 그가 살았던 집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윽고 그녀는 문을 통해 밖으로 걸어 나간다. 카메라는 펀의 뒷모습을 비추고, 그녀의 앞에 놓인 것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들판과 저 멀리 네바다주 어딘가의 설산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2월 2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울한 사랑과 실패할 열정] 김일두의 ‘문제없어요’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Hable Con Ella>를 들으며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함께 만들어가는 멋진 인생을 위하여 [멋진 인생] 경제력을 향상시키면서도 내면이 공허해져가는 삶이 아닌, 함께 기쁨을 느끼며 충만해지는 삶을 살아나가는 길을 택한 그들의 공존력이 가급적 많은 이들과 공유될 수 있었으면 한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풀잎들>, 죽음 또는 중심의 소멸 죽음과 중심이 소멸된 홍상수 생태계의 미래를 더 예측하는 것은 늘 그랬듯 불필요한 일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투기가 전위가 될 수는 없었을까? [잉투기] 영화를 보는 자와 영화의 연대에서 희미하게 나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강적 조민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오우삼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강적’ 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린 북 경계선의 사람들 내가 돈과 토니의 웃음을 마냥 행복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린 북>의 세계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선들은 무수히 많은 형태로 영화 속에서 존재한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질주가 아닌, 부유(浮游): [설국열차]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설국열차처럼 일거에 멈춰 세울 수 없는 무형의 거대 열차이기 때문이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로마> - 왜 개똥의 연대는 말하지 않을까? ‘그 하녀’를 위해 ‘그때’의 얼룩과 이별하는 중이다. “리보를 위하여.”는 그런 맥락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더 레이디, The Lady(2011) 강윤정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아웅산 수지의 드라마틱한 삶을 응시하다
뉴스, 웹툰. 2016년 7월 12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탯줄 없는 아버지들의 세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슈퍼맨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사랑한다는 말에 수식어는 필요 없다 [오직 그대만], 영화부산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할 때 화려한 수식어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비운의 여배우 김삼화 김삼화, 그녀가 지금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는지 죽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참으로 좋은 배우 였으나 불행한 배우였다고 기억한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 ART WORK, 그러니까 ‘예술을 한다’는 것에 관해
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사랑도, 연애도, 그것도 [뜨거운 것이 좋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았던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가족관을 뒤바꾸는 새로운 가족 개념과 여성성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7월 20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산 아래 숨은 사랑의 노래들] 영화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을 들으며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너는 여기에 없었다> - 카운트다운의 끝은 어디를 향하는가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거꾸로 수를 세는 것뿐이란 슬픈 인식만은 뚜렷이 남는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뉴스, BFC 뉴스. 2016년 11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비명조차 집어삼킨 악몽의 밤 <맨 인 더 다크>] 어둠의 심연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공포는 곧 베일에 싸인 맹인의 정체에 관한 호기심과 결부되어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고픈 도둑들의 심장을 옥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