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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2016년 4월 21일

앞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간극 <동주>

  • 글 ·
  • 작성일2021. 01. 04




아마 윤동주 시인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읽 었던 ‘오줌싸개 지도’라는 시를 통해서일 것이다. 지난 밤 동생이 요에다 싼 오줌을 ‘꿈에 가본 엄마 계신/별나라 지 돈가?/돈 벌러 간 아빠 계신/만주행 지돈가?’로 표현한 그 구절을 보며 당시 어린 나는 시 속의 화자가 얼마나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던 기 억이 난다. 그리고 중학교를 진학하면서 국어시간을 통해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읽으며 암울한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누구 보다 가슴 아파하며 괴로워했던 한 청년 지식인을 발견해 내었다. 그렇게 동주는 나에게 혹은 우리들에게 각인되어 왔고, 또한 시인(詩人)이라는 다소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 (Aura)로 신비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 ‘동주’가 2016년 이준익 감독에 의해 다시 영화로 태어 났다. 거기엔 ‘몽규’라는 또 다른 인물을 데리고서 말이다.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의 폭압 속에 양극단으로의 선택만을 강요하는 당시의 현실처럼 영화는 모든 장면을 흑과 백으 로 처리하며, 또한 등장하는 두 인물의 미묘한 갈등도 이 를 통해 더욱 섬세하게 빚어내고 있다.
 

동주(강하늘 분)와 몽규(박정민 분)는 간도 명동촌에서 태 어난 동갑나기로 사촌 간이라는 혈연적 관계뿐만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한 동지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 지만 서로의 성향이 달랐던 두 사람, 항상 불의(不義)에 관 대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이를 바로 잡으려는 혁명지향적 성격을 가진 몽규와 사색적이고 감성이 예민하며 문학과 시를 사랑하여 이를 끊임없이 자신과 시대로 확장하려 했 던 동주, 이 둘이 만들어가는 사건의 전개는 항상 몽규에 게서부터 출발한다.
 

‘술가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에서부터 연희전문 시절 유인물 발간을 주도하고, 일본 유학 때 원하 는 교토 대학에 혼자 당당히 합격하며, 또 마지막 항일운동 에서까지 앞장 서는 몽규에게서 동주는 늘 부러움과 질투 를 느낀다. 항상 뒤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강한 자책과 함께 부끄러움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 면 이 영화의 매력은 몽규에 대한 ‘대타적 자아’로서 이런 동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내었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물론 몽규와 ‘절박한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경성 하숙방에서의 날을 세운 대립, 그리고 일제에 피검 후 수의를 입고도 끝까지 진술서에 날인하 지 않은 동주의 숨은 정체성(正體性)은 정지용 시인을 만 난 한 장면에서 충분히 가늠되기도 한다. 그가 그렇게 만 나고 싶어 했던 시인과의 대화에서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것이 무엇인가를, 그리 고 진정한 용기는 철저 한 자기의 반성에서부 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편 ‘인생은 살기 어 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시인의 단호한 목소리 는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흘러나오는 여러 편의 시적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도 남는다. 동주 역을 맡은 강하늘의 시 낭송은 각 장면 장면에 오롯이 녹 아들어 식민지 시대, 그 무엇도 허용되지 않는 불구의 현 실 앞에 흔히 역사책에 나오는 위대한 독립운동처럼 무엇 을 이루어 내었는가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인으로서 어떻 게 고민하며 이를 어렵게 살아내었는가를 잔잔히 관객들 에게 전해주고 있다.


간도에서 머나먼 이국 땅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 이르 기까지 끝내 조선어로 시를 쓰며 자신의 생을 말했던, 그 리고 생체실험에 의해 안타깝게 스물아홉의 꽃으로 진 한 젊은 영혼에 대해 5억이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낸 영화 의 무성한 후일담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준익 감독은 말하 고 싶은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신화를 벗겨낸 인간 ‘동주’ 로서의 모습과 그가 끝내 닮고 싶어 했던 또 다른 자아인 ‘몽규’의 모습을 통해 그 미묘한 간극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한편 메울 자리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마치 동주의 어 느 시 구절에서처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을까?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 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김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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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소년 (범죄)소년, (범죄)소녀를 만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희망은 어디에…[희망의 나라] 후쿠시마의 비극을 넘어서자는 감독의 의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것이 자칫 잘못해서 ‘위대한 야먀토 민족’의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환상적이야! <미드나잇 인 파리> 첫 장면부터 길에 대한 감독의 눈에 띄는 편애, 애정은 아마도 환상을 품고 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아버지의 세계로 귀환과 웃음의 약수터 양영철의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이라는 한 개의 큰 퍼즐로 완성되는 구조다. 양영철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단편 시나리오를 써내려 가다 장편으로 완성되었다는 제작 에피소드를 알려주었다.
필름리뷰 혼성의 공간 윤종빈의 근작 <수리남>(2022)을 다 본 뒤, 영화가 주는 만족도와 별개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투명해도 되나?’ 영화에서 등장한 일련의 범죄 현장이 실제 수리남보다 얼마나 과장되었는지의 논란을 차치해 두고서라도 <수리남>은 그 드라마투르기(Dramaturgie)의 복잡성과 별개로 티 없이 맑은 느낌을 준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지랄 같네… 사람 인연… [사랑]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사랑〉. 이제는 이 영화를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죽음을 시청하는 자 누구인가 [더 테러 라이브]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마지막 호소의 목격자인 관객은 그 응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거기에 전이의 여부가 달려있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4월 22일 상처받은 어린 넋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줘야 할 때 <귀향>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배우로든, 스탭으로든, 관객으로 든··· 영화에 참여해야 한다.”
2002 Summer (통권 2호), 리뷰, 2002년 7월 26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리뷰, OST & 맛집. 2016년 12월 07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나 좀 고쳐주세요] 영화 <데몰리션 DEMOLITION>을 들으며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낯설고 익숙한 마주침 신비로우면서도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그래서 반가운 마주침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소파에 앉은 아이들 [헬리] 법 앞에서 그것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보통의 인간처럼 나는 법관을 지키는 문지기의 등을 여전히 응시할 수 없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7월 7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우리가 모르는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아마도 셜록 홈즈 만큼이나 대중들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받은 가공의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우정에 관하여<런던 프라이드> 우정이 법을 제정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확장된 시민들의 승리로 이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다.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이 아이는 죽어야 했다 김백준의 [작별들] 이 아이의 성장이 이토록 가혹한 것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아마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소녀의 삶은 계속된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행복에 관하여 [황금시대] 우선 자기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어른들이 싸우고 싶었던 아이 싸움 <대학살의 신> 주제를 압축시켜 버린 단 하나의 소품, 이런게 거장의 힘인가보다.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Asian Network KFCN / AFCNet 동향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세상의 중심에서 표류하기 [김씨 표류기] 우리들은 세상의 중심이자 경계에서 각자 표류중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17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Almost Blue] 영화 <본 투 비 블루 Bone to be blue>를 들으며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조폭의 시장, 무용한 비평 <조폭 마누라2>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 ART WORK, 그러니까 ‘예술을 한다’는 것에 관해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태풍 장동건, 이정재의 만남만으로도 영화 관객들은 새로운 한국형 블럭버스터와의 만남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막상 개봉관에서 만난 <태풍>은 과연“태풍”인지 의문에 빠지게 했다.
뉴스, BFC 뉴스. 2016년 11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비명조차 집어삼킨 악몽의 밤 <맨 인 더 다크>] 어둠의 심연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공포는 곧 베일에 싸인 맹인의 정체에 관한 호기심과 결부되어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고픈 도둑들의 심장을 옥죈다.
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살인의 추억 저열하고 폭력적인 80년대를 추억하다
뉴스, 웹툰. 2016년 7월 2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5 부산행 복면작가의 Movie Think #5 부산행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인디아 송>: 불립문자(不入文字)의 세계 India Song(1974) 외로움과 죄의식에 관한 거짓말
필름리뷰 현장과 무대 나는 <블랙 팬서>를 뒤늦게 본 관객이자 대체로 어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영화를 보기 전부터 알게 되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개봉 무렵 영화의 한 장면이 부산광역시를 대표하는 이곳저곳에서 촬영되었다는 소식은 피하기 어려웠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나와 같은 경로를 따라오지 않았을까 짐작도 하게 된다.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예의없는 것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는 사랑 앞에 두 번 깨어나는]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을 들으며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변산>, 변산의 말맛 <변산>을 힘차게 껴안고 싶은 이유는 찰지게 맛있는 말들의 리듬, 똑떨어지는 그 말맛 때문이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심장이 뛰네 포르노적 환상을 통한 성적 주체화와 자유의 여정
2015년 영화부산 vol 13(통권 53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4월 1일 FILM REVIEW 밤이 아닌 밤의 두 남자의 로드 무비 [백야] 이송희일이 2012년에 발표한 세 편의 퀴어연작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백야>라는 영화는 그 담백함이 먼저 눈에 뜨이는 작품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그곳에 상처를, 남기다 <꽃섬> 슬픔에 공명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타인의 시선이 슬픔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타인의 삶과 그 세계에 대한 이해 <소성리> 영화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소성리>는 그렇게 타인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