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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OST & 맛집. 2016년 10월 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타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일]

  • 글 ·
  • 작성일2021. 01. 07


타인을 엿듣는다는 건 얼마나 은밀하고 신비로운 일인가. 누군가의 울음소리만 엿들어도 눈물이, 어떤 것도 녹일 준비가 된 온도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듯.
 

좋은 사람들의 소나타
 

1984년의 동베를린, 개방정책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비밀경찰 슈타지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목표로 도청을 일삼고 스파이를 심어둔다.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비즐러는 원칙주의자이자 철두철미한 냉혈한으로 자신의 임무에 한 치 오차가 없다. 그가 특별하게 수행하게 될 임무는 극작가 드라이만의 집을 도청하는 일이다.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의 동선을 파악한 비즐러는 집안 곳곳에 도청기를 심은 뒤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그 작업이란 드라이만이 사는 건물 안에서 도청장치를 마주한 채 24시간 동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듣고 기록하는 일이다.
 

드라이만에 대한 도청 임무는 동독을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크리스타에게 빠져있는 장관의 욕정에서 비롯한 횡포(물론 그 시절의 도청 자체가 무모한 횡포였을 테지만)일 뿐이다. 장관은 크리스타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며, 드라이만의 약점을 잡아내려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예술에 혼란을 겪고 있는 크리스타는 거대한 파도를 위태롭게 기다리는 종이배처럼 나약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장관의 협박과도 같은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는 드라이만은 그들의 상황을 엿듣는 비즐러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청이라는 이 미묘한 작업은 보고서의 형식으로 완성된다. 듣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일이다. 하지만 기록하는 건, 일종의 해석이기에 아무리 도청 보고서라 할지라도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새로운 신곡을 대하는 음악 평론가처럼, 비즐러는 드라이만을 듣고 써낸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동요된다. 어디까지나 도청은 사람의 일이며, 감시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기에 그들의 행위는 비즐러라는 필터를 거쳐서 변형된다. 비즐러는 자신의 이해방식에 따라 보고서를 조금씩 고쳐나간다. 한편 드라이만은 스승의 자살로 인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정치적 사상범으로 몰린 스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국가의 감시와 압박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드라이만은 스승이 생일선물로 남긴 <좋은 사람들의 소나타 SONATE VOM GUTEN MENSCHEN>라는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동독의 예술가들이 지키고자하는 것이, 혹은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선율이, 그 어떤 메시지도 배제된 순수한 영혼의 위로가 비즐러의 귀로 흘러들어가는 순간,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비즐러는 자신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HGW XX/7


드라이만은 <동독의 자살에 관하여>라는 에세이를 서독의 시사주간지를 통해 익명으로 발표한다. 이 여파는 걷잡을 수 없게 커져만 가고 슈타지는 에세이의 초안이 누구의 손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찾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크리스타의 자백으로 드라이만이 범인으로 몰리지만 이에 앞서 비즐러는 결정적인 증거인 타자기를 빼돌려놓는다. 하지만 비즐러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크리스타는 죄책감으로 인한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고, 그로 인해 드라이만의 감시는 끝이 나게 된다.
 

자신의 집이 도청대상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는 드라이만은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 이후에야 그간의 기록들을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집은 완벽한 도청의 대상이었다. 자신을 도청한 자를 뜻하는 암호 HGW XX/7을 발견한 드라이만은 그를 찾아가게 된다. 미심쩍은 행위로 경찰 간부에서 퇴출당한 비즐러는 우편배달부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드라이만은 그의 삶(신념)에 불쑥 나타나려 하지 않는다. 다만 HGW XX/7이 자신에게 전했던 것처럼 귀를 기울이며 존중하는 방식을 담아 그만의 선물을 준비한다. 엿듣고, 엿본 자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는 냉전 속에서 차갑게 얼어버린 마음을 녹여버린다.

가브리엘 야레의 음악은 늘 그래왔듯 기이하면서도 불안한 화음으로 긴장을 만들어낸다. 마치 그보다 적절한 음정은 이 영화에 어울릴 수 없다는 듯. 어쩌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야 말로 이처럼 겹쳐질 수 없는 불협화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전혀 다른 두 음이 우연처럼 만들어내는 화음 속에서 우리는 잔잔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위로처럼, 차갑지만 뜨겁게도.


타인을 엿듣는다는 건 얼마나 은밀하고 신비로운 일인가. 타인의 행동에서 비롯된 이러저러한 소리는 공통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그것은 다시 개인의 성질로 변형되어 간다. 우리는 소리만으로도 타인의 동작을 읽어낼 수 있다. 행동은 소리를 만들고 소리는 행동을 상상할 여지를 준다. 누군가의 울음소리만 엿들어도 눈물이, 어떤 것도 녹일 준비가 된 온도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듯. 어쩌면 엿듣는다는 건 대상과 자아와의 충돌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충돌 속에서 피어나는 이해의 척도가 사랑을 만든다. 그리고 사랑은 비로소 사람을 만든다.


 

오성은 자유기고가/ 동아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부산 KBS1 TV [바다에세이 포구]를 진행했으며, 문화 웹진 [채널 예스]에 포구 이야기를 연재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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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살인의 추억 저열하고 폭력적인 80년대를 추억하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손님은 왕이다. 보여지는 그대로의 영화를 즐긴다면 참신하고 독특한 영화 한 편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2월 2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울한 사랑과 실패할 열정] 김일두의 ‘문제없어요’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Hable Con Ella>를 들으며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리턴 인스턴트식의 영화 대량생산은 처음엔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언젠가 관객들은 다시 공들여 만든 ‘잘 만든 영화’를 찾아 다시 흩어 질 것이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6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목소리의 정체 <네루다> 오스카는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니, 실존인물 네루다의 문학과는 무관하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소공녀>, 행복하냐고 묻지 마라 이 여행의 시작을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하지 마라. 
2011년 부산파랑 08+09 (통권 38호), 리뷰, 필름 리뷰. 2011년 8월 10일 Special Theme - Asia Film Story : 오겡끼데스까? 우려하는 것처럼 가면 큰일나는 나라도 아니고 여느 때 보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과 위로로 북적거려야 마땅한 곳 이다. 출국일 텅빈 공항이 또 다시 눈에 밟힌다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바람의 파이터  나라사랑의 마음을 더 품어준 영화인것 같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영화였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1월 4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하지만 계속 사랑을 할 거예요,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우디 앨런의 <애니 홀 Annie Hall>을 들으며...
앨비는 맛도 없고 양도 적은 음식점에 온 느낌이다. 1년 전만 해도 애니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0월 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악귀(惡鬼)들의 전성시대 <아수라>] <아수라>의 군상들은 너무도 추악하고 비루하여 차마 외면하고픈 우리네 사회상의 음울한 민낯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간절히 부르는 그 이름들] 아직 추운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로 우리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이젠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이름들이 몹시 아픈 날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마음을 놓고야 마는 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또래여서만은 아니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D- WAR 디워 한국 기술의 SF영화 D-War는 많은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여전히 보였지만 훌륭한 영화였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한국 최초의 하우스 호러 <장화, 홍련> <장화, 홍련>도 이미 메이킹과 현장공개 필름을 본 후였기 때문에 무서운 것에 대한 방어막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사상 최악의 협상극 세븐데이즈 영화 <세븐 데이즈>를 필두로 한국 스릴러 영화가 많이 제작되어 한국영화장르의 주류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이 스릴러 매니아의 한 명으로써 손꼽아 기다려진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망각의 정치학, 기억의 영화 시학 “세계는 사라졌다, 내가 널 데려다 줘야 한다.(The world is gone, I must carry you.)” 이렇게 영화는 시작된다.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그 시절,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사랑은 청춘을 성하게 한다.
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Asian Network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남영동 1985 용서는 가능한가. 변화는 가능한가.
뉴스, OST & 맛집. 2016년 6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그녀가 작곡한 사진을 듣다] 영화 < Her >을 들으며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2016년 4월 21일 앞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간극 <동주>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 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이 아이는 죽어야 했다 김백준의 [작별들] 이 아이의 성장이 이토록 가혹한 것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아마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소녀의 삶은 계속된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70여년만에 전국 개봉한 부산영화<오.구>를 응원해야할 7가지 이유 나는 진정으로, 부산에서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전국 개봉을 당당히 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영화 <오구>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세계에 대한 감응 : <문라이트>를 보고 <할렐루야>를 떠올리다

<문라이트Moonlight>(2016)에 대한 리뷰를 쓰려다 다른 영화로 생각이 옮아갔다. 킹 비더의 <할렐루야Hallelujah>(1929)가 그것이다.  두 영화 사이의 영향 관계를 밝히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뛰어나다는 식의 우열을 가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문라이트>와 <할렐루야>가 영화적으로 공유하는 요소도 그리 많지 않다. 여러모로 두 영화의 차이는 명확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친일의 제도, 제도의 친일 [집 없는 천사] 자본의 영세함과 기술 부족, 그리고 검열이라는 제도의 문제와 오래도록 싸우던 조선의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영화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곡성> 거대한 파도가 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삼켜버린다. 극 중 무당인 일광(황정민 분)은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17년 7월 14일 신의 꿈을 꾸는 안드로이드 <에이리언: 커버넌트> SF호러 장르를 연 <에이리언>은 극한의 두려움이란 기본적으로 무지(無知)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화처럼 보였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3(통권 53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4월 1일 FILM REVIEW 밤이 아닌 밤의 두 남자의 로드 무비 [백야] 이송희일이 2012년에 발표한 세 편의 퀴어연작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백야>라는 영화는 그 담백함이 먼저 눈에 뜨이는 작품이다.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예의없는 것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강적 조민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오우삼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강적’ 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7월 29일 OST에 빠지다, 영화 [그녀에게] Hable Con Ella, Talk To Her “사랑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고..
 
2008 Winter (통권 28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12월 25일 러브 어페어 수 많은 러브스토리가 있고 러브테마가 있지만 혹시라도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감동적인 음악에 흠뻑빠져 보시길 바란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소년 (범죄)소년, (범죄)소녀를 만나다
2005 Autumn (통권 1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10월 5일 너는 내운명 교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영화의 제일 큰 재미를 이 영화는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6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글로벌 경제위기가 충격한 보통의 삶 <라스트 홈>] “부동산에 감정 따위를 두지 마. 그건 그저 커다랗거나 작은 상자에 불과할 뿐이야.”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7 Spring (통권 2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3월 2일 하드보일드 클래식 壽 수 구차한 서사를 모두 덜어낸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이런 식의 표현이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