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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지금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 집중할 때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 글 ·
  • 작성일2021. 01. 11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이란 게 별 거 없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이런 생로병사의 과정인 삶이 잠이라면 사랑은 그 속에서 꾸는 달콤한 꿈이다. 작은 죽음이라 일컫는 잠이 우리네 인생의 활력이 되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오매불망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하여, 사랑으로 인해 빚어지는 세상사는 천태만상으로 펼쳐진다. 여기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정네가 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란 영화 속 주인공 영수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

화가인 영수(김주혁 분)는 선배 중행(김의성 분)으로부터 자신의 여자 친구인 민정(이유영 분)이 어느 남자와 술을 마셨으며 싸움까지 했다는 말을 듣는다. 중행은 자신만 아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라며 민정의 일을 기정사실화시킨다. 그 일로 영수와 민정은 크게 말다툼을 하고 민정은 당분간 서로 보지 말자며 자신의 집으로 가버린다. 민정을 떠나보낸 영수는 목발을 짚고 나타나 민정을 찾아다닌다. 목발에 의지해 띄엄띄엄 걷는 영수의 발걸음은 성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의 마음을 투영한듯하기도 하고 사랑을 찾아 헤매는 그의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잡힐 듯 잡힐 듯 민정의 모습은 영수에게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영수)가 애타게 찾아 헤매는 사랑(민정)은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꾸며 변신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고 변신하는 것임을 보여주듯… 그것이 세상살이 또 사랑의 본질이라는 듯. 여우같은 홍상수 감독이 그러한 낌새를 영화 속에 슬쩍 끼워 넣었다. 여자가 카페에서 읽고 있던 책이 바로 카프카의 <변신>이다. 사실 변신을 거듭하는 그녀가 민정인지 쌍둥이인지 또는 전혀 다른 여인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하여 편의상 여자라고 칭하기로 한다.
 

영수의 주변 인물들은 민정에 대해 오지랖 넓게 가십거리만을 찾아내려 애쓰고 남자들은 정작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민정 씨?”로만 호명하려 든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을 민정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네, 저 아세요?”라고 답한다.
 

아니라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신은 민정이다, 내가 아는 여자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하는 이들의 행태는 한낱 부질없는 먼지와 같음이 곧 드러난다. 그 예가 바로 여자에게 다가왔던 박재영(권해효 분)과 이상원(유준상 분)의 만남이다. 그들은 여자 때문에 서로 말다툼을 벌이다 어느 순간 친구임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들 사이에서 여자는 사라지고 없다. 자신들의 만남이 여자로 인해 이루어진 사실은 안중에도 없고 서로에게 주입시키려 했던 사건의 진상 따위 역시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그들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사이 여자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토록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했던 그들의 말과 행동은 여자가 민정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는 일종의 오기 내지는 시간 죽이기용 놀이 정도였던 것이다. 믿음을 상실한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혹은 알고 있다고 믿는 일들이 그러한 부박한 것임을 시인하지 못할 자 몇이나 되겠는가.
 

영수가 사는 집 근처의 여기저기를 민정과 쌍둥이라 자처하는 여자 혹은 그녀를 닮은 여성들 아니면 진짜 민정이 돌아다니면서 남자들을 만나는 사이 영수는 민정을 찾아 헤맨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가십거리, 편견 등 그들의 사랑을 흔드는 잡다한 세상사와 싸움을 벌이면서 쓸쓸한 걸음걸이를 옮기는 그의 모습은 위태롭고 유약해 보인다.
 

영수와 민정이 다시 만나는 날, 다른 남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민정은 자신을 민정이라 부르는 영수의 부름에 답하지 않는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믿을 겁니다.”
 

‘민정’이라는 이름에 메아리가 없을 때 영수가 택한 답이자 반응이다. 민정이 쌍둥이인지 민정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선배 중행의 말을 듣고 민정을 의심했던 영수가 그녀의 말을 믿고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사랑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위태롭고 유약했던 목발의 영수에게 사랑을 흔드는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용기와 의지가 발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믿을 겁니다’라는 말이 영수가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겠다는 의지의 발현인 주문은 곧 믿음으로 전개될 것이다. 믿는 대로 될지어다. 사랑을 떠나보낼 수 없을 때 기댈 수 있는 건 믿음 뿐이다.
 

믿음을 품을 수 없어 사랑을 등진 이에겐 달콤한 꿈이 노니는 잠은 영원히 요원한 일이다. 작은 죽음인 잠 속에 빠져 한 번 뿐인 자신 앞의 삶을 죽음 상태로 연명하다 마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금은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만 집중할 때이다.


나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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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전혀 판타스틱하지 않을 날들을 위해 <판타스틱 소녀 백서> 부정할 수 없는 생활의 하잘 것 없음, 그러나 판타지는 없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0월 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타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일] 영화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을 들으며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카페 뤼미에르>, 필름리뷰 아마도 요코는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을 뚫고 나간 열차는 멈추지 않고 종으로 횡으로 시간을 질러갈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페이드아웃 [베티블루] 베티는 영원히 눈부신 스무 살이다.
2002 Winter (통권 4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02년 12월 25일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어딘가에 나를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로 생각해줄 남자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뉴스, BFC 뉴스. 2016년 8월 24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7 터널 복면작가의 Movie Think #7 터널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그 단순하고 순결한 복수의 칼에 대하여 올드보이 가장 영화적인 모티브인 ‘복수’가 온전히 박찬욱 감독의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뉴스, 웹툰. 2016년 5월 13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 곡성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 곡성
뉴스, 웹툰. 2016년 7월 2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5 부산행 복면작가의 Movie Think #5 부산행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심플 라이프> A Simple Life (2011) 잊히지 않는다는 것은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2016년 4월 21일 앞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간극 <동주>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 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07 Spring (통권 2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3월 2일 하드보일드 클래식 壽 수 구차한 서사를 모두 덜어낸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이런 식의 표현이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예의없는 것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2005 Autumn (통권 1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10월 5일 박수칠 때 떠나라 이 시대의 자화상이고 정유정을 죽인 범인은 우리 자신이며 우리 또한 정유정이라는 것이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D- WAR 디워 한국 기술의 SF영화 D-War는 많은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여전히 보였지만 훌륭한 영화였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사랑, 경계를 넘어설 용기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우리는 그 고민의 흔적을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함께 만들어가는 멋진 인생을 위하여 [멋진 인생] 경제력을 향상시키면서도 내면이 공허해져가는 삶이 아닌, 함께 기쁨을 느끼며 충만해지는 삶을 살아나가는 길을 택한 그들의 공존력이 가급적 많은 이들과 공유될 수 있었으면 한다.
2002 Winter (통권 4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02년 12월 25일 <재밌는 영화>가 불러온 한국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재밌는 영화>가 일면 승전을 거듭하는 한국영화를 자축하는 기념비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한때 잘나가던 한국영화에 대한 묘비명처럼 보이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감정을 끄고 켤 수는 없으니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2021)의 주인공 진아(공승연 분)가 처음으로 농담을 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집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될 남자 성훈(서현우 분)이 진아에게 묻는다. 이 집은 왜 이리 싸냐고. 성냥으로 담뱃불을 붙이면 연기가 다르다고 말하는 귀신이 나온 집이라고 그녀는 답한다. 엉뚱한 농담과 쓸쓸한 진실, 사려 깊은 거짓말이 뒤섞인 저 말이야말로 어쩌면 진아의 본모습이 아닐까.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는 사랑 앞에 두 번 깨어나는]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을 들으며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2월 15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모래 위에 새겨진 폭력의 역사 <로스트 인 더스트>]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삶을 물려주고픈 아버지들의 바람은 그들의 땅에 스민 탐욕과 살육의 역사마저 자식세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며 끊이지 않는 폭력의 연대기를 이루었다.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영화홀릭의 영화이야기 - 피안(被岸) : 끝없는 춤 속에 머무르는 꿈, 분홍신(The Red Shoes) 1948 피안(被岸) : 끝없는 춤속에 머무르는 꿈
2005 Spring (통권 1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3월 6일 그때 그 사람들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행위가 비겁자를 만든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모노폴리 조만간 기발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출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탯줄 없는 아버지들의 세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슈퍼맨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내 안의 엘사들 [겨울왕국] 행복의 얼굴은 다양하다. 그래서 <겨울왕국>은 마법에 걸린 이들에게도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배려의 열쇠만 있으면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연대와 자매애로 다가서는 영화이다.
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Asian Network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2008 Winter (통권 28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12월 25일 러브 어페어 수 많은 러브스토리가 있고 러브테마가 있지만 혹시라도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감동적인 음악에 흠뻑빠져 보시길 바란다.
얼굴들 낯설고 익숙한 마주침 신비로우면서도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그래서 반가운 마주침이다. <얼굴들>의 서사에서 확실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은 인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7월 20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산 아래 숨은 사랑의 노래들] 영화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을 들으며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8일 이 시대의 ‘존’들을 위하여, <프랭크> 이 영화는 프랭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존의 쓰디쓴 성 장서사이기도 하다. 
칼럼, 정한석의 영화공원. 2018년 9월 21일 [정한석의 영화공원] 그럼 무엇이 있었나 _ <너는 여기에 없었다> *스포일러 있음
2002 Spring (통권 1호), 리뷰. 2002년 4월 26일 일본 니이가타현에서 바라본 <리베라 메> <리베라 메>의 상영과 세미나가 끝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의 감탄사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보았을 때 이제 한국영화의 자리가 조금 더 넓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2005 Autumn (통권 1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10월 5일 너는 내운명 교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영화의 제일 큰 재미를 이 영화는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3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어떤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춰야 하는 것처럼] 영화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을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