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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타자의 시선에 갇힌 사람들 <녹터널 애니멀스>

  • 글 ·
  • 작성일2021. 01. 13


영화는 세 가지 서사의 축을 갖는다. 화려하지만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미술관 대표이자 아트디렉터 수잔의 일상, 에드워드가 쓴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을 읽으면서 수잔이 회상하는 에드워드와의 과거가 교차된다. 에드워드의 소설 속 주인공 토니는 범죄자 무리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고, 그들을 처벌할 방법을 모색하는 자이다. 예전에 에드워드는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니 토니는 곧 에드워드 자신이다. 그는 소설을 빌어 자신의 감정을 수잔에게 표현하고자 한다. 과거 자신은 결혼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나약했다고, 그렇지만 상의 없이 행한 수잔의 낙태와 이별통보는 폭력적이었고, 그녀가 준 상처는 이토록 끔찍해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 그녀가 잘 살고 있는지, 과연 잘 살 수 있는 것인지를 우회적으로 말한다.
 



수잔은 이 소설에 급격히 빠져들고 그녀의 일상은 미세하게 흔들린다. 결국 이 영화의 큰 흐름은 문학을 통한 감정의 전달이다. 자기반영적 소설, 그것이 독자에게 일으키는 반응… 그러나 이런 점에서 <녹터널 애니멀스>는 일차원적이다. 화려한 영상미에 반해 설정과 전개는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왜 그 이미지로 시작했는가. <녹터널 애니멀스>는 여러 명의 비만 여성이 나체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관객은 곧 이 영상이 미술관의 전시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영상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한동안 왜 그것이 사용되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오프닝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수 분간 지속되는 이 영상에서 그녀들의 출렁거리고 늘어진 가슴과 살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일순간 클로즈
업된 얼굴의 그녀들은 카메라, 즉 관객을 똑바로 바라본다.
 

오프닝 시퀀스 직후, 주인공 수잔이 등장하는 첫 쇼트는 클로즈업된 그녀의 눈이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자신이 전시한 그 영상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을 응시하고 있다. 곧이어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한 번 그녀의 눈이 클로즈업된다. 대저택의 매끈한 철제 주차장 출입구에 자신의 차 헤드라이트가 반사되어 그녀의 눈을 찌른다. 그렇다, 눈! 영화는 시선의 문제를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포착한다.
앞선 나체 여인들 영상은 누드화의 연장선에 있다. 누드화는 새로운 ‘보기’ 방식을 제시해 회화사에서 미학적 성취를 이뤘다. 타인에게 보여주기를 목적으로 그려져, 누드화 속 여인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지각한 상태로 벌거벗은 포즈를 취한다. 타자의 시선을 인지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타자를 응시하는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이 교차되는 시선의 세계에 갇혀 때론 수줍어하고 때론 유혹의 눈길을 던진다.
 

“타인은 나의 지옥”이라고 했던 샤르트르는 나를 바라보는 타자의 등장으로 나는 타인의 시점에 사로잡힌 존재가 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수잔은 타자의 시선에 갇힌 여인이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대저택은 그녀가 정원을 탁 트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이내 감독의 카메라는 유리벽 바깥에서 건물 안쪽을 향하며 그녀를 그대로 노출시킨다. 이런 시선에 그녀는 숨을 곳이 없다.
 

타자의 시선이 수잔을 에워싼다. 그녀는  잠을 설친 것, 전시를 앞둔 긴장, 나빠지는 가정경제 상황마저 주변인들에게 들킨다. 심지어 소원해지는 남편과의 관계도 그들은 알아챈다. 회의를 하던 미술관 스태프들은 반사된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을 찌르듯, 그녀를 노려보기도 한다. 이런 타인의 알아봄(시선)을 맞닥뜨릴 때마다 수잔은 멈칫거린다. 야행성 동물이 생존을 위해 예민한 감각의 날을 세우듯, 수잔은 타자의 시선에 사로잡혀 불면증을 앓을 만큼 예민하다.


“다 가졌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수잔은 공허함의 원인을 모른다. 그녀의 공허함은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 보기 때문이리라. 속물인 어머니와 닮았다는 에드워드의 말에 발끈하고, 타인에 비해 덜 힘들게 살고 있다며 위안을 삼고, 직접 고른 작품이 별 볼 일 없음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앞선 감각의 소유자로 평가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에드워드도 마찬가지다. 그는 나약하다는 과거 수잔의 평가에 갇혀 강박적인 소설을 완성했다. 19년이나 흘렀는데도 나약함은 그를 사로잡는 키워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끝내 오지 않는 에드워드를 기다리던 수잔의 눈이 또 한 번 클로즈업된다. 고급레스토랑에 명품 실크드레스를 입고 장시간 기다린 그녀는 그 순간 무엇을 느꼈을까.  에드워드의 시선일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일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에 갇힌 자신일까.
 

김은정 bulma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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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리턴 인스턴트식의 영화 대량생산은 처음엔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언젠가 관객들은 다시 공들여 만든 ‘잘 만든 영화’를 찾아 다시 흩어 질 것이다. 
2009 Spring (통권 29호), 뉴스, OST & 맛집. 2009년 3월 19일 거장의, 거장을 위한, 거장에 의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 _Music by Clint Eastwood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이제 겨우 이야기의 시작 [고스트 메신저] 이 애니메이션은 영력을 가진 주인공 꼬마 ‘강림’이 영문 모를 장난감 하나를 떠맡게 되면서 시작한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 각자의 라라랜드] 데미언 채즐의 <라라랜드 La La Land>를 들으며
뉴스, 웹툰. 2016년 11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2 더 랍스터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2 더 랍스터
2008 Autumn (통권 27호), 리뷰. 2008년 9월 25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제목부터가 두 주인공의 만만치 않은 대결구도를 가늠케 한다.
2002 Winter (통권 4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02년 12월 25일 <재밌는 영화>가 불러온 한국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재밌는 영화>가 일면 승전을 거듭하는 한국영화를 자축하는 기념비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한때 잘나가던 한국영화에 대한 묘비명처럼 보이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D- WAR 디워 한국 기술의 SF영화 D-War는 많은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여전히 보였지만 훌륭한 영화였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영도다리 상실 그리고 회복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영화를 넘어선 영화<시> 영화적인 요소를 배제하여,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를 초월한 세상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정점이 바로 이창동 감독의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 웹툰. 2016년 5월 13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 곡성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 곡성
2003 Spring (통권 5호), 리뷰, 브리짓존스의 영화읽기. 2015년 4월 23일 이웃집 토토로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때면 토토로가 살고 있는 숲속으로 한번 빠져보심이...
뉴스, 웹툰. 2016년 12월 2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5 판도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5 판도라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무국적 역사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작 <도쿄 소나타Tokyo Sonata>(2008)를 언급하며 “도쿄에서만 촬영했지만 누가 봐도 도쿄를 알 수 있는 장소는 피하려 했다. 가능하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에서 찍고 싶다”고 했다. 릿쿄대학 스승 하스미 시게히코, 하스미의 또 다른 제자이자 대학 동문인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의 대담집인 <영화장화>(2018)에서 영화의 무국적성을 이구동성으로 찬미하며 그가 던진 말이다. 여기서 무국적성은 장소, 심지어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랬던 그가 첫 역사물이라서 그런 걸까.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2020)의 도입부 ‘1940년 고베 명주실 검사소’란 자막은 그의 새로운 시도와 전환의 아이콘으로 봐야 할까. 하스미를 정점으로 하는 무국적 영화의 미학은 이제 포기된 것인가.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그곳에 상처를, 남기다 <꽃섬> 슬픔에 공명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타인의 시선이 슬픔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8일 이 시대의 ‘존’들을 위하여, <프랭크> 이 영화는 프랭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존의 쓰디쓴 성 장서사이기도 하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겨울을 나는 방법 <러브레터> 영화를 본 이후 나의 쓸쓸하던 마음 역시 구원되었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굿타임> : 움직임을 의탁할 인물 <굿타임>은 자신의 움직임을 의탁할 대상을 찾는 듯 닉과 코니를 오가는 동역학에 대한 영화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 그 일관된 방식에 결국 관객은 설득되고 그들이 가진 은밀한 매력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영화 [두 개의 문] 2 Doors, 2011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아버지의 세계로 귀환과 웃음의 약수터 양영철의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이라는 한 개의 큰 퍼즐로 완성되는 구조다. 양영철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단편 시나리오를 써내려 가다 장편으로 완성되었다는 제작 에피소드를 알려주었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어느 기괴한 죽음 [미시마-그의 인생] 세간의 조롱 혹은 경멸에 찬 시선과 거리를 둔 채 가급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삶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뉴스, 웹툰. 2017년 1월 3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7 동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7 동주_웹툰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17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Almost Blue] 영화 <본 투 비 블루 Bone to be blue>를 들으며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행복에 관하여 [황금시대] 우선 자기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지금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 집중할 때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지금은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만 집중할 때이다.
2008 Winter (통권 24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월 30일 지랄 같네… 사람 인연… [사랑]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장면이 없는 영화,〈사랑〉. 이제는 이 영화를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세계에 대한 감응 : <문라이트>를 보고 <할렐루야>를 떠올리다

<문라이트Moonlight>(2016)에 대한 리뷰를 쓰려다 다른 영화로 생각이 옮아갔다. 킹 비더의 <할렐루야Hallelujah>(1929)가 그것이다.  두 영화 사이의 영향 관계를 밝히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뛰어나다는 식의 우열을 가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문라이트>와 <할렐루야>가 영화적으로 공유하는 요소도 그리 많지 않다. 여러모로 두 영화의 차이는 명확하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델마>, 서서히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북유럽의 서늘한 기운을 담은 <델마>는 차갑고도 뜨거운 영화다. 서서히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불타오른다.
2007 Spring (통권 2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3월 2일 두 남자의 짜릿한 일탈 쏜다 현실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승리자이기를 마음속으로 되 뇌어본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크로싱 131일간의 간절한 약속, 8천km의 잔인한 엇갈림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망각의 정치학, 기억의 영화 시학 “세계는 사라졌다, 내가 널 데려다 줘야 한다.(The world is gone, I must carry you.)” 이렇게 영화는 시작된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4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이제는 그를 놓아주어야 할 때 <제이슨 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인 <제이슨 본>도 이러한 전작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계승하려 한 작품이다. 하지만 얼핏 이상한 기미가 감지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어른’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라고 믿고 싶은 지금 우리도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임을 해원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마돈나의 역설: 성장의 다른 물음에 대하여 [천하장사 마돈나] 동구의 이 뒤집기는 단순한 씨름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지독한 편견과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살의 카운터 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