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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8일

전쟁을 사유하는 영화, <군함도>와 <프란츠>

  • 글 ·
  • 작성일2021. 01. 15


전쟁영화가 충무로의 대세처럼 보인다. 앞으로도 역사적 전쟁이나 현실적 전쟁을 다루고 있음은 숱하게 예고되고 있다. 전쟁이 지배적인 서사로 각광을 받는 것은, 매일을 살아가는 일상이 전쟁과 구별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소하게 삐끗해도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에서 일상이 전장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고, 이 속에서 삶의 지속을 가늠하는 것은 정말 너무 힘든 일이다.
 


사실 영화가 전쟁에 열광한 것도 전쟁이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기 때문이며, 전쟁을 사유하는 게 ‘삶’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폴 비릴리오 같은 철학자들이 ‘전쟁’을 그토록 집요하게 사유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릴리오의 논의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질문은 전쟁영화는 누구의 기록/기억인가이다. 전쟁이 참혹하다면, 그것은 전장이 피아로 분별 되는 구조를 반복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생/사로 구분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류승완의 <군함도>(2017)가 논란을 일으켰다면, 역사 해석을 둘러싼 ‘전장’에서 이 영화가 우리를 살아남은 자로 만드는 데 실패하고, 혹 살아남았다고 해도 그 ‘책임’을 귀속시켜야 하는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군함도>는 개봉 첫 주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역사 왜곡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외부적 사안으로 더 시끄러운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감독은 ‘군함도’에서 벌어지는 생존의 문제를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그는 조선과 일본의 대립을 통해 얻어지는 민족주의적 서사를 버리고,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역사를, 일본을 경유해야 찾을 수 있는 악의 잔재들을 불러들인다. 이때,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다이스케’ 보다 더 나쁜 놈 ‘윤학철’은 어떻게 보아야 한단 말인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다. 확실했던 적(일본)이 누구인지 판단할 수 없게 되었으며, 그저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을 보았기 때문이다. 류승완의 전작 <베테랑>(2015)이 ‘을’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면, <군함도>는 그러니까 ‘을’들의 자의식을 깨우는 영화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군함도>가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적을 인지시켜 삶을 불안케 한다면, 프랑수아 오종의 <프란츠Frantz>(2016)는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과 프랑스의 상황을 통해 우리가 전쟁이 만든 비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그리고 있어 흥미롭다. 영화 오프닝, 전쟁에서 전사한 독일인 ‘프란츠’의 가묘를 찾은 그의 약혼녀 ‘안나’가 있다. 그리고 가묘 근처를 맴도는 프랑스 남자 ‘아드리앵’이 보인다. 우리는 이 오프닝을 통해 이미 죽고 없는 프란츠가 끊임없이 호명될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영화의 제목도 프란츠임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프란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호명은 아니다. 전쟁을 경험한 독일과 프랑스인들 나아가 전쟁의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전쟁이라는 참혹함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환기시키는 ‘이름’인 것이다.
 


수많은 프란츠들(군인)의 죽음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삶을 보면 죽은 자와 다르지 않다. 일상이 파괴되어 가는 것은 프란츠처럼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가진 아버지들(독일과 프랑스를 위해 아들을 기꺼이 바친 남성들)을 통해 잘 드러난다. 아들을 잃은 슬픔은 분노로, 분노는 집단의 광기가 되고, 적대의 구조를 만든다. 적을 죽이는 행위는 국가의 승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정당하다는 것이 아버지들의 주장이다. 전쟁이 낳은 악순환 속에서 아드리앵의 행동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살기 위해 프란츠를 죽였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용서·구원받기를 원한다. 우리는 아드리앵을 통해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도, 전쟁을 모르는 자도, 프란츠(독일)와 아드리앵(프랑스)이 겪은 전쟁을 벗어나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았음에 희열을 느낄 수 없었던 <군함도> 속 한 척의 배에 겨우 실린 민중들의 얼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군함도>와 <프란츠>는 스펙터클하거나 선악 구도가 명확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의 의미와 전쟁 이후의 삶을 고민하게끔 만든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잊는 것이 아니라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것, 감동과 재미만을 찾는 우리 시대에 이들 영화가 말하는 방식도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김필남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으로 등단 후 글쓰기를 시작했다. 현재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경성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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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오늘따라 커피 맛이 쓴 이유 - 영화<노 임팩트 맨> 살아오면서 환경에 끼쳤을 엄청난 영향을 진지하게 반성해 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페이드아웃 [베티블루] 베티는 영원히 눈부신 스무 살이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 그 일관된 방식에 결국 관객은 설득되고 그들이 가진 은밀한 매력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이제 겨우 이야기의 시작 [고스트 메신저] 이 애니메이션은 영력을 가진 주인공 꼬마 ‘강림’이 영문 모를 장난감 하나를 떠맡게 되면서 시작한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7월 7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우리가 모르는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아마도 셜록 홈즈 만큼이나 대중들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받은 가공의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소파에 앉은 아이들 [헬리] 법 앞에서 그것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보통의 인간처럼 나는 법관을 지키는 문지기의 등을 여전히 응시할 수 없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1월 16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아직 무도회는 끝나지 않았다]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을 들으며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인터스텔라]의 철학, 무엇을 말했나? 우리가 재미로 즐기는 영화 속에 스며들어있는 서구의 정신세계를 흥미롭게 관찰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는 인문학적 시선의 해석과 도전을 기다리는 작품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카페 뤼미에르>, 필름리뷰 아마도 요코는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을 뚫고 나간 열차는 멈추지 않고 종으로 횡으로 시간을 질러갈 것이다.
암수살인 장르의 관습에 고민한 자리 오늘의 주류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태도, 대상을 다루는 데 대한 고민의 흔적, 장르에 기대하는 관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는 영화의 시도들이 유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02 Winter (통권 4호), 리뷰, 강소원의 영화다시보기. 2002년 12월 25일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어딘가에 나를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로 생각해줄 남자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언니들은 모르는 오빠들의 세계! 오 브라더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2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모두가 왕의 사람들 <더 킹>]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깃을 잡고, 첩보를 기획하고, 적당한 기회에 터뜨리는 일’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자 출세를 보장하는 지름길이었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0월 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타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일] 영화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을 들으며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오늘의 문예비평. 2015년 9월 24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거인], 김태용 감독, 최우식 / 양순주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장 그를 거인으로 만들고 규정해버린 것은 이 사회 구조가 아닌가를 성찰할 수 있는 안목이 동반되어야 한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중심과 주변 <아이들은 즐겁다>(2021)의 첫 장면. 흰색 트럭이 앞으로 다가와 멈춘다. 닫혀있던 차창이 서서히 내려가며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이경훈 분)와 아빠(윤경호 분)가 화면에 등장한다. 화면 구도상 다이의 시선이 중심이지만, 내게는 유독 옆자리에 앉아 잠을 자는 아빠의 모습이 돋보인다. 분명 트럭을 운전해 다이를 관객에게 소개한 장본인이지만, 그런 그의 첫 모습이 피로에 쌓여 쿨쿨 잠을 자는 모습이라는 것은 꽤나 인상 깊은 소개처럼 다가온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암수살인> 장르의 관습에 고민한 자리 오늘의 주류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태도, 대상을 다루는 데 대한 고민의 흔적, 장르에 기대하는 관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는 영화의 시도들이 유효했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 웹툰. 2017년 2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리턴 인스턴트식의 영화 대량생산은 처음엔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언젠가 관객들은 다시 공들여 만든 ‘잘 만든 영화’를 찾아 다시 흩어 질 것이다. 
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후회하지 않아 낯설지 않은 퀴어영화〈후회하지 않아〉
2007 Summer (통권 2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6월 1일 조직에 몸담은 가장의 꿈 우아한 세계 오늘도 사회의 전쟁터에서 귀가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에게 가정(home)이라는 진정한 안식처를 제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굿타임> : 움직임을 의탁할 인물 <굿타임>은 자신의 움직임을 의탁할 대상을 찾는 듯 닉과 코니를 오가는 동역학에 대한 영화다.
뉴스, 웹툰. 2016년 8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언노운 걸>: 열어젖힌 투명한 경계 <언노운 걸La lle inconnue>(2016) 속 공간은 허락받은 자만이 드나들 수 있고, 승인된 자만이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시네로망> 영화와 소설의 기형적 진화, 필름리뷰-독자기고 이미지와 언어를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해체, 융합하는 접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문학이 영화를 통해 넓혀나 갈 수 있는 지표이며, 영화가 문학을 통해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6월 1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전설에서 신화로, 무하마드 알리의 삶 <알리>] 무하마드 알리는 비단 선수생활 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몸소 증명한 삶에의 열정,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지켜내기 위한 끝없는 용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잊히지 않을 뜨거운 족적을 남겼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잃어버린 도시 Z> - ‘Z’ 그 좌표 없는 심연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우아한 리듬과 통찰력으로 우리의 가슴을 내려앉게 만든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침묵의 사냥 [더 헌트] 영화 <더 헌트>는 이 순환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세계를 향해 묵직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우리시대 누구나 반달이 될 수 있다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예의없는 것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1월 19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벼랑 끝에 선 인간선언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로에 접어든 허름한 행색의 한 남자가 스프레이를 들고 관공서 외벽에 큼지막한 글씨를 휘갈긴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나의 결혼원정기 라라의 망명소식을 듣고 과수원길을 한걸음에 내달리는 만택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가슴 따뜻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