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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장 피에르 레오의 눈이 바라본 것, 스와 노부히로의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 글 ·
  • 작성일2021. 01. 18


테라스에 한 노인이 앉아 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을 연기하는 중이다. 하지만 감독과 그가 생각하는 죽음이 다르다. 감독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상태로 죽음을 설명하지만, 노배우는 단호하게 ‘죽음은 체험될 수 없다. 나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함께 연기하는 여배우가 사랑 때문에 상심한 나머지 촬영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자 노배우는 옛 친구를 만나겠다고 길을 나선다.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하얀 꽃다발을 안고 계단에 쪼그린 모습, 빨간 칼라 꽃다발을 들고 항구를 바라보다 골목길로 접어들고 잠시 문턱에 앉아 숨을 고르는 모습이 이어진다. 그가 마침내 들어선 곳은 폐허가 된 집이지만, 닫힌 방문을 열면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불이 켜진 아름다운 방이 나타난다. 누군가 살고 있거나 방주인을 기억하기 위한 제단처럼 꾸며진 장식장 앞에서 액자를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든 그의 앞에 카메라와 붐 마이크를 든 아이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그의 잠은 아이들의 영화로 인해 중단된다. 노배우를 연기한 사람은 프랑스 영화의 전설적 존재인 장 피에르 레오이고, 이 영화는 온전히 그의 육신을 빌어 태어난 아름답고도 슬픈 꿈이며 이미 사라진 존재와 언젠가는 바스러지게 될 시간을 향한 회한의 시선이자 늙음과 죽음에 대한 명상으로 채워진다. 스와 노부히로는 레오의 가늘게 뜬 눈과 늘어진 목덜미의 떨림, 하얗게 센 수염을 첫 쇼트에 등장시킴으로써 그가 이 영화의 중심이자 모든 것임을 선언한다. 리허설 장면은 마지막 쇼트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과 대결하듯 부릅뜬 레오의 눈에서 영화가 멈춘다. 서서히 그에게 다가가던 카메라가 단호하게 운동을 종료시킨 그 순간, 영화사의 장면들이 환각처럼 스쳐 가면서 ‘70세나 80세가 죽음을 생각하기 좋은 나이’라고 읊조리던 노배우의 심상이 제시되는 것 같다. 누벨바그의 활기와 쇠잔, 트뤼포와 고다르, <아메리카의 밤La Nuit Américaine>(1973)과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Rise and Fall of a Small Film Company>(1985), <400번의 구타Les quatre cents coups>(1959)와 <루이 14세의 죽음La mort de Louis XIV>(2016), 트뤼포의 앙트완 드와넬과 장 외스타슈의 알렉상드르,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차이밍량을 동시에 품은 그의 모습이 검은 화면 어딘가에서 되살아난다는 착각마저 든다. 마치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가 끝나는 지점에서 레오의 영화들이 환영처럼 맺혀 스크린으로부터는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필름에 기록된 이 위대한 인물의 얼굴과 제스처는 트뤼포의 사망 이후 그를 떠나지 않는 죽음에 대한 불안, 잠과 꿈이 제공하는 환상과 맞닿은 영화라는 매체, 어린 시절의 뜀박질과 침상에 누워 허물어져 가는 육체를 부여잡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과 무수한 영화들, 그가 보인 미소와 뒷짐을 지고 생각하거나 허물어지듯 주저앉은 그의 육체를 불러들인다.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는 꿈과 기억, 실제와 환상, 영화와 삶, 죽음을 연기하는 것과 죽는다는 것, 리허설과 촬영, 아이들이 만든 영화와 (극 중 감독과 노부히로가 만들어가는)감독이 만드는 영화, 아이들의 생활과 노배우의 시간, 아마추어 배우들과 노련한 배우가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꿈이자 시, 영화이다. 청명한 하늘과 산들거리는 바람, 숲과 마을 어귀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과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세계와 묘지나 폐허가 된 집의 녹슨 철문, 잡초가 무성한 정원이 더 어울릴법한 초로의 배우가 유령영화를 함께 찍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세 층위의 영화가 드러난다. 노부히로는 레오를 향한 존경심을 담아 배우 장(이자 레오)의 영화와 그의 삶, 기억과 시간, 사랑과 후회, 삶과 죽음을 구성한다. 영화 속의 감독은 죽음을 연기해야 하는 장의 모습을 관객 앞에 드러내고 아이들과 레오가 함께 완성한 영화는 순수하고 자발적인 운동과 생동하는 활력만으로 채워진 생성의 현장이 된다. 결국 세 겹 혹은 세 종류의 영화가 직면하거나 카메라에 담아야 할 실제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레오의 환영 속에 존재하는 소녀가 유령이어도 실체여도 상관없는 꿈과 기억으로 수렴되고 아이들이 찍는 영화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로 나뉘지 않아도 된다. 세 층위 모두를 오가는 레오의 모습으로 인해 찾아다니고 쫓아가면서 촬영한 피사체와 배우의 연기라는 경계도 흐릿해진다. 그렇기에 어떤 것도 넘나들 수 있는 영화, 죽음과 삶도 한 장소로 모을 수 있는 영화, 드와넬의 어린 시절과 2017년의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영화, 셀룰로이드 필름에 영원히 새겨진 삶과 아직 도래하지 않는 삶, 카메라 앞에 놓인 것과 카메라 앞에 놓아둔 것을 교차하는 영화가 남게 된다. 나는 레오를 거쳐 노부히로의 영화에 도달하기까지, 죽음을 받아들임과 불멸성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무엇을 보았다고 할까. 레오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존재를 감지한 첫 시선에 대한 응답일 것이다. 드디어 자신을 덮쳐오는 존재를 맞닥뜨린 자가 마치 다시는 감지 않을 것처럼 부릅뜬 눈으로 응시한다. 그것이 존재의 소멸, 볼 수 없는 이미지, 불멸성에 대한 불안이건 생성되고 활동하는 영화, 죽음을 되받아치는 눈동자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레오의 마지막 눈빛을 보았다.
 

박인호 영화평론가 / 부산독립영화협회 비평집 [인디크리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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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영화를 넘어선 영화<시> 영화적인 요소를 배제하여,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를 초월한 세상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정점이 바로 이창동 감독의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간절히 부르는 그 이름들] 아직 추운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로 우리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이젠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이름들이 몹시 아픈 날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마음을 놓고야 마는 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또래여서만은 아니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장 뤽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 우리는 유럽이 이루어놓은 문명 에 대한 고다르의 어떤 냉소적 태도(종말론적 사유)를 어슴푸레 가늠 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여 교수의 은밀한 매력 그 일관된 방식에 결국 관객은 설득되고 그들이 가진 은밀한 매력을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 각자의 라라랜드] 데미언 채즐의 <라라랜드 La La Land>를 들으며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뉴스, 웹툰. 2016년 8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2005 Autumn (통권 1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10월 5일 박수칠 때 떠나라 이 시대의 자화상이고 정유정을 죽인 범인은 우리 자신이며 우리 또한 정유정이라는 것이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찰나의 순간, 달라지는 세계 <클레어의 카메라>  영화는 이제 찰나에도 펼쳐질 수 있는 세계의 깊은 심도를 제시한다. 아득하고 신비로운 세계로의 확장이다.
2008 Winter (통권 28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2월 25일 [미인도]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서 줄다리기 하는 자의 감정적인 긴장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의 인간적인 고뇌에는 아예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우정에 관하여<런던 프라이드> 우정이 법을 제정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확장된 시민들의 승리로 이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다.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도둑들]을 중심으로 공간과 사람,차이와 무관심 영화〈도둑들〉이 홈친 것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성장한다는 것은 미쳐가는 거야 [안개 속의 풍경] 입맛에 맞게 잘라내고 없애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롱테이크 촬영은 인생과 닮았다.
뉴스, BFC 뉴스. 2016년 11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비명조차 집어삼킨 악몽의 밤 <맨 인 더 다크>] 어둠의 심연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공포는 곧 베일에 싸인 맹인의 정체에 관한 호기심과 결부되어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고픈 도둑들의 심장을 옥죈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6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글로벌 경제위기가 충격한 보통의 삶 <라스트 홈>] “부동산에 감정 따위를 두지 마. 그건 그저 커다랗거나 작은 상자에 불과할 뿐이야.”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강적 조민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오우삼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강적’ 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크로싱 131일간의 간절한 약속, 8천km의 잔인한 엇갈림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이파네마 소년 바다, 부유하는 기억의 공간 관습적인 멜로드라마 장르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진지한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7 Summer (통권 2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6월 1일 이런 사랑도 있다 밀양 영화가 끝나고 나서 문득 느낀 사실이지만,시작 무렵에 신애를 비추던 햇살보다 마지막에 비추던 햇살이 더욱 부드럽고 눈부시게 느껴진 건 왜일까?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오늘따라 커피 맛이 쓴 이유 - 영화<노 임팩트 맨> 살아오면서 환경에 끼쳤을 엄청난 영향을 진지하게 반성해 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환상적이야! <미드나잇 인 파리> 첫 장면부터 길에 대한 감독의 눈에 띄는 편애, 애정은 아마도 환상을 품고 사는 삶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8일 이 시대의 ‘존’들을 위하여, <프랭크> 이 영화는 프랭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존의 쓰디쓴 성 장서사이기도 하다. 
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한국 최초의 하우스 호러 <장화, 홍련> <장화, 홍련>도 이미 메이킹과 현장공개 필름을 본 후였기 때문에 무서운 것에 대한 방어막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당신 옆의 요괴 - 몬스터 헌트 인간 세상의 지도자 요괴를 모두 잡아 내치기만 한다면! 정녕 그들 이마에 붙일 꼼짝 못할 표식을 못 만든단 말인가!
뉴스, OST & 맛집. 2016년 12월 2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울한 사랑과 실패할 열정] 김일두의 ‘문제없어요’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Hable Con Ella>를 들으며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나루세 미키오와 전후의 감각 <흐트러지다 > 절제 속의 역동을 통해 반복 안에서 차이를 발굴하려는 열의 (오즈 야스지로)와는 또 다른 곳에 나루세 미키오의 길이 뻗어나 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5일 Film Review 살아가게 하는 <그래비티> 곁에 없을 때야 무엇이 나의 하루를 그토록 별일 없이 평범하게 보낼 수 있게 했는지, 무엇이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단 한편의 시(詩) - 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목숨과 바꾼 미자의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보통의 아픔 종종 어떤 영화에는 송곳 같은 장면이 있다. 이 송곳 같은 장면을 무어라 딱 잘라 말하기엔 그 성격이 다양하다. 영화의 핵심을 건드리는 명장면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송곳 같은 장면의 유무가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며 어떨 땐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으로 영화의 만듦새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언급할 장면은 꽤나 예상치 못한 순간인 장면으로 뇌리에 남았다. 오랜 시간 동안 개봉이 미뤄졌다가 올해 여름 개봉한 마블의 신작 <블랙 위도우Black Widow>(2021)의 후반부,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와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 분)의 만남이 그 장면이다. 나타샤가 자신의 과거와 적 세력에 대한 비밀을 마주하는 장면에는 CG나 액션이 없으며 화려한 카메라 워크나 블록버스터 특유의 스펙터클도 없다. 단지 두 사람의 몸짓만이 있을 뿐이다. 드레이코프는 손찌검하려는 자세를 취하다 손을 내리고 나타샤는 손찌검을 당할까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다. 이 장면은 여태껏 봐왔던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동작이다. 다른 마블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의 활약을 봤다면 이 순간에는 블랙 위도우가 어떤 액션의 자세를 갖추는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나타샤 로마노프는 움찔한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3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누구의 것도 아닌 ‘블루’ <문라이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차라리 시가 되자 박배일의 <사상>(2021)은 통 매끄럽지가 않다. 무시로 흔들리는 카메라,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필터 씌운 합성 이미지 등으로 여기저기가 생채기다. 온통 찢긴 흔적들로 처연한 모습이다. 간간이 들리는 괴기스런 음향도 상처 입은 자리에서 나는 신음 소리 같다. 마치 거론되는 현실 곧 자본과 공권력으로 파괴된 ‘사상(구)’ 공동체 마냥 모든 것이 중심 없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폐허의 형상, 다만 분산되고 흩어진 이미지 조각들만 서로를 간신히 붙들고 있다.
필름리뷰 여전히 어딘가에 잠들어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한 남자가 낙동강 생태공원의 강변으로 걸어 들어온다. 울긋불긋 핀 단풍과 우거진 갈대, 그리고 남자의 가벼운 외투 차림으로 보아 가을의 한 중간 같다. 그는 들고 있는 수첩 속 빼곡한 메모와 공원의 여기저기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지만 별다른 수확도 없고 찾는 대상은 오리무중인 듯, 아득함과 막막함이 배인 눈빛으로, 하지만 무기력보다는 간절함과 사명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어디 있노, 니….”라고 나직이 말한다.
필름리뷰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의 이야기 한국의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영화가 <바람>이 아닐까 싶다. 싸움깨나 한다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폼을 잡고 다니지만 실상은 어디 가서 한 대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인 짱구(정우 분). 짱구는 집에서는 엘리트 형과 누나에 치여 골칫덩이로 엄한 아버지의 눈치를 보지만 또 누나나 엄마 앞에선 허세와 오버가 상당하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어른’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라고 믿고 싶은 지금 우리도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임을 해원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뉴스, 웹툰. 2017년 2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오늘의 문예비평. 2015년 9월 24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거인], 김태용 감독, 최우식 / 양순주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장 그를 거인으로 만들고 규정해버린 것은 이 사회 구조가 아닌가를 성찰할 수 있는 안목이 동반되어야 한다.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피에타 ”걸작이 아니다. 시작이다.” 김기덕의 2번째 데뷔작
리뷰, FILM REVIEW. 2017년 2월 1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도착한 미래, 유예된 현재 <컨택트>]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자못 점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을 빌어 서로의 존재를 탐문하려 하였던 지적생명체와의 조우는, 루이스가 외계종족으로부터 예언자이자 영매로서 선택받게 된 이 환영적 체험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Asian Network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