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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잃어버린 도시 Z> - ‘Z’ 그 좌표 없는 심연

  • 글 ·
  • 작성일2021. 01. 18


제임스 그레이의 인물들은 스스로의 좌표를 잃곤 한다. 공동체의 규율을 어긴 자들, 애초부터 그 세계의 질서에 부합되지 않는 이방인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나거나, 혹은 텅 빈 얼굴로 그 세계 속을 부유한다. 경계에 선 자들의 선택엔 반드시 처절한 대가가 뒤따르고, 가장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그들의 얼굴에선 일말의 여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스스로의 심연 속으로, 그 좌표 없는 구멍 속으로 빠져드는 것뿐이다. <잃어버린 도시 Z> 또한 그런 점에서 제임스 그레이의 인장이 정확히 찍혀있는 영화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무섭게 인물들을 잠식해나가고, 비극적인 기운이 영화 전체를 휘감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어딘가 낯설다. 제임스 그레이의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거대하고 건조하다. 푸른 사막이라 불리는 아마존에서, 인류의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 헤매는 퍼시 포셋의 야심 찬 탐사 때문이 아니다. 서구 사회의 오만함을 일깨우려는 집념이나 미지의 세계를 향한 그의 이상 때문도 아니다.
 


 

<잃어버린 도시 Z>엔 물기를 머금고 무겁게 가라앉는 감정적 층이 없다. 이를테면 오래 전부터 우울함이 내재되어 있는 인물들도, 불안감을 온몸으로 분출시키는 제스처도 이 영화엔 없다. 대신 강인한 정신력으로 운명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는 퍼시 포셋과 그의 가족들이 있다. 제임스 그레이의 영화에서 가족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사슬을 쥐고 있는 공동체였다. 크나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일원으로 들어갈 수 없거나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였다. 하지만 포셋 가의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에서 빠져나오는 인물들이다. 말하자면 스스로의 좌표를 잃는 게 아니라, 과감하게 버리는 쪽이다. 그들의 불안은 오히려 공동체 내부에 있으며, 그들의 자유는 잃어버린 도시 ‘Z’에 있다. 지각할 수 없는 곳,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버릴 수밖에 없는 미지의 세계일지라도, ‘Z’는 그들의 믿음 안에서 존재한다. 이 영화가 거대해 보이는 이유는 어둠에 싸여 있는 잃어버린 도시 Z, 이 믿음의 집합체가 거대하기 때문이고, 건조해 보이는 이유는 축축하게 젖어 드는 우울함이 인물들을 잠식해가는 게 아니라, 닿지 못할 염원이 두터운 기류를 형성하며 포셋 가의 사람들을 푸른 사막 안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퍼시 포셋은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맞는다. 첫 번째는 아마존 원주민의 공격을 받을 때이고, 두 번째는 전쟁터에서이다. 그리고 끝으로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원주민의 친구도 아닌, 백인의 정체성을 지닌 존재도 아닌 상태로 미지의 영역으로 증발해버릴 때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세 장면에서 퍼시 포셋은 환각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는 점이다. 물론 원주민의 화살을 가까스로 피했을 때는 과거를 회상한 것이고, 전쟁터에서는 아마존에 가길 염원한 나머지 꾼 꿈이다. 이 두 번의 위협과 두 번의 환각 사이에는 물리적인 거리감이 있다. 한 번은 아마존과 영국 사이, 다른 한 번은 전쟁터와 아마존 사이다. 여기서 물리적 거리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퍼시 포셋이 스스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지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동시에 그가 돌아가야 할 곳 또한 지각하고 있다는 걸 가리킨다.
 

그런데 그가 마지막으로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며 일으키는 환각은 그야말로 환각이다. 그는 어딘가를 가리키고 그곳에 또 다른 퍼시가 앉아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또 다른 퍼시가 앉아있다. 어지러운 말인가. 그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인물이 된 것이다. 말하자면 어떤 좌표에도 위치하지 않기에 어떤 경계도 넘을 수 있는 초월적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이 지각하는 범위는 이해를 넘어야 한다”는 니나 포셋의 말처럼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초월적이란 말은 성스러운 의미에서 쓴 것이 아니다. 오히려 퍼시 포셋 스스로가 생의 영역에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단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읽혔으면 한다. 그러니 정말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라 그의 아내 니나인 것이다. 여성의 신분으로 한 번도 자기 육체의 좌표를 바꾸지 못한 그녀의 영혼은 언제고 푸른 사막의 심연을 향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거울 속 정글을 향해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마음이 내려앉는 이유는, 제임스 그레이의 인물들이 언제나 맞아야 했던 심연이 거기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직 속단할 때가 아니다. 제임스 그레이의 세계가 거대해졌다거나 속성이 바뀌었다고 우려할 일은 아니다. 그는 아직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우아한 리듬과 통찰력으로 우리의 가슴을 내려앉게 만든다.
 

홍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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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랑을 담은 [마지막 선물] 가족의 소중함을 아무리 강조를 하여도 부족함이 없건만, 알고 있어도 잘 실천되지 않은 것이 현대 우리들의 모습이다. 잃고난 후 후회하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자각하게 된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D- WAR 디워 한국 기술의 SF영화 D-War는 많은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여전히 보였지만 훌륭한 영화였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1월 29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이야기 중의 이야기 <테일 오브 테일즈>]  ‘미’와 ‘추’란 대립적 개념이 환희와 비탄, 삶과 죽음의 역설적 공존만큼이나 미묘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제시한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3(통권 53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4월 1일 FILM REVIEW 밤이 아닌 밤의 두 남자의 로드 무비 [백야] 이송희일이 2012년에 발표한 세 편의 퀴어연작영화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백야>라는 영화는 그 담백함이 먼저 눈에 뜨이는 작품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페이드아웃 [베티블루] 베티는 영원히 눈부신 스무 살이다.
2007 Summer (통권 2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6월 1일 이런 사랑도 있다 밀양 영화가 끝나고 나서 문득 느낀 사실이지만,시작 무렵에 신애를 비추던 햇살보다 마지막에 비추던 햇살이 더욱 부드럽고 눈부시게 느껴진 건 왜일까?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8일 전쟁을 사유하는 영화, <군함도>와 <프란츠> 전쟁영화가 충무로의 대세처럼 보인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어느 특별한 휴가 투쟁의 서사는 처절하다. 농성이 길어지면 희망도 사라지고, 노동자들의 하나된 목소리는 갈라지고, 각자의 신념은 생활 앞에서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름 모를 노동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축 늘어진 어깨가 유독 눈에 들어오게 될 때, 이란희 감독의 <휴가>(2021)가 시작한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곳이 없는 노동자들, 아직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는 해고노동자들이 한데 섞여 밥을 먹는다. 투쟁의 날들이 길어질수록 노동자의 삶이 파괴되어가는 건 아닐까 고민할 때쯤 한 해고노동자가 ‘휴가’를 가기로 결정한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7월 7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우리가 모르는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아마도 셜록 홈즈 만큼이나 대중들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받은 가공의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찰나의 순간, 달라지는 세계 <클레어의 카메라>  영화는 이제 찰나에도 펼쳐질 수 있는 세계의 깊은 심도를 제시한다. 아득하고 신비로운 세계로의 확장이다.
2005 Spring (통권 1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3월 6일 공공의적 2 언제나 그랬듯 난 강우석 감독이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영화적 성향이 변함없기를 바라며〈공공의 적 3〉을 기대해 본다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언니들은 모르는 오빠들의 세계! 오 브라더스
칼럼, 정한석의 영화공원. 2018년 9월 21일 [정한석의 영화공원] 그럼 무엇이 있었나 _ <너는 여기에 없었다> *스포일러 있음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풀잎들>, 죽음 또는 중심의 소멸 죽음과 중심이 소멸된 홍상수 생태계의 미래를 더 예측하는 것은 늘 그랬듯 불필요한 일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4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이제는 그를 놓아주어야 할 때 <제이슨 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인 <제이슨 본>도 이러한 전작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계승하려 한 작품이다. 하지만 얼핏 이상한 기미가 감지된다.
뉴스, 웹툰. 2017년 2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오늘의 문예비평. 2015년 9월 24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거인], 김태용 감독, 최우식 / 양순주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장 그를 거인으로 만들고 규정해버린 것은 이 사회 구조가 아닌가를 성찰할 수 있는 안목이 동반되어야 한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행복에 관하여 [황금시대] 우선 자기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암수살인> 장르의 관습에 고민한 자리 오늘의 주류 범죄 스릴러에서 보기 드문 태도, 대상을 다루는 데 대한 고민의 흔적, 장르에 기대하는 관습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는 영화의 시도들이 유효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희망은 어디에…[희망의 나라] 후쿠시마의 비극을 넘어서자는 감독의 의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것이 자칫 잘못해서 ‘위대한 야먀토 민족’의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3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누구의 것도 아닌 ‘블루’ <문라이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0 Winter (통권 36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11월 11일 Review - 이 아이는 죽어야 했다 김백준의 [작별들] 이 아이의 성장이 이토록 가혹한 것을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아마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소녀의 삶은 계속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어른’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어른이 되어버린, 혹은 어른이라고 믿고 싶은 지금 우리도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임을 해원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단 한편의 시(詩) - 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목숨과 바꾼 미자의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잔혹한 비밀 [히로시마·평양] 역사적 문제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과 원전의 위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어느 기괴한 죽음 [미시마-그의 인생] 세간의 조롱 혹은 경멸에 찬 시선과 거리를 둔 채 가급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삶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0월 20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우리가 살고 있는 나쁜 나라 <자백>]  “적당히 해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