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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 글 ·
  • 작성일2021. 01. 19

 


존엄과 생존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것을 그리는 것은 영화의 오랜 테마 중 하나였다. 존엄을 택하면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고, 생존을 택하면 존엄을 외면해야 하는, 이 이분법의 구조는 극적인 서스펜스를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또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갈등 구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테마는 매우 다루기 까다로운 것으로도 여겨져 왔다. 왜냐하면, 선택의 갈등에서 기인하는 서스펜스를 강조하면 할수록, 이 선택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내면은 평면적이고 단순한 것이 되어버리고, 그렇다고 반대에 집중해서 그 내면을 파고들면, 갈등에서 촉발되는 서사적 긴장감이 느슨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영화들이 이 테마에 몰두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뤘는가에 따라 한없이 진부한 결과를 내놓기도, 반대로 매우 진중하고 심오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
는 의아하면서도 오묘한 면을 지니고 있는 영화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중심적인 테마로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표면적으론 갈등구조가 명확해 보인다. 캐서린(메릴 스트립)과 벤(톰 행크스)의 신문사인 워싱턴 포스트는 전세(戰勢)가 나아지지 않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베트남전의 지속을 용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지만, 그것을 기사화할 경우 캐서린과 벤이 구속이 될 수도, 투자자들이 투자취소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작품은 이 회사의 존폐위기와 언론인의 사명감 사이에 있는 선택의 기로, 즉 서두에 언급한 생존과 존엄 사이에 있는 선택의 기로를 서사의 중심으로 만들며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대표적인 메인스트림의 감독이 만든 상업장르영화인 만큼, 캐서린은 당연히 정의롭고 숭고한 선택을 하며, 그 결과도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딘가 오묘한 면이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캐서린의 선택은 생존과 존엄 사이에 존재하는 딜레마이다. 그런데 이 생존과 존엄은 누구의 것인가? 물론 표면적으로 생존은 캐서린과 벤, 그리고 워싱턴 포스트의 생존이며, 존엄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달리 말하면 언론의 존엄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면이 있다.


선택의 과정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벤이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고 난 다음, 작품은 생존과 존엄 양측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매우 자세하게 전달함으로써, 두 선택지가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듯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두 선택지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생존과 존엄의 뒤에 있는 죽음의 존재가 암시되어 있다.
 


먼저 생존을 선택했을 때, 캐서린과 벤은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고, 워싱턴 포스트는 재정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존으로 닉슨은 계속 대통령이었을 것이고, 언론은 계속 탄압받았을 것이며, 또 다른 베트남전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야 할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베트남전에 참여했었다는 것 알았지 않느냐고 맥나마라(브루스 그린우드)에게 따지듯 묻는 캐서린에게 있어, 자신의 생존이 닉슨의 생존이며, 동시에 무고한 자신의 아들딸들의 죽음인 것이다.
그리고 존엄을 선택했을 때, 워싱턴 포스트는 언론의 사명감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닉슨과 맥나마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었을 맥나마라는 캐서린을 말리며 “전쟁을 계속함으로써 러시아를 압박했다”는 변명을 한다. 이 변명은 사실 맥나마라 자신을 위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변명이다. 어찌 보면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이 변명은 권력의 변명이고, 지극히 이기적인 변명인 것이다. 즉, 이 존엄은 존엄이면서 동시에 닉슨의 죽음이자 권력의 죽음이고, 이러한 변명의 죽음인 것이다.
 


결정적 선택을 내리기 직전, 캐서린은 손녀가 자고 있는 방에서 자신의 딸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거실로 나온 캐서린은 “이 선택이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냐”고 묻고는 단호하게 기사화를 결정한다. 생존과 존엄의 첨예한 갈등과는 무관해 보이던 딸과 손녀는 사실 이렇게 간접적이면서도 깊숙하게 이 선택의 기로와 결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더 포스트>의 생존과 존엄 사이에 존재하는 딜레마는, 단순히 개인의 사명감이나 자본의 문제가 아닌 인간사회의 삶과 죽음, 권력의 문제를 조망하고 있다.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구형준 영화평론가, 라는 직함으로 종종 글을 쓰긴 하지만 온당한 직함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영화가 건네준 감흥을 가능한 논리적으로, 하지만 정직하게 대면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kbo9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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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친일의 제도, 제도의 친일 [집 없는 천사] 자본의 영세함과 기술 부족, 그리고 검열이라는 제도의 문제와 오래도록 싸우던 조선의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영화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0월 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악귀(惡鬼)들의 전성시대 <아수라>] <아수라>의 군상들은 너무도 추악하고 비루하여 차마 외면하고픈 우리네 사회상의 음울한 민낯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2008 Winter (통권 28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2월 25일 [미쓰 홍당무]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붉은 얼굴로 비호감 연기를 한 공효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1등에 가리워진 사랑받고 싶은 2등에 대해서도 작게나마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 각자의 라라랜드] 데미언 채즐의 <라라랜드 La La Land>를 들으며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타자의 시선에 갇힌 사람들 <녹터널 애니멀스> 19년 전 헤어진 전남편에게서 소설 한 권이 도착한다. ‘녹터널 애니멀스’, 불면증에 시달리던 수잔의 별명을 제목으로 붙인 에드워드는 이 소설을 그녀에게 바쳤다. 톰 포드 감독의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2017)는 소설을 받아든 수잔의 감정적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모노폴리 조만간 기발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출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그 단순하고 순결한 복수의 칼에 대하여 올드보이 가장 영화적인 모티브인 ‘복수’가 온전히 박찬욱 감독의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어른들이 싸우고 싶었던 아이 싸움 <대학살의 신> 주제를 압축시켜 버린 단 하나의 소품, 이런게 거장의 힘인가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페이드아웃 [베티블루] 베티는 영원히 눈부신 스무 살이다.
2005 Spring (통권 1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3월 6일 그때 그 사람들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행위가 비겁자를 만든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왜 아가씨는 복수하지 않을까 <아가씨>  얼마나 많은 액션영화가, 코미디영화가 실은 박찬욱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17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Almost Blue] 영화 <본 투 비 블루 Bone to be blue>를 들으며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굿타임> : 움직임을 의탁할 인물 <굿타임>은 자신의 움직임을 의탁할 대상을 찾는 듯 닉과 코니를 오가는 동역학에 대한 영화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2월 15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모래 위에 새겨진 폭력의 역사 <로스트 인 더스트>]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삶을 물려주고픈 아버지들의 바람은 그들의 땅에 스민 탐욕과 살육의 역사마저 자식세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며 끊이지 않는 폭력의 연대기를 이루었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겨울을 나는 방법 <러브레터> 영화를 본 이후 나의 쓸쓸하던 마음 역시 구원되었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강적 조민호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오우삼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강적’ 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죽음을 시청하는 자 누구인가 [더 테러 라이브]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마지막 호소의 목격자인 관객은 그 응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거기에 전이의 여부가 달려있다.
뉴스, 웹툰. 2016년 6월 14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2 아가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2 아가씨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7일 왜곡된 사랑이 만든 비극, 용서할 수 있을까? <히어 애프터>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오래도록 욘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타인의 삶과 그 세계에 대한 이해 <소성리> 영화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소성리>는 그렇게 타인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카페 뤼미에르>, 필름리뷰 아마도 요코는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을 뚫고 나간 열차는 멈추지 않고 종으로 횡으로 시간을 질러갈 것이다.
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랑을 담은 [마지막 선물] 가족의 소중함을 아무리 강조를 하여도 부족함이 없건만, 알고 있어도 잘 실천되지 않은 것이 현대 우리들의 모습이다. 잃고난 후 후회하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자각하게 된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세일즈맨>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이냐고 되묻고 있을 뿐이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단 한편의 시(詩) - 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목숨과 바꾼 미자의 시를 읽고 또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2005 Spring (통권 1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3월 6일 공공의적 2 언제나 그랬듯 난 강우석 감독이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영화적 성향이 변함없기를 바라며〈공공의 적 3〉을 기대해 본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D- WAR 디워 한국 기술의 SF영화 D-War는 많은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여전히 보였지만 훌륭한 영화였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영도다리 상실 그리고 회복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요즘 한반도는 ‘샤이(Shy)’가 좋습니다 <공조> 한 편의 영화에서 분단 문제를 해결할 만한 관점을 기대한다는 건 얼토당토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북이 함께하는 영화들에서 잠자던 공동의 불안과 희망이 깨어나는 걸 경험적으로 안다. 거기에는 해결과는 멀지만 늘 ‘해소’의 모티브가 있고, 모두 한반도 땅의 평화를 점쳐보는 통일된 순간을 맞는다. 이는 매번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공통된 의도이자, 질적 평가를 떠나 그들의 생존 가치가 되는 현실적인 덕목이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투기가 전위가 될 수는 없었을까? [잉투기] 영화를 보는 자와 영화의 연대에서 희미하게 나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얼굴들 낯설고 익숙한 마주침 신비로우면서도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그래서 반가운 마주침이다. <얼굴들>의 서사에서 확실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은 인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행복에 관하여 [황금시대] 우선 자기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6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목소리의 정체 <네루다> 오스카는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니, 실존인물 네루다의 문학과는 무관하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1월 16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아직 무도회는 끝나지 않았다]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을 들으며
2006 Autumn (통권19호), 뉴스,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0월 4일 예의없는 것들 좀더 멋지게 예의 없는 것들을 향해 한방을 날릴 수 있었던 이 영화가 아쉽다.
2005 Autumn (통권 1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10월 5일 너는 내운명 교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영화의 제일 큰 재미를 이 영화는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7월 6일 Film Review 그곳에 상처를, 남기다 <꽃섬> 슬픔에 공명하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타인의 시선이 슬픔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