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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 기이한 여행

  • 글 ·
  • 작성일2021. 01. 25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의 플롯 구조는 좀 이상하다. 단순히 시간 순서의 앞과 뒤를 바꿔놓았을 뿐인데 영화의 인상이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군산>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십여 년 전 시 쓰기를 중단했으니 시인이라 하기엔 뭣한 백수 윤영(박해일 분)이 오래 알아온 선배의 아내 송현(문소리 분)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제껏 ‘형수’라 불린 송현은 이혼했으니 지금부터 ‘누나’라 부르라 한다. 송현의 이혼 소식을 표 나게 반색하며 며칠 밤낮을 그녀와 어울려 술을 마시던 윤영은 만취한 어느 새벽에 송현에게 군산 여행을 제안한다(이야기 1). 군산에 도착한 그들은 적산가옥 민박에 며칠을 묵는데, 이 여행에서 송현의 마음을 사려던 윤영의 계획과 달리 송현은 민박집 주인에게 마음이 가있고, 뒤로 밀려난 윤영은 민박집 딸과 자꾸만 얽힌다(이야기 2). 그들의 계획 없던 여행이 여차저차 막을 내리고 윤영은 서울 집으로 돌아온다(이야기 3).



이 이야기를 장률 감독은 2-3-1의 순서로 플롯화하는데, 그러니까 이야기의 중간 대목을 가장 앞세운 구조다. 인물이든 상황이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다짜고짜 우리를 군산으로 이끈 다음, 물음표가 그려진 대목을 서울 시퀀스들(이야기 3과 1)에서 부분적으로 밝히는 방식이다. 영화 제목도 러닝 타임 1시간 17분경, 이야기 3이 끝난 뒤에야 제시된다. 장률은 왜 이런 구조를 택했을까. 이 글에서는 이야기 2에 해당하는 군산 여행기만 들여다볼 생각이다. 영화에서 군산에서 찍은 시퀀스들이 가장 이상하면서 또 인상적이기도 했거니와 그 구조 또한 군산이라는 공간이 불러낸 특별한 심상을 말하기 위해 고안한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내 생각에 이 영화는 군산 시퀀스 그 자체로 자족적인 영화로 보였기 때문이다(다르게 말하자면, 서울 시퀀스는 군산 시퀀스의 주석 혹은 설명부로 보였다, 없어도 나쁘지 않았을 법한).



 

<군산>에서 이상한 것은 플롯 구조만이 아니다. 영화의 초반 1시간 8분에 이르는, 군산 여행 시퀀스들이 통째로 이상하다. 우습고, 섬뜩하며, 강박적이며, 꿈결 같다. 영화도 그것을 의식한 듯이 초반에 ‘이상하다’는 표현을 수차례 반복하여 우리를 준비시킨다. 이를테면 그것은 이제 우리가 (사람이든 공간이든 매번 기시감을 느끼는) 이상한 놈과 함께 (손님을 가려 받는) 이상한 곳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대는) 이상한 경험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 같은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장률은 공간에 관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고, 지명을 제목으로 삼은 <군산> 역시 공간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선 결정한다. 요컨대 여기 군산이라는 공간은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이 이상한 기시감의 발원지다. 아마도 장률에게 군산은 ‘적산가옥’의 도시였던 것 같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 공간에 공기처럼 공존하고 먼지처럼 축적되어 있는 곳. 거기서 윤영은 부지불식간에 과거의 유령들에 포위되고 죽음의 이미지들에 사로잡힌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대부분의 장면은 그 죽음들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시각적 연쇄를 끌어내는 이런 장면들. 적산가옥에서 송현의 목덜미 혹은 쇄골을 더듬는 윤영의 손은 이후 목을 긋는 제스처로 전환되어 반복된다. 그 사이에 길거리 사진전에서 본 참수의 이미지가 자리한다. 의자에 묶여서 앉은 자세로 참수되는 조선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 참수된 자의 손 위로 그 자신의 머리가 떨어지는 찰나를 포착한 그 사진이 윤영의 발걸음을 붙든다. 윤영은 그 앞에서 우선 자신의 목을 긋고 다음 신에서 송현 앞에서 그 행위를 반복한다. 에로스의 제스처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지만 실제로는 그 그림자가 압도적인 무게로 에로스의 행위를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그리고 민박집 딸이 윤영의 손을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가는 (그녀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장면 이후로 죽음으로부터 구조되는 구원의 이야기가 얼핏 제시된다(하지만 우리는 끝끝내 사건의 진상을 알지 못한다). 군산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이것은 기이한 꿈같은 이야기다.


영화에 편재된 그 죽음의 모티프들은 상상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재현되거나 직접 말해진 것인데도 이상하게도 우리는 마치 아무것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논리적으로 설명 불가능하고 서사적으로 통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 그것은 일종의 심리적 얼룩으로 남는다. 무시하고 싶지만, 신경 쓰이는 어떤 흔적, 희미하지만 지울 수는 없는 상흔, 너무 끔찍해서 꿈속에서야 겨우 재연될 수 있는 기억들. 민박집 주인이 들려주는 아내의 죽음과 기찻길에서 자살한 것으로 짐작되는 윤영 어머니의 죽음은 통역되지 않거나 미스터리로 남겨진다. 둘 다 슬픔을 넘어서는 그 과도한 끔찍함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억(어쩌면 상상 혹은 환상)들이다.


혹시 이건 윤영의 꿈인가? 어떠한 단언도 이 영화의 매혹과 멀어지는 일일 터이지만 그럼에도 여기의 ‘군산’은 오직 꿈의 논리로 추동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은유적으로 또 실제적으로 터널로 들어가서 터널을 빠져나오는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죽음에 사로잡힌 이 괴이한 꿈은 결국 연애의 생기(生氣), 삶의 생기를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얼핏 불필요해 보이는 이야기 3과 1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첫 쇼트와 마지막 쇼트가 서로 꼬리를 물려 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장률은 이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귀띔한다. 끝나지 않는 여행도 있는가. 있다, 이런 류의 여행이라면.
 

강소원 영화평론가.동의대 영상미디어센터 전임연구원으로 세계영화인 인명사전을 만들고 있으며 부산대와 동서대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있다. 오랫동안 부산독립영화협회의 이런저런 일에 관여해오다가 지금은 이것저것 참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의 일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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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나의 결혼원정기 라라의 망명소식을 듣고 과수원길을 한걸음에 내달리는 만택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가슴 따뜻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2월 2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울한 사랑과 실패할 열정] 김일두의 ‘문제없어요’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Hable Con Ella>를 들으며
2007 Winter (통권 20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1월 3일 Asian Network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 KFCM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사랑도, 연애도, 그것도 [뜨거운 것이 좋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았던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가족관을 뒤바꾸는 새로운 가족 개념과 여성성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Asia Movie File 수취인거부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 수취인거부 그러나 50년을 묵혀둔 그리움의 연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 대상에가 닿지 못한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태풍 장동건, 이정재의 만남만으로도 영화 관객들은 새로운 한국형 블럭버스터와의 만남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막상 개봉관에서 만난 <태풍>은 과연“태풍”인지 의문에 빠지게 했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모든 것을 잃고 내려갈 때 비로소 보이는 행복 <싱글라이더>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꾸리고 나면 그 안에서 숙명처럼 각인된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만큼 절실하고 순수한 것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간절함조차 온전히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긋나기 일쑤인 것이 인간의 나약한 운명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에 집착하고 행복을 갈구한다.
2006 Spring (통권 17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3월 5일 손님은 왕이다. 보여지는 그대로의 영화를 즐긴다면 참신하고 독특한 영화 한 편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7 Summer (통권 2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6월 1일 조직에 몸담은 가장의 꿈 우아한 세계 오늘도 사회의 전쟁터에서 귀가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에게 가정(home)이라는 진정한 안식처를 제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찰나의 순간, 달라지는 세계 <클레어의 카메라>  영화는 이제 찰나에도 펼쳐질 수 있는 세계의 깊은 심도를 제시한다. 아득하고 신비로운 세계로의 확장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남영동 1985 용서는 가능한가. 변화는 가능한가.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연애의 목적 여자는 희망한다. 둘의 새 출발을.. 남자는 알았다. 자신이 제비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녀에게 반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0월 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악귀(惡鬼)들의 전성시대 <아수라>] <아수라>의 군상들은 너무도 추악하고 비루하여 차마 외면하고픈 우리네 사회상의 음울한 민낯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70여년만에 전국 개봉한 부산영화<오.구>를 응원해야할 7가지 이유 나는 진정으로, 부산에서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전국 개봉을 당당히 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영화 <오구>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4 Winter (통권 12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12월 7일 내 머리속의 지우개 약간의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를 사랑이라는 매개로 다시 한 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준 영화였기에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천재에서 거장으로 [퍼시픽 림] 지금은 우리 모두 길예르모 델 토로의 새로운 세계를 그저 맘 편히 즐겼으면 한다. 어둡고 음울했던 시절의 괴이한 섬세함 대신, 이제는 다른 차원에서 상상력을 펼치는 사내의 세계를 말이다.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언니들은 모르는 오빠들의 세계! 오 브라더스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질주가 아닌, 부유(浮游): [설국열차]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설국열차처럼 일거에 멈춰 세울 수 없는 무형의 거대 열차이기 때문이다.
뉴스, OST & 맛집. 2016년 10월 19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그리고 세상은 이토록 고독하다] 영화 <아비정전 DAYS OF BEING WILD>을 들으며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 기이한 여행 첫 쇼트와 마지막 쇼트가 서로 꼬리를 물려 순환하는 구조를 통해 장률은 이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귀띔한다
2002 Summer (통권 2호), 리뷰, 2002년 7월 26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이 세상 모든 노처녀들이여 계속 환상에 빠져라
2002 Autumn (통권 3호), 리뷰. 2002년 9월 26일 내가 앵글에 담는 부산의 공간 부산의 공간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을 들으며 느끼는 아쉬움으로 내가 아직 부산을 아낀다는 걸 느끼듯이???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오늘따라 커피 맛이 쓴 이유 - 영화<노 임팩트 맨> 살아오면서 환경에 끼쳤을 엄청난 영향을 진지하게 반성해 본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낯설고 익숙한 마주침 신비로우면서도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그래서 반가운 마주침이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어느 기괴한 죽음 [미시마-그의 인생] 세간의 조롱 혹은 경멸에 찬 시선과 거리를 둔 채 가급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삶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2007 Spring (통권 2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3월 2일 두 남자의 짜릿한 일탈 쏜다 현실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승리자이기를 마음속으로 되 뇌어본다.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Asian Network KFCN / AFCNet 동향
2011년 부산파랑 08+09 (통권 38호), 리뷰, 필름 리뷰. 2011년 8월 10일 Special Theme - Asia Film Story : 오겡끼데스까? 우려하는 것처럼 가면 큰일나는 나라도 아니고 여느 때 보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과 위로로 북적거려야 마땅한 곳 이다. 출국일 텅빈 공항이 또 다시 눈에 밟힌다
뉴스, 웹툰. 2016년 7월 12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복면작가의 Movie Think #4 배트맨 대 슈퍼맨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서른살의 성장영화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7일 <택시운전사>를 보고 <꽃잎>을 떠올리다: 김만섭과 ‘우리들’ ‘광주’가 지닌 비극적 면모의 일부이겠지만. 여기서는 시각적 쾌감은 말할 것도 없고 위안조차 불편하다.
뉴스, 웹툰. 2016년 10월 11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0 아이 엠 어 히어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0 아이 엠 어 히어로_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