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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로마> - 왜 개똥의 연대는 말하지 않을까?

  • 글 ·
  • 작성일2021. 01. 26


<로마>가 개봉한지 3개월이 지났다.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고 본다. 이 영화의 의미, 성취에 대해선 보탤 말이 없다. 대신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어릴 때 원주민 하녀가 있었어. 우리 집이 좀 살았거든. 큰 누나 같은 존재였지. 집이고 가족이고 다 돌봤거든.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하녀 말이야. 임신하고 남자가 내뺀 거 있지. 그때 우리 아빠도 바람이 났어. 70년대가 좀 그랬잖아. ‘더러운 전쟁’ 알지? 좀 어수선했지. 그래도 우린 할 거 다 했어.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불구경도 하고. 엄마가 고생했지. 혼자 먹여 살렸거든. 사실 아빠가 집 나가고 가족이 더 딴딴해졌달까? 그 하녀까지 해서 말야. 바다에서 나랑 여동생을 구한 적도 있다니까? 수영도 못했다는데! 아아… 맞아, 자기 애는 결국 사산했지. 왜 그 내뺀 놈이랑 마주쳤는데 충격을 받았나 봐. 당시 반정부 시위하던 사람들 죽이고 그러던 남자들 있었잖아. 그 일원 같았대.”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드라마다. 영화상에 재현된 시대상도 그렇다. 막연한 불안감도 있지만 활기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많은 수평 트래킹과 광각렌즈의 활용은 거리감을 준다. 단순 몰입은 어렵다. 카메라가 드러난다. 왠지 어린 쿠아론의 경험과 감독인 현재 위치가 공존하는, 1인칭 기억과 3인칭 시점이 만난 묘한 구성이다. 이 묘한 구성, 이 물리적 거리감이 이 영화의 미학적 성취와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직진하기 전에 물어보자. 위의 대화에 참여해보자.
“갑자기” 왜 그 이야기를 꺼낸 거냐고. 여기서 <로마>가 줄 수 있는 대답은 애매하다. 결말을 장식하는 “리보(그 하녀)를 위하여.” 뿐이다.
 


위에서 기술한 대화체는 자전적 드라마  <로마>의 합리적인 톤이라 해도 무방하다. 재현의 윤리를 따지자면 저렇게 기술하는 게 자연스럽다. 굳이 묘한 구성을 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 “갑자기”란 물음이 중요한 것은 쿠아론이 <로마>를 연출한 직접적인 동기, 자전적인 주제에 클레오(그 하녀, 얄리차 아파리시오 분)가 주인공인 계기와 직결되는 탓이다. 그렇다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말자. 우리는 갑자기 누군가를 위한답시고 하는 얘기가 여하간 대상을 향한 관심이라는 걸 안다. 실제로 쿠아론의 <로마> 연출 동기는 그 하녀가 ‘직접’ 생각나서, 그 하녀가 주인공인 계기는 함께 살던 ‘그때’가 그리웠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라면 쿠아론의 관심은 직접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여전히 영화의 배경인 멕시코의 피부색은 선대의 식민지배와 후대의 사회계급을 지칭한다. 클레오는 짙은 피부색의 원주민, 쿠아론 집안은 백인 상류층이다. 영화 제목도 <리보>가 아니고, 영화 내용도 격란의 시대와 거리를 지녔던 도시 <로마>다. 동기의 단순성이든 계기의 순수성이든 결과는 정치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로마>의 묘한 물리적 구성은 재현의 윤리 차원에서 먼저 다뤄져야 한다. 이 영화의 시청각적 목적은 그때를 빽빽하게 ‘재현하는 것’과 ‘찍고 있음’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다. 쿠아론이 자신의 직접적인 관심을 보존키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 봐도 좋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쿠아론의 남긴 얼룩이 세척되는 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극찬하는 <로마>의 첫 시퀀스는 결국 ‘개똥’을 치우는 장면이다. 그것도 하녀 클레오가 말이다. 쿠아론은 잘 알고 있다. 그 석제 바닥은 수많은 개똥의 흔적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 위로 드리운 세제물에 일렁이는 형상이 ‘그때’의 얼룩이다. 쿠아론에게 <로마>는 개똥을 경유하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유아론적 기억, 그 하녀의 보살핌과 떼어놓을 수 없는 유아론적 관심이다. 그리고 첫 시퀀스와 대조를 이루는 장면은 바다 시퀀스이다. 쿠아론과 여동생이 익사할 뻔한 실화이자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는 올해의 시퀀스다. 바다 시퀀스는 거대한 파도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개똥’같이 뭉치며 마무리된다. 다 그 하녀의 살신성인 덕분이다. 여기서 쿠아론이 말하고 싶은 건 갑자기 아빠에게 버려졌던 가족, 갑자기 애 아빠에게 버려진 하녀가 같은 마음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언제든지 치워질 수 있는 개똥같은 처지였지만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개똥을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으로 ‘개똥의 연대’를 말하는 중이다.
 

물론, <로마>의 결말은 클레오가 옥상을 오르는 모습이다. 바다에서 가족들이 썼던 담요를 건조하러, 개똥 바닥에 일렁이던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첫 시퀀스와 대조를 이룬다. 쿠아론은 자신의 개똥같은 마음을 인정하고 그녀와 작별하는 중이다.
 

FILMBUSAN_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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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4월 22일 저널리즘의 모범답안 <스포트라이트> ‘우라까이’라는 말을 아는가. 한국 언론계의 은어로 타 매 체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와 문체나 표현만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8 Winter (통권 28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12월 25일 러브 어페어 수 많은 러브스토리가 있고 러브테마가 있지만 혹시라도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감동적인 음악에 흠뻑빠져 보시길 바란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곡성> 거대한 파도가 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삼켜버린다. 극 중 무당인 일광(황정민 분)은
뉴스, OST & 맛집. 2016년 8월 3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어떤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춰야 하는 것처럼] 영화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을 들으며
얼굴들 낯설고 익숙한 마주침 신비로우면서도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그래서 반가운 마주침이다. <얼굴들>의 서사에서 확실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은 인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1월 15일 <너는 여기에 없었다> - 카운트다운의 끝은 어디를 향하는가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거꾸로 수를 세는 것뿐이란 슬픈 인식만은 뚜렷이 남는다.
2011년 부산파랑 08+09 (통권 38호), 리뷰, 필름 리뷰. 2011년 8월 10일 Special Theme - Asia Film Story : 오겡끼데스까? 우려하는 것처럼 가면 큰일나는 나라도 아니고 여느 때 보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과 위로로 북적거려야 마땅한 곳 이다. 출국일 텅빈 공항이 또 다시 눈에 밟힌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Asia Movie File 수취인거부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 수취인거부 그러나 50년을 묵혀둔 그리움의 연서는 어떤 형태로든 그 대상에가 닿지 못한다.
칼럼, 정한석의 영화공원. 2018년 9월 21일 [정한석의 영화공원] 그럼 무엇이 있었나 _ <너는 여기에 없었다> *스포일러 있음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타인의 삶과 그 세계에 대한 이해 <소성리> 영화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소성리>는 그렇게 타인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뉴스, 웹툰. 2016년 8월 16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복면작가의 Movie Think #6 수어사이드 스쿼드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9월 24일 잔혹한 비밀 [히로시마·평양] 역사적 문제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도사리고 있는 (핵)전쟁과 원전의 위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뉴스, 필름 리뷰. 2016년 11월 17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이상한 나라의 마이클 무어 <다음 침공은 어디?>] 마이클 무어가 미국으로 가져가려 한 꽃은 이렇듯 인간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태도에 다름 아니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간절히 부르는 그 이름들] 아직 추운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로 우리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이젠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이름들이 몹시 아픈 날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마음을 놓고야 마는 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또래여서만은 아니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뉴스, OST & 맛집. 2008년 7월 29일 OST에 빠지다, 영화 [그녀에게] Hable Con Ella, Talk To Her “사랑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고..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찰나의 순간, 달라지는 세계 <클레어의 카메라>  영화는 이제 찰나에도 펼쳐질 수 있는 세계의 깊은 심도를 제시한다. 아득하고 신비로운 세계로의 확장이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심장이 뛰네 포르노적 환상을 통한 성적 주체화와 자유의 여정
2003 Autumn (통권 7호), 리뷰. 2003년 9월19일 언니들은 모르는 오빠들의 세계! 오 브라더스
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사랑도, 연애도, 그것도 [뜨거운 것이 좋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았던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가족관을 뒤바꾸는 새로운 가족 개념과 여성성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6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목소리의 정체 <네루다> 오스카는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니, 실존인물 네루다의 문학과는 무관하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0(통권 60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2월 28일 괴물로 드러나는 현실과 내면의 욕망 <올드보이> 깊은 치유가 필요한 우리의 상처가 무엇인 지 생각해보는 성찰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근대의, 그리 고 우리의 새로운 신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영화를 넘어선 영화<시> 영화적인 요소를 배제하여,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를 초월한 세상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정점이 바로 이창동 감독의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는 사랑 앞에 두 번 깨어나는]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을 들으며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장 피에르 레오의 눈이 바라본 것, 스와 노부히로의 <오늘밤 사자는 잠든다> 불멸성에 대한 불안이건 생성되고 활동하 는 영화, 죽음을 되받아치는 눈동자건 중 요하지 않다. 나는 레오의 마지막 눈빛을 보았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3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누구의 것도 아닌 ‘블루’ <문라이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러나 아무나의 길 <판타스틱 우먼> 눈에 강력하게 끼인 이항대립적인 백태가 사라지고 ‘아무나’와 분별없이 어울리는 그런 자리를 희구하는 일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오늘의 문예비평. 2015년 7월 1일 ‘지역’이라는 공포 [도가니]가 지역을 재현하는 방식 <도가니>는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표현 기법과 법정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쉐들이 종합된,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신화로부터 멀리: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Nomadland>(2020)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영화 후반부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자신이 떠났던 네바다주의 엠파이어 마을로 다시 돌아왔을 때다. 이 마을은 집을 만드는 석고 보드 공장 내 생산품으로 터전이 유지됐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집값이 폭락하고 주택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88년 만에 공장 문을 닫았다. 더욱이 이 동네는 주소마저 쓸 수 없게 됐다. 엠파이어는 말 그대로 거대한 사회적 사건으로부터 버려진 곳이다. 펀은 수개월 만에 다시 돌아와 차에 있는 물건을 다시 버리고, 문 닫힌 을씨년스러운 공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비어있는 한 집에 당도한다. 자세한 설명이 나오진 않지만 방과 부엌을 둘러보는 펀의 시선에서 그가 살았던 집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윽고 그녀는 문을 통해 밖으로 걸어 나간다. 카메라는 펀의 뒷모습을 비추고, 그녀의 앞에 놓인 것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들판과 저 멀리 네바다주 어딘가의 설산이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도레미파솔라시도 “너 아니면 안돼” 사랑해서 … 미안해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4월 9일 뜨거운 감자를 삼키기 위한 제(祭)[지슬] 뜨거운 감자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기 어렵듯 애도를 위한 제의(祭儀)는, 지금,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그만큼 직핍하게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