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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무국적 역사물

  • 글 ·
  • 작성일2021. 06. 28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2020)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작 <도쿄 소나타Tokyo Sonata>(2008)를 언급하며 “도쿄에서만 촬영했지만 누가 봐도 도쿄를 알 수 있는 장소는 피하려 했다. 가능하면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에서 찍고 싶다”고 했다. 릿쿄대학 스승 하스미 시게히코, 하스미의 또 다른 제자이자 대학 동문인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의 대담집인 <영화장화>(2018)에서 영화의 무국적성을 이구동성으로 찬미하며 그가 던진 말이다. 여기서 무국적성은 장소, 심지어는 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랬던 그가 첫 역사물이라서 그런 걸까.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2020)의 도입부 ‘1940년 고베 명주실 검사소’란 자막은 그의 새로운 시도와 전환의 아이콘으로 봐야 할까. 하스미를 정점으로 하는 무국적 영화의 미학은 이제 포기된 것인가.

 

 

1940년은 한반도와 대륙의 민중들이 오랜 식민지배와 중일전쟁의 한복판을 통과하던 때다. 그러나 장소를 일본 열도 내로 국한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일본에선 아직 전쟁에 대한 실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서서히 전운을 느껴가는 시기였으니까. 그 해는 삼국동맹, 곧 일본, 독일, 이탈리아가 서로 동맹을 체결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일본이 이차대전의 자장 안으로 이행하던 중요한 시기다. 그러므로 과잉으로 보이는 기록은 감독의 인장처럼 사용되는, 외부의 위험이 스크린 안으로 내재화되는 그의 스타일의 계승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닐까.

 

 

고베는 또 어떤가. 당대 최고의 무역항 고베는 무국적성 영화와 다른 결에 있는, ‘장소가 뱉어낸’ 것 같은 인물들을 탄생시킨다. 그러므로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 같은 고베야말로 영국인 간첩으로 지목된 드러먼드(니히 분)가 첫 신에서 체포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연결된 인물은 장소와 시대가 뱉어낸 가장 중요한 인물 유형, 세계사적 시각과 교양을 갖추고 코스모폴리탄을 자처하는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 분)일 수밖에 없다.

 

 

유사쿠의 아내는 산골 출신으로, “더 멀리 바라보는” 유사쿠와 달리 자신이 “바보 같아서 싫기도” 하고, “난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게 뭐가 나빠요?” 하며 남편에게 달려들기도 하는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이다. 유사쿠는 만주의 731부대의 만행을 보고 그것을 스스로 미국 등 서구에 폭로하려는 자발적 스파이로 묘사된다. 처음엔 남편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던 사토코는 결국 남편과 뜻을 같이하기로 하는데 그녀가 고베 사람이 된 것인지, 그저 남편과 함께하려는 산골 출신 여인의 안간힘인지 영화 안에서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명확한 역사적 사실로서 외적 위험이라는 장치를 사용하는 한편, 구로사와는 그것과 공명하거나 다른 운동을 하는 실내극의 역동을 창조한다.

 

 

프레임 안의 모호함과 불신으로 가득 찬 긴장은 영화 끝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전쟁의 기운이 충만한 외적 환경에 더하여 심중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의 내면과 그들의 관계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같은 산골 출신이자 사토코의 소꿉친구인 군국주의자 헌병 분대장 타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 분)와 사토코 사이에 일렁이는 정념들. 정념과 의뭉스러움, 비밀, 배려와 지혜가 혼재된 것 같은 유사쿠. 보수적 헌신과 정념 사이를 오가고, 사랑과 맹목이 구분되지 않는 것 같고, 냉혹한 현실 판단과 유희적 가벼움 사이를 떠돌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사토코가 유사쿠를 압도하는 설득력으로 화면을 장악하는 마지막 엔딩의 사랑스러움. 역사물이 뱉어낸 무국적 미학의 격랑은 영화 내내 차고 넘친다.

 

 

이상경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으로 비평의 세계에 입문하여 현재 부산독립영화협회 이사, <인디크리틱>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비평은 직업이 아니라 취미이고 인생의 목적은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라는 선배 평론가의 말을 깊이 새기고 있는 정신과 의사. sangkyeong.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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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필름 리뷰. 2016년 10월 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악귀(惡鬼)들의 전성시대 <아수라>] <아수라>의 군상들은 너무도 추악하고 비루하여 차마 외면하고픈 우리네 사회상의 음울한 민낯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우리시대 누구나 반달이 될 수 있다
2003 Summer (통권 6호), 리뷰. 2003년 7월 23일 한국 최초의 하우스 호러 <장화, 홍련> <장화, 홍련>도 이미 메이킹과 현장공개 필름을 본 후였기 때문에 무서운 것에 대한 방어막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
2006 Summer (통권 18),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7월 4일 모노폴리 조만간 기발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출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도레미파솔라시도 “너 아니면 안돼” 사랑해서 … 미안해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D- WAR 디워 한국 기술의 SF영화 D-War는 많은 시도와 실패의 흔적들이 여전히 보였지만 훌륭한 영화였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친일의 제도, 제도의 친일 [집 없는 천사] 자본의 영세함과 기술 부족, 그리고 검열이라는 제도의 문제와 오래도록 싸우던 조선의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영화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4월 4일 무엇이 우리를 윤리로 이끄는가 <더 포스트> 하나의 숭고한 선택의 저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희생이 있는가. 여전히 들여다봄직한 고민이다.
2003 Spring (통권 5호), 리뷰, 브리짓존스의 영화읽기. 2015년 4월 23일 이웃집 토토로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때면 토토로가 살고 있는 숲속으로 한번 빠져보심이...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그 단순하고 순결한 복수의 칼에 대하여 올드보이 가장 영화적인 모티브인 ‘복수’가 온전히 박찬욱 감독의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뉴스, BFC 뉴스. 2016년 11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비명조차 집어삼킨 악몽의 밤 <맨 인 더 다크>] 어둠의 심연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공포는 곧 베일에 싸인 맹인의 정체에 관한 호기심과 결부되어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고픈 도둑들의 심장을 옥죈다.
그린 북 경계선의 사람들 내가 돈과 토니의 웃음을 마냥 행복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린 북>의 세계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선들은 무수히 많은 형태로 영화 속에서 존재한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리뷰 중심과 주변 <아이들은 즐겁다>(2021)의 첫 장면. 흰색 트럭이 앞으로 다가와 멈춘다. 닫혀있던 차창이 서서히 내려가며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이경훈 분)와 아빠(윤경호 분)가 화면에 등장한다. 화면 구도상 다이의 시선이 중심이지만, 내게는 유독 옆자리에 앉아 잠을 자는 아빠의 모습이 돋보인다. 분명 트럭을 운전해 다이를 관객에게 소개한 장본인이지만, 그런 그의 첫 모습이 피로에 쌓여 쿨쿨 잠을 자는 모습이라는 것은 꽤나 인상 깊은 소개처럼 다가온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7(통권 67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10월 21일 타인의 삶과 그 세계에 대한 이해 <소성리> 영화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소성리>는 그렇게 타인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2008 Winter (통권 28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12월 25일 [미인도]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서 줄다리기 하는 자의 감정적인 긴장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의 인간적인 고뇌에는 아예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7월 7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우리가 모르는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아마도 셜록 홈즈 만큼이나 대중들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받은 가공의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자신이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리뷰, 필름 리뷰. 2016년 8월 8일 이 시대의 ‘존’들을 위하여, <프랭크> 이 영화는 프랭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존의 쓰디쓴 성 장서사이기도 하다.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70여년만에 전국 개봉한 부산영화<오.구>를 응원해야할 7가지 이유 나는 진정으로, 부산에서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전국 개봉을 당당히 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영화 <오구>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나의 결혼원정기 라라의 망명소식을 듣고 과수원길을 한걸음에 내달리는 만택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며 가슴 따뜻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2007 Spring (통권 2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3월 2일 하드보일드 클래식 壽 수 구차한 서사를 모두 덜어낸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이런 식의 표현이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2(통권 52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1월 1일 행복에 관하여 [황금시대] 우선 자기가 행복해지길 원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2004 Autumn (통권 11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4년 9월21일 바람의 파이터  나라사랑의 마음을 더 품어준 영화인것 같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영화였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리뷰. 2014년 7월 3일 Film Review 침묵의 사냥 [더 헌트] 영화 <더 헌트>는 이 순환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세계를 향해 묵직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잊혀진 꿈의 동굴, 문성훈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소멸되지 않은 꿈의 역사 베르너 헤어조크 作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7월 23일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서른살의 성장영화
뉴스, OST & 맛집. 2017년 1월 4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하지만 계속 사랑을 할 거예요,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우디 앨런의 <애니 홀 Annie Hall>을 들으며...
앨비는 맛도 없고 양도 적은 음식점에 온 느낌이다. 1년 전만 해도 애니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6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목소리의 정체 <네루다> 오스카는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니, 실존인물 네루다의 문학과는 무관하다.
필름리뷰 먼지와 재, 그리고 다시 집으로 두 가지 의미의 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축복의 집>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어느 가정의 붕괴를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를 앞둔 낡은 가옥에 빗댄 영화다. 공장 노동자이자 야간 식당 아르바이트로 고단한 주인공 해수(안소요 분)는 새벽녘에야 겨우 집에 들어가 오래된 배관에서 녹물이 섞여 나오는 물로 먼지와 땀자국을 씻어낸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해수의 비바람을 막아줄 가정과 가옥의 부재는 선명하게 포착된다.
2010 Summer (통권 34호), 리뷰, 필름 리뷰. 2010년 7월 14일 심장이 뛰네 포르노적 환상을 통한 성적 주체화와 자유의 여정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2016년 4월 21일 앞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간극 <동주>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 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뉴스, 웹툰. 2017년 2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복면작가의 Movie Think #19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리뷰, FILM REVIEW. 2017년 2월 16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도착한 미래, 유예된 현재 <컨택트>]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자못 점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을 빌어 서로의 존재를 탐문하려 하였던 지적생명체와의 조우는, 루이스가 외계종족으로부터 예언자이자 영매로서 선택받게 된 이 환영적 체험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필름리뷰 ‘대저’에 가볼까 2011년 여름, CINDI라고 불렸던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에서 최용석 감독의 <이방인들>을 보았다. CINDI는 좋은 영화제였다. 지금 생각하면 저마다 단도 정도는 매일 갈아온 작품들이 즐비했던, 디지털시네마 전용 영화제였다. 그해에 CINDI가 선정한 부산 영화는 <이방인들>과 김백준 감독의 <작별들>(2011)이었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경계선의 사람들 내가 돈과 토니의 웃음을 마냥 행복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2월 3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모두가 왕의 사람들 <더 킹>]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깃을 잡고, 첩보를 기획하고, 적당한 기회에 터뜨리는 일’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자 출세를 보장하는 지름길이었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6(통권 66호), 리뷰, FILM REVIEW. 2018년 7월 12일 <소공녀>, 행복하냐고 묻지 마라 이 여행의 시작을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하지 마라.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질주가 아닌, 부유(浮游): [설국열차]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설국열차처럼 일거에 멈춰 세울 수 없는 무형의 거대 열차이기 때문이다.
2005 Summer (통권 14),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7월 6일 연애의 목적 여자는 희망한다. 둘의 새 출발을.. 남자는 알았다. 자신이 제비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녀에게 반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2005 Spring (통권 1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5년 3월 6일 그때 그 사람들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행위가 비겁자를 만든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7(통권 57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4월 22일 저널리즘의 모범답안 <스포트라이트> ‘우라까이’라는 말을 아는가. 한국 언론계의 은어로 타 매 체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와 문체나 표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