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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한국영화의 히든 바코드

홍상수 감독 : 남자들의 자아분열 <강변호텔> <인트로덕션>

  • 글 ·
  • 작성일2021. 09. 28

 

<강변호텔>

 

 

<강변호텔>(2019)과 <인트로덕션>(2021)은 2년의 간격을 두고 나온 홍상수 감독의 최근 영화들이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샴쌍둥이 같다. 영화로는 두 작품인데 몸은 하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감독이 자신의 속마음을 영화로 표현하는 방법은 연기자의 연기패턴과 매장면의 미장센이다. 그런데 감독이 시나리오의 오리지널리티까지 겸하면 대본상의 대사는 변명의 여지없이 감독의 심리를 대변한다. 물론 홍상수 감독은 대부분 그가 쓴 대본으로 영화화하지만, 이 두 작품은 이전과 사뭇 다르게 남자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며 대사 분량조차 그러하다. 게다가 가장 극적인 부분에서 배우가 치는 대사의 음량 데시벨이 예사롭지 않다. 두 영화가 그 부분까지도 놀랍도록 닮았다. 왜 이런 걸까? 2년의 간격을 두고서도….

 

<강변호텔>에서 시인인 아버지(기주봉 분)는 두 아들을 술상머리에 앉혀두고 크게 소리친다. “사람은 사랑을 따라가야지… 그래서 (난) 나온 거야! 그 덕분에 난 사랑을 해봤어!… 그걸 잊지마!” <인트로덕션>에서 연극배우 기주봉(기주봉 분)은 어린 영호(신석호 분)와 그 친구를 술상머리에 앉혀두고 관객이 깜짝 놀랄 정도의 음량으로(상대방보다 거의 서너 배나 될 정도의 데시벨인데, 이건 감독이 특별히 시켜야 나올 수준이다!) “그게 무슨 소리니? 사람이 사람을 안는 게 그게 장난이면 어떻고 무슨 놈의 죄가 있어? 여자를 안는 건 다 사랑이야!… 그게 얼마나 귀한 건데, 아름다운 건데, 그게 어떻게 죄악이야?”라고 말한다.

 

또 이상할 정도로 두 영화에서 여자들은 상호 공감, 격려, 호응의 세계에 있고 남자들은 상호 의심, 대립, 폭언으로 혈전 상태다. 그럼에도 관람하는 나의 눈에는 모든 장면들이 아슬아슬하다. 너무 특이한 대사들에서 오는 낯섦도 있지만 같은 시간, 동일 공간 속에서도 제각각의 단절감이 선연하다. <강변호텔>에서 여자들이 “저기 까치가 있네!” “오, 그러네!” 하고 있을 때, 남자들은 약속된 커피숍에 모두 와 있음에도 아버지와 아들은 오랜 시간 찾아 헤매고 있다. <인트로덕션>에서 여자들이 “여기 수로가 이쁘네!” “저 옥상의 집이 특이하네!” “정말 그러네” 하는 반면, 한의사 아버지를 만나러 온 아들은 같은 집 속에서도 결국 상봉은 없다. 이런 영화적 장치는 실수가 아니다. 아버지의 부재상황, 부자간 상호회피는 감독 자신의 잠재심리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보여주고 있다.

 

 

<인트로덕션>

 

 

그런데 시각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좁혀 보면 등장하는 남자들은 애초에 하나에서 분화된 클론(clone)들임을 알게 된다. 물론 필자만의 판단이겠지만 두 영화에서의 시인 아버지와 아들들, 한의사 아버지와 그 아들, 원로 연극배우는 모두 이혼과 상실의 상처, 그 고통 앞에 마구 흔들리는 클론들이다. 즉 한 인물이 자신의 각가지 클론들에게 다짐 받고 상처 주고 다그친다. 아버지가 아들이며 아들이 결국 아버지다. 지나간 아버지의 선택과 비선택의 문제는 고스란히 아들들의 문제로 복제된다. 한의사 아버지가 영화 첫머리에 ‘자신의 불행한 (처를 버린) 삶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전 재산의 반을 고아원에 바치겠다’고 서원을 올리는 장면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원로 연극배우는 새로운 사랑 찾기에 과감하기를 한의사 아들에게 역설한다. 그 두 장년 남자는 감독의 자아분열적 양극을 선명히 보여준다.

        

<강변호텔>에서 엄마를 버렸던 아버지가, 과감한 사랑을 아들들에게 역설한 익일 새벽, 주검으로 발견되고 아들들이 대성통곡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인트로덕션>은 “남자가 여자를 안는 건 다 사랑이야!” 라고 영호에게 호통 치던 원로 연극배우의 말에 영호가 차거운 겨울파도에 몸을 맡겼다가 몸서리치면서 끝난다. 거듭나기의 혹독한 세례의식이 두 영화에서 필요악처럼 제시되었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은 예외 없이 이성과의 사랑을 두고 선택과 배제에 따른 고통의 와중에 던져져 있음도 유의점이다. <강변호텔>의 아버지와 큰아들은 모두 이혼 상태며 남은 아들은 여자와의 사랑을 기피한다. <인트로덕션>에서 한의사 아버지, 원로 연극배우, 어머니, 독일의 여류 화가(김민희 분), 영호의 여자친구는 모두 이혼했거나 그런 상태임을 암시한다. 홍 감독 영화의 핵심은 아직도 남녀 간의 사랑 문제임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홍상수 감독은 <인트로덕션>으로 2021년 제7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그의 많은 상복은 그대로 한국 영화의 성과로 기록된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팬들은 애증의 기로에서 방황한다. 그에게 영화가 없다면 홍상수 개인에 대해 애증이니 뭐니 할 것도 없다. 그저 사생활의 또 다른 사례만 남는다. 그렇기에 자신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려 드는 부분이 분명해 보이는 이 두 최근 영화들은 그의 재능에 비추어 보자면 과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의미심장한 대사, 미장센의 아슴한 여백에다 경제적으로도 잘 만든 영화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기에는 그의 재능이 아깝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최근작 <당신얼굴 앞에서>(2021) 개봉이 자못 기대 된다. 되돌려 말하면 20여 년 전 <오! 수정>(2000) 때의 아프도록 서늘한 그 충격의 젊은 정신력이 사실 그립다.

신종국 198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가다. 1990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입상작 <미친 사랑의 시간>이 <미친 사랑의 노래>(1990)로 영화화되어 제 35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설집 <마애암 골짜기>를 출간(서울 도화출판)해 작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osong9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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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지혜의 독립영화 읽기. 2019년 4월 3일 [정지혜의 독립영화 읽기] 빛의 호위 조민재 <작은 빛>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칼럼, 철학자 김영민의 영화읽기. 2012년 7월 23일 소설과 詩 애도의 2가지 형식 글쓰기는 상흔과 상실,마음의 상처와 애도(衰悼)를 전제로 하는 작업 이며,작품은 그것들의 변형이 된다.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칼럼, 정한석 평론가의 한국영화단상. 2018년 4월 4일 파란 입이 달린 얼굴 _생존의 모순 영화는 서영이 프레임 너머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잠시 탁구 릴레이를 하는 환상으로 종결되는데, 그 환상은 결국 실패한 서영의 소망이자 영원한 고립무원의 현장이어서 너무 쓸쓸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뉴스, 영화 그리고 부산. 2014년 7월 3일 영화야 수다야 - [그녀] 부산의 대표적인 영화전문지 <영화부산>은 부산만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자.
2015년 영화부산 vol 15(통권 55호), 칼럼. 2015년 9월 24일 철학자 이지훈의 영상몽상(映像夢想) - 홍문연(鴻門宴)의 변주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전쟁이 뭐 별건가.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하며, 결정해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문학평론가 박현준의 영화인문학 변산, 우리가 잃어버린 그곳 우리가 열망하는 그곳은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Topos)가 되었다. 고향(故鄕)은 사전적 의미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을 뜻한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뉴스, 영화 그리고 부산. 2006년 1월 21일 부산영화의 선사시대 부산영화의 선사시대(1920년대Ⅰ)
2018년 영화부산 vol 25(통권 65호), 칼럼, 장지욱의 씨네 잡학사전. 2018년 4월 16일 씨네 잡학사전 #키워드 #축구 #Soccer #축알못 #호우!
키워드를 쫓다 만나는 영화들을 통해 별별 잡동사니 지식을 섭렵해보는 ‘씨네 잡학사전’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칼럼, 달시의 한국영화. 2013년 1월 21일 아시아 독립영화의 고향, 소셜네트워킹 장소로 거듭나야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재와 미래 정체성에 대한 제언
칼럼, 남다은의 영화樓. 2018년 1월 30일 초행(草行)하는 연인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럼, 남다은의 영화樓. 2017년 10월 31일 ‘우리의 20세기’라 불리는 그들의 유일무이한 1979년 ‘우리의 20세기’라 불리는 그들의 유일무이한 1979년
2006 Summer (통권 18), 칼럼. 2006년 7월 4일 영화,그 ‘만남,의 미학'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영화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공동 협력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칼럼, 남다은의 영화樓. 2017년 8월 31일 ‘그 후’의 시간은 어디로 가는가 ‘그 후’의 시간은 어디로 가는가
2009 Autumn (통권 31호), 칼럼. 2009년 9월 19일 ‘ 영화·부산·기자’ 의 추억의 신문(1996-2009) 읽기 영상도시 부산의 꿈은 이루어진다 !
2007 Winter (통권 20호), 칼럼. 2007년 1월 3일 영화 도시 부산 Cine-city Busan 관객들이 이 항구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영화도시로 거듭 날 부산의 모습을 그려 본다.
칼럼, 이은선의 영화인. 2018년 1월 5일 꾸밈 없이 비범하다, 김태리 꾸밈 없이 비범하다, 김태리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칼럼. 2016년 1월 8일 영화속의 인상적인 아시아의 로케이션 갖지는 못하더라도 잊지는 말자–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칼럼.2017년 4월 26일 장지욱의 씨네 잡학사전 세상은 넓고 영화도 많다. 그렇다면 세상 삼라만상의 이치를 영화를 통해 들여다볼 수는 없을까?
<씨네 잡학사전>은 키워드를 쫓다 만나는 영화들을 통해 별의별 잡동사니 지식을 깨알같이 전해드리고자 한다.
새 코너의 첫 키워드는 ‘투표’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6(통권 46호), 칼럼. 2013년 7월 6일 사회학자 이성철의 씨네라마, 열정은 어떻게 생활이 되는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삶에 지쳐 있으나 희망의 끈들은 놓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칼럼, 이은선의 영화인. 2017년 7월 27일 온전한 영화적 체험을 향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도전 온전한 영화적 체험을 향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도전
2014년 영화부산 vol 10(통권 50호), 칼럼. 2014년 7월 3일 정한석기자의 한국영화단상 - 보호와 비보호의 신호등, 한국영화에 새겨진 두려운 무의식 낙후된 사회의 복지 조건과 상태, 그에 따른 두려운 무의식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결론삼아 이렇게 질문을 남겨보자.
뉴스, BFC 뉴스. 2017년 7월 28일 한 여름의 한국영화들에 대한 단상 한 여름의 한국영화들에 대한 단상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칼럼. 펜촉 K의 영화보기.2017년 4월 26일 '올드보이' 펜촉 K의 영화보기 : 페르조나 편 페르조나 편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칼럼, 내 멋대로 차트. 2016년 8월 13일 영화 속 몸짱 히어로 양성 평등, 공평 반반! 여름 특집, 스크린 속 몸짱들에 빠져보자.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칼럼, 내 멋대로 차트. 2014년 1월 4일 희망변주영화 신년특집 내 멋대로 차트. 영화 속, 희망에 관한 변주.
2013년 영화부산 vol 05(통권 45호), 칼럼, 사회학자이성철의 씨네라마. 2013년 4월 9일 안토니오 그람시와 타비아니 형제의 [빠드레 빠드로네] 영화는 이탈리아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고향인 사르데냐 (Sardegna) 출신 가비노 레다(Gavino Ledda, 1938~) 라는 실존 인물의 성장사이다.
2010 Spring (통권 33호), 칼럼. 2010년 4월 15일 어머니품 같은 부산을 그리워할 것이다. 부산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자식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인들과 함께 한다면 그 영화인들 또한 부산을 어머니의 품처럼 생각하고 항상 그리워할 것이다.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명절 때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 오는 심정으로 부산을 찾을 것이다.
2008 Winter (통권 28호), 칼럼. 2008년 12월 25일 영화관 관람과 영화 보기 40여 년 전 영화관관람 영화보기에 홀랑 빠진 어린 시절 나에게 영화는 그것이 아무리 꾸며낸 것일지라도 현실감으로 다가 왔다.
2010 Winter (통권 36호), 칼럼. 2010년 11월 11일 Special Theme - Theme #1 : 아시아영상중심도시 부산의 빛과 그림자 여전히 영상산업과 영상문화라는 측면에서 수도권의 도시들과 비교할 때 열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타 지역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칼럼, 남다은의 영화樓. 2018년 3월 29일 마지막 순간에 대한 반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럼, 남다은의 영화樓. 2017년 11월 15일 ‘택시운전사’가 누락시킨 시선들 ‘택시운전사’가 누락시킨 시선들
칼럼, 정지혜의 독립영화 읽기. 2018년 7월 19일 [정지혜의 독립영화 읽기] 사랑이 문제, 사랑의 문제, 사랑하는 방식의 문제 같은 날 본 두 영화 <어느 가족>과 <박화영>
2019년 영화부산 vol 28(통권 68호), 웹툰. 2019년 1월 15일 보헤미안 랩소디 웹툰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칼럼, 영화 그리고 부산. 2015년 7월 1일 '변방'의 이야기 천만관객영화를 통해 부산 읽기 하지만 천만관객영화 11편 중 8편이 역사를 다루고 있고, 6편이 부산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칼럼, 정지혜의 독립영화 읽기. 2019년 1월 17일 [정지혜의 독립영화 읽기] 불가능한 가능태 , 풍경 얼굴 이강현 <얼굴들>
2006 Autumn (통권19호), 칼럼, 2006년 10월 4일 영화와 군화, 그 양극의 문화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칼럼, 이은선의 영화인. 2018년 1월 18일 유일무이 차태현 유일무이 차태현
2016년 영화부산 vol 18(통권 58호), 칼럼, 철학자 이지훈의 영상몽상. 2016년 8월 3일 쉬하오펑 감독의 공간학 공간 감각은 인간의 경험을 구성하는 바탕이며, 액션영화의 핵심이다.
2012년 영화부산 vol 01(통권 41호), 웹툰, 정훈이 만화. 2012년 7월 23일 정훈이만화-내 남편의 모든것 내 남편의 모든것 _정훈이 만화
칼럼 - 한국영화의 히든 바코드 김보라 감독 : <벌새>의 비행각도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2019)를 시점의 문제로 환치해보니 아무래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맞는 듯하다. 그 1인칭 시점은, 타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는 제약을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 내면세계를 드러내는데 유효하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주인공 은희(박지후 분)의 나날은 타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내면이 수시로 아프게 균열지는 여중생이기에,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분석하면 영화 <벌새> 이해는 보다 용이해진다.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EDITORIAL. 2019년 5월 27일 EDITORIAL 그동안 <영화부산>에 좋은 글을 담아주신 필진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