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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기적을 행하는 마리오네트

  • 글 ·
  • 작성일2021. 12. 20

 

<아네트ANNETTE>(2021)

 

 

레오 카락스 감독의 무려 8년 만의 신작이다. <아네트ANNETTE>(2021)는 그의 영화답게 한 번에 쥘 수 없는 현현한 감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이것이 그의 첫 뮤지컬 영화라는 점과 별개로 이전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풍기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시 전작 <홀리모터스Holy Motors>(2013)에서 다루었던 영화라는 매체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볼 수도 있는 영화다.

 

 

새 작품마다 자신의 커리어를 갱신해 보이는 듯한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극중 이름은 ‘헨리 맥헨리’다. 앞과 뒤의 운율을 맞춘 기묘한 이름에서 포박된 감각이 드리워지고 이는 그의 운명에 대한 암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탠딩 코미디언 헨리는 무대 뒤에서 바나나를 씹으며 링(무대)을 기다리는 야수, 흡사 인간화된 유인원에 대한 은유처럼 나타나고 있다. 그의 연인 안(마리옹 꼬띠아르 분)은 사람들로부터 ‘완벽하다’는 수사로 일컬어지는 오페라 가수다. ‘무대를 장악했다’는 의미로 ‘내가 그들을 죽여줬어’라고 말하는 헨리와 반대로 안의 경우에는 ‘그들을 구원했어’라고 말한다. 무대와 공연, 관객과 대중을 사로잡는 직업을 가졌다는 면에서 둘은 예술가이지만 헨리와 안이 몸담은 예술은 어쩔 수 없이 고급과 고급이 되지 못한 예술로 갈음돼있다. 몹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이와 같은 구별은 애초부터 비극의 결론을 담보하고 있는 듯하다.

 

 

헨리는 “왜 코미디언이 됐어?”라는 관객의 집요한 질문에 ‘죽임당하지 않고도 진실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죽음의 화두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길 좋아하지만, 안이 무대 위에서 숭고한 죽음을 연기하는 데에는 불만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 있어 진실은 불편한 무엇이다. 무대 위의 유인원은 재차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성역은 있다. 숭고한 대상(안)을 불편함의 소재로 삼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기 시작하고, 두 예술가 사이에 이미 잠재했던 격차는 실재에 드러난다. 게다가 영화에서 헨리가 안의 공연을 보는 장면은 있지만 그 반대의 장면은 없다. 그의 직접적인 시선으로도, 오토바이를 타고 심연을 향하는 그의 모습 위에 겹쳐진 안의 (무대에서의) 죽음들로도 헨리가 예술가 안을 의식하는 행위가 감지되지만, 여전히 그 역은 없다. 헨리가 감행한 두 번의 살인은 그에 초점해 바라보자면 혐오와 질투에 기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네트>가 상당히 고전적인 비극의 서사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단지 개인의 수준에서 설명될 법한 사건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토록 고전적인 서사를 매개하고 있는 영화가 정말로 독특해지는 것은 대립항을 겹쳐 놓으면서 몰입의 규칙을 깨는 레오 카락스의 실험들에서 비롯된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 아네트가 마리오네트 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아네트는 두 개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존재며, 세상을 향해 노래하는 기적을 선보인다. 여기에는 저절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실의 대립항이 있다. 그리고 마리오네트의 믿을 수 없는 기적의 실현과 그것 역시 사실로 받아들여진 현실의 대립항이 있다. 보통 아네트의 구현 자체에 CG를 동원할 법하지만 구태여 목각 관절 인형의 낯선 움직임을 현실에 끌어들인 선택으로 하여금 영화는 기이한 겹침을 실현한다.

 

 

<아네트>는 무대라는 조직된 공간에 자연의 공간인 숲을 겹쳐두고, 미투 운동에 지목된 헨리의 폭력성이 암시되는 꿈 뒤에 호주의 대형 산불 소식을 겹쳐둔다(꿈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현실화된다). 죽은 안의 모습이 수차례 다른 모습들로 등장하는 대목이나, 마리오네트와 아네트가 동시에 담기고 마는 파격적인 숏 역시 이러한 겹침의 사례들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레오 카락스는 서사를 시작하기 전과 마친 이후에 의도적으로 구별된 단락을 배치해 두기까지 하면서 영화의 안팎을 분리하고 또 이어붙인다. 이는 노래하는 사람들을 현실로 받아들이게끔 통용되었던 뮤지컬 영화의 불문율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홀리모터스>에서 자기 식대로 규명하고자 했던 영화가 현실과 관계 맺는 방식, 혹은 영화 자체의 작동 원리를 상기해 본다면 <아네트>가 독특하게 빚어내는 지점들이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심미성 <씨네21> <인디포스트> <아홉시><크리틱b> 등에 영화글을 써 왔다. 극장과 OTT 사이를 애매하게 유랑하고 있다. @simmimi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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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장르 안에서 관습 거절하기

 

<소리도 없이>(2020)를 본다는 건 차가운 농담과 마주하는 일이다. 주인공들에게 계란 판매와(조폭들이 만든) 시체 운반은 동등한 ‘업(業)’이어서, 주어진 데 감사하며 성의를 다하느라 시체의 머리를 북향으로 두고 성경도 읽어주니 동서양이 얼결에 만난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태인(유아인 분)을 나무라던 창복(유재명 분)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어이없이 변고를 당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한 사건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영미(배두나 분)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인물들은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는 ‘좋은 유괴’에 가담해버린 참이다. 동종 범죄일 뿐 아니라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주인공이 말을 못(안) 하는 설정이 일치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잔혹하고 비정한 농담은 아니지만, 이는 두 영화가 하드보일드와 블랙코미디라는 다른 지향점을 갖는 데서 비롯되니 어느 것이 더 무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1(통권 61호), 리뷰. FILM REVIEW.2017년 4월 26일 세계에 대한 감응 : <문라이트>를 보고 <할렐루야>를 떠올리다

<문라이트Moonlight>(2016)에 대한 리뷰를 쓰려다 다른 영화로 생각이 옮아갔다. 킹 비더의 <할렐루야Hallelujah>(1929)가 그것이다.  두 영화 사이의 영향 관계를 밝히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뛰어나다는 식의 우열을 가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문라이트>와 <할렐루야>가 영화적으로 공유하는 요소도 그리 많지 않다. 여러모로 두 영화의 차이는 명확하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6(통권 56호), 리뷰. 2016년 1월 4일 FILM REVIEW 당신 옆의 요괴 - 몬스터 헌트 인간 세상의 지도자 요괴를 모두 잡아 내치기만 한다면! 정녕 그들 이마에 붙일 꼼짝 못할 표식을 못 만든단 말인가!
리뷰, 필름 리뷰. 2017년 3월 2일 문성훈의 리와인드 [누구의 것도 아닌 ‘블루’ <문라이트>]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6 Winter (통권 1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6년 1월 21일 태풍 장동건, 이정재의 만남만으로도 영화 관객들은 새로운 한국형 블럭버스터와의 만남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막상 개봉관에서 만난 <태풍>은 과연“태풍”인지 의문에 빠지게 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9(통권 49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4월 4일 Film Review 성장한다는 것은 미쳐가는 거야 [안개 속의 풍경] 입맛에 맞게 잘라내고 없애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롱테이크 촬영은 인생과 닮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월 5일 Film Review 투기가 전위가 될 수는 없었을까? [잉투기] 영화를 보는 자와 영화의 연대에서 희미하게 나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뉴스, 웹툰. 2016년 9월 28일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복면작가의 Movie Think #9 언더워터
2012년 영화부산 10+11월호 vol 02(통권 42호), 리뷰, 필름 리뷰. 2012년 10월 22일 더 레이디, The Lady(2011) 강윤정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아웅산 수지의 드라마틱한 삶을 응시하다
2012년 영화부산 12.12+13.1월호 vol 03(통권 43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21일 〈아르고〉Argo(2012) 진짜 악은 누구인가?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세일즈맨>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이냐고 되묻고 있을 뿐이다.
2008 Summer (통권 26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6월 29일 크로싱 131일간의 간절한 약속, 8천km의 잔인한 엇갈림
필름리뷰 흐릿하고 지워진 모든 장소는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한다. 심지어 똑같은 부분을 공유하더라도 누군가에겐 환희와 사랑의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비극과 잔혹의 장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렇듯 장소는 저마다의 역사가 부글거리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정의하는 현장이다.
2015년 영화부산 vol 14(통권 54호), 리뷰, 필름 리뷰. 2015년 7월 1일 선택을 선택하며 사는 삶 [미스터 노바디] 누구나 미래를 상상한다. 가장 흔한 예는,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는 미래다.
2014년 영화부산 vol 11(통권 51호), 리뷰, 필름 리뷰. 2014년 10월 1일 Film Review - 함께 만들어가는 멋진 인생을 위하여 [멋진 인생] 경제력을 향상시키면서도 내면이 공허해져가는 삶이 아닌, 함께 기쁨을 느끼며 충만해지는 삶을 살아나가는 길을 택한 그들의 공존력이 가급적 많은 이들과 공유될 수 있었으면 한다.
2008 Spring (통권 25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8년 3월 30일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랑을 담은 [마지막 선물] 가족의 소중함을 아무리 강조를 하여도 부족함이 없건만, 알고 있어도 잘 실천되지 않은 것이 현대 우리들의 모습이다. 잃고난 후 후회하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자각하게 된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2(통권 62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7월 14일 <언노운 걸>: 열어젖힌 투명한 경계 <언노운 걸La lle inconnue>(2016) 속 공간은 허락받은 자만이 드나들 수 있고, 승인된 자만이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2013년 영화부산 vol 07(통권 47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0월 5일 Film Review- 어느 기괴한 죽음 [미시마-그의 인생] 세간의 조롱 혹은 경멸에 찬 시선과 거리를 둔 채 가급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삶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2007 Autumn (통권 23호), 리뷰, 나도 영화 평론가. 2007년 9월 1일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리턴 인스턴트식의 영화 대량생산은 처음엔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몰라도 언젠가 관객들은 다시 공들여 만든 ‘잘 만든 영화’를 찾아 다시 흩어 질 것이다. 
2017년 영화부산 vol 23(통권 63호), 리뷰, FILM REVIEW. 2017년 10월 18일 전쟁을 사유하는 영화, <군함도>와 <프란츠> 전쟁영화가 충무로의 대세처럼 보인다. 
2009 Spring (통권 29호), 뉴스, OST & 맛집. 2009년 3월 19일 거장의, 거장을 위한, 거장에 의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 _Music by Clint Eastwood
2013년 영화부산 vol 04(통권 44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2월 4일 남영동 1985 용서는 가능한가. 변화는 가능한가.
2019년 영화부산 vol 29(통권 69호), 리뷰, FILM REVIEW. 2019년 6월 3일 <레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레토>는 가끔 소름 끼치게 정교한 영화 형식을 경유해 음악의 속성에 닿아 가는 용감한 영화다.
2016년 영화부산 vol 19(통권 59호), 리뷰, FILM REVIEW. 2016년 10월 5일 왜 아가씨는 복수하지 않을까 <아가씨>  얼마나 많은 액션영화가, 코미디영화가 실은 박찬욱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2003 Winter (통권 8호), 리뷰. 2003년 12월18일 70여년만에 전국 개봉한 부산영화<오.구>를 응원해야할 7가지 이유 나는 진정으로, 부산에서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서울이 아닌 부산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전국 개봉을 당당히 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영화 <오구>가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름리뷰 7080밴드 ‘우담바라’의 현재 부산이 가장 부산답게 담긴 영화를 찾기는 어렵다. 대체로 공간보다 배우의 화려한 존재감이 먼저 인식되거나, 어색한 사투리에 훈수 두기 바빠지는 탓이다. 김지곤 감독의 다큐멘터리 <악사들>은 그런 점에서 반갑다. 부산에서 7080음악을 하는 중년 밴드를 조명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부산시민이라면 익숙한 건물과 거리가 즐비하다.
2002 Summer (통권 2호), 리뷰. 2002년 7월 26일 영화다시보기- 불교의 시각에서 본 영화 <달마야 놀자>편 조폭과 불교? 얼핏 생각해도 너무나 황당한 이 결합은 조폭영화 장르 특유의 재미를 불교적 코드를 도입해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2014년 영화부산 vol 08(통권 48호), 리뷰, 필름 리뷰. 2013년 1월 5일 Film Review 살아가게 하는 <그래비티> 곁에 없을 때야 무엇이 나의 하루를 그토록 별일 없이 평범하게 보낼 수 있게 했는지, 무엇이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
필름리뷰 - 부산평론가 4인 영화 인터뷰 기적을 행하는 마리오네트 레오 카락스 감독의 무려 8년 만의 신작이다. <아네트ANNETTE>(2021)는 그의 영화답게 한 번에 쥘 수 없는 현현한 감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이것이 그의 첫 뮤지컬 영화라는 점과 별개로 이전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풍기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시 전작 <홀리모터스Holy Motors>(2013)에서 다루었던 영화라는 매체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볼 수도 있는 영화다.
뉴스, OST & 맛집. 2017년 2월 15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우리 각자의 라라랜드] 데미언 채즐의 <라라랜드 La La Land>를 들으며
2018년 영화부산 vol 24(통권 64호), 리뷰, 필름 리뷰. 2018년 1월 1일 친구는 언제나 낯선 사람들이다 영화는 항상 친구를 필요로 해왔다. ‘친구’라는 이름을 표방한 영화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뉴스, OST & 맛집. 2016년 7월 6일 오성은의 막귀 씨네마 [이 미친 사랑의 뽕짝] 영화 <박쥐 Thirst>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