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부산 매거진

2002 Summer (통권 2호), 뉴스. 2002년 7월 26일

관객에게 다가선 단편영화 이제는 도약이다

글 ·
작성일2020. 11. 17

올해 부산에서는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들이 대거 기획되었으며, 연말까지 각종 문화 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될 전망이다. 일본과 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월드컵 축구경기를 비롯해 부산아시안게임, 세계합창올림픽대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제각기 풍성한 만찬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 2002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역시 이러한 문화행사와의 연계를 위해서, 특히 올해는 월드컵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선정되어 월드컵 기간인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5일 동안 단편영화 관객들을 맞이했다. 영화제 기간동안 200 여명의 국내외 게스트들이 영화제를 찾았고, 총 9개국 112편의 단편영화들이 2천 8백 여명의 관람객들에게 소개되었다.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총 34회 진행되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고, 단편영화의 현재를 토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2회의 세미나가 열렸다.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의 첫 출범을 알렸던 2000년 이후 3회 째를 맞이하게 된 영화제는 내외적으로 새로운 쇄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고, 올해의 성과들은 앞으로의 영화제가 가야할 방향을 비추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획과 진행

2002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편영화제 행사로써 단편영화 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중요한 관문이자 지속적인 차기작을 연출할 기회의 요람이 되어 왔다. 작년까지 필름 부문과 비디오 부문으로 매체를 구별했던 방식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수용해서 매체 구별 없이 한국단편경쟁부문으로 통합해 보다 자유롭게 단편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는 것이 새로운 변모의 한 모습이었다. 이는 주요한 부대행사 중의 하나인 세미나와도 연결되어 “필름과 디지털로서의 단편영화”라는 주제로 제작 매체의 비교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열띤 토론을 벌이게 만든 촉매 역할도 했다.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의 개최 취지가 단편영화에 대한 담론의 장 구실과 함께 한국은 물론, 현대 아시아단편영화의 흐름들을 조망해내려는 의도와도 관련이 된다. 필름 혹은 디지털 매체에 대한 관심과 각 매체별 특성에 대한 의미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단편영화 제작 여건의 활성화와 전반적인 단편영화의 완성도와 결부해서 논의들이 진전되고 단편영화 관객층의 지지도를 넓혀갈 수 있는 방향으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경쟁부문을 장르나 매체 구별 없이 통합하면서 극 실험영화로 장르를 한정했다. 경쟁부문에 대한 특성화의 의도이며,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은 비경쟁부문으로써 다양하게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들을 편수를 강화해서 공개 상영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에 올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총 9개국의 경쟁, 비경쟁부문 작품 112편이라는 사상 최대의 규모로 진행이 되었다.
또 다른 시도는 일반 상업영화 극장에서의 영화제 진행이다. 이전의 영화제 진행에서는 영화 상영 공간이 유동적 문화 공간에서 진행함으로 인해 상영시의 영화 본연의 화질과 음질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35mm나 16mm, 디지털 매체 등 다양한 포맷의 영화들을 최상의 조건으로 상영하기 위한 결실이었다. 영화제 기간동안 빈번한 영사 사고를 최소한으로 줄였으며 최상의 한글자막까지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적 요건을 마련한 셈이었다. 복합극장에서의 상영으로 3개의 상영관이 한 건물에 밀집함으로써 관객접근이 편리했다. 주차 문제 등 세부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영관을 이후에도 확보한다면 고정적인 단편영화관객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그리고, 풍부해진 부대행사이다. 개/폐막식과 단편영화인의 밤, 세미나 등 고정적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영화 관람 외에 관객 서비스를 위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영화제 기간 이전에 프리페스티벌을 무료로 개최해서 단편영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유도했고, 자유로운 카페 공간을 활용해서 공간 자체에서 자유로운 관람 분위기를 유도했다. 상영 장비는 이동식 영사기를 준비해 관람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영화제 기간 중에는 개막식과 폐막식 날을 제외한 3일동안 정기적으로 인디락밴드 공연을 이벤트 광장에서 하루 2차례 진행하고 시간을 공지하지 않은 게릴라식 공연을 가미해 영화도 보고 음악도 즐길 수 있는 관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영화제에서는 이벤트 공간을 별도로 확보해서 앞으로도 주된 영화관람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부대행사를 개발해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인터넷 예매를 영화제 기간 이전에 실시해서 상영관에 직접 오지 않아도 티켓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첫 시도인 만큼 예매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단편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좀 더 편리하게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네티즌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정보창구인 홈페이지와 인터넷 예매는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접근 방식이 용이하도록 정보 확대나 시각적인 디자인 면에서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심야상영을 이틀 간 실시했는데 이는 부산지역의 관객뿐만 아니라 타지방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관람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영화제의 개성적인 프로그램이야말로 지역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방의 관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보다 넓은 관객층을 수용해 나가야 하겠다.

올해 영화제의 주요한 성과와 전망
올해 최다 편수의 영화들을 상영하면서 보는 관객들에게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선택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이 되었다. 장편영화에 비해 영화상영의 기회가 적고, 상대적으로 제작비 마련이 더욱 어렵다는 것들이 일반 관객들이 단편영화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사게 하기도 한다. 단편영화 감독과 관객 저변 확대의 문제는 관람객의 수치로 반영된다. 올해 관객 수는 2천 여명이었고, 작년에 비해 약간 떨어진 수치이다. 국제적인 행사에 밀려 전반적인 관객 동원에 어려움은 따랐지만 대학생 등 젊은 층의 고정적인 관객보다 단편영화 관람 경험이 없었던 중?장년층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어린이와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던 사실을 상기하면 내적으로는 다양한 관람객을 확보했던 한 해였다. 고정적인 단편영화 관람객으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개성적인 프로그래밍과 관객 서비스를 위한 재기 넘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대 행사의 기획이 절실해진다. 또한, 본선 심사위원을 국내는 물론 해외의 주요한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선정하여 수상작뿐만이 아니라 우수한 한국단편영화들이 해외영화제에 진출할 수 있는 무대로 작용했다. 이는 영화제가 한국단편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려는 목적에 부합한 것이며 구체적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올해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기본 프로그래밍의 변화와 인터넷 예매, 강화된 부대행사에 이르기까지. 이들 성과와 더불어 좀 더 풀어야 할 숙제는 보다 매끄러운 진행과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나가는 꼼꼼함이다. 그리고, 다른 문화행사와의 일정을 고려해 집중화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기본이다. 문화적으로 열악한 도시로 한 때 치부되었던 부산이 영상도시로 업그레이드된 저변에는 꾸준히 제 몫을 담당했던 단체들의 힘이 작용했으며 부산영상위원회나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단편영화의 특성화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가 있다. 이들 단체들은 유기적으로 상호 협조하면서 상호간의 발전작용을 해 오고 있다.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의 현재 위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경쟁영화제로써는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지만 아직은 아시아 부문의 경우 선별, 초청하는 방식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영화제에 대한 내외적 관심과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대변하며 진정한 아시아 영화제로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움직임이 절실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진정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로서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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