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상위원회가 바쁘다. 국내외 로케이션 촬영팀들을 지원하고 아시아영상위원회의 주축으로 세계 영화계에 아시아를 홍보하고，동시에 부산 후반작업기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궁극적으로 꿈 꾸는 영화 만들기 원스톱 서비스 도시 부산，그 청사진을 엿본다.
 

김용언 기자
 

지난 2월 8일 오후 부산 코모도호텔 로비가 일순 술렁거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손님들이 조용씩 묵고가는 곳으로 익숙하던 이곳이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곳에서 일 본 카도 가와픽쳐스와GJ엔터테인먼트에서공동 제작하는〈착신아리 파이널)촬영이 이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이 케 다카시의 한국 개봉작 1호였던〈착신아리)는 휴대 전화를 매개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저주의 바이 러스를 소름 끼치게 형상화한 공포영화의 수작이었다. 1편익 인기를 등에 업고 타이로장소를옮긴〈착신아리 2〉에 이어，이제 한국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세 번째 시리즈물 (착신아리 파이 널)이 촬영 중이었다. 부산으로 수학여행 온 일본 고등학생들과 함께 휴대 전화 저주의 메시지도 부산에 착륙했다 그럼으로써 자금까지 <착신아리〉시리즈 중 가장 어린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고등학생 소녀 연기자 인쿠로키 메이사가 주인공으로，그리고 논스톱4>〈프라하익 연인〉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낯을 익힌 미소년 장근석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어 쿠로키 메이사의 한국남자친구로 출연한다 영화출연도 처음인 데다 일본영화의 유일한 한국배우로 출연하게 돼 긴장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는 장근석은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긴장감도 공포 의 주요한 축으로 사용될 것’ 이라고 귀띔 했다.
 

로케이션의 매력，부산
 

부산이 영화촬영 명소로 떠오른 건 어제 오늘의 알은 아니다 곽경택 감독의〈친구〉에 등장했던 대변항 방파제，자갈치 건어물 시장 범일동 철길 등은 부산의 특정 장소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매력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박찬욱감독의〈친절한금자씨 >에서 파란색 코트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붉은 눈화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마친 이영애가 또각또각 바쁘게 걸어 내려가던 주례여고 앞 골목길，김지운감독의〈달콤한안방) 오프닝 신 속 스카이라운지에서 에스프레소를마시던 이병헌이 마치 지옥으로의 하장처럼 어둡고 음습한 지하로 걸어 내려 가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여 줬던 크라운호텔，역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에서 최민식이 자신이 15년 동안 먹던 군만두를 찾아 각종 중국집을 전전하던 묘한 오리엔탈리즘의 초량동 상해거리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들은 세트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날 것 그대로의 장소가 시간의 부식에 따라 고유한 맛을 더해 갔던 로케이션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예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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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담이 되었지만，지금의 협조적인 상황은 매우 더디 게 이루어졌다 물론 여기 에는 곽경택 감독의〈친구〉영향이 컸다. 부산이 아니 였다면 나 올 수 없는 영화, 말그대로 부산의 영화였던〈친구〉가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일종의 신드롬화되자 시민들의 영화로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획팀에서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이정표 씨는 “〈친구〉이후 꾸준히 방송과 홍보자료를 통해 부산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해오면서 아주 천천히 인식이 바뀌었다 담당기관의 공무원들만 해도 1년마다 로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기껏 담당자를 잘 설득시켜 협조를 구해놓으면 조금 뒤에 담당자가 또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적인 친분을 쌓는 것보다는 영상사업이 부산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인식시키는 작업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고 설명한다 매년 말，각종 영화촬영을 도와주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시민 20명을 뽑아 시 차원에서 표창하고 ‘감사의 밤，행사를 하는 등의 배려 역시 한몫 했음은 두말할 나위 가 없다 양성영 로케이션지원팀장은 영화〈친구>와 더불어 부산국제 영화제의 역할이 컸다고 지적한다. “국제 영화제를 유치하기 전까지 모두가 부산을 문화의 불모지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영화제를 치르면서，서울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국내외 유명 게스트들이 부산으로 모이는걸 보면서 조금씩 자긍심이 쌓였다 그러면서 부산을 영화산업 도시로 키워나가자는 공동의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김해공항에도 항구도시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슬로건 대신 영화의 도시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바꿔 달았을 정도다”
 

아시아의 영화산업도시를 향하여
 

할리우드 영화 유치작업의 후속 핵심은 후반작업 기지 구축으로 이어진다 최필 사무자장은 부산을 단순히 ‘영화’ 도시가 아닌 영화산업’ 도시로키워야한다고 역설한다. “산업화에는 단계가 있다. 먼저 영화제등의 이벤트가 필요하고，두 번째로 로케이션 촬영을 유치하는 과정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후반작업까지 부산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단계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세 번째 과정이 궁극적인 영화산업 도시로 갈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돼야 한다.
 

후반작업기지 설립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⑴5년부터다. 미국 유수의 현상소 영화 후반작업체 포토캠이나 테크니컬러，코닥 측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부산의 디지털 후반작업기지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아날로그 현상보다는 디지털 현상과 편질 색 보정, 믹싱，(CG 등에 훨씬 비중을 싣는 것이 부산영상위의 목표다. “후반작업기지가 서울에 어차피 있는데 부산에 또 만드는 게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부산후반작업기지의 타겟은 해외작품들이다 부산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뒤 후반작업까지 마치고 갈수 있다면 그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호주나뉴질랜드는 이미 그런 원스톱 시스템을 마쳐놓은 상태다 태국에도 시네 컬러라고 프린트복사만 전문으로 하는 후반작업기지가 있어서 상당한 소득을 얻고 있다. 부산후반작업기지가 해외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퀄리티 역시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착신아리 파이널)만 해도 후반 작업할 곳이 없으니 필름을 계속 본국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민영화 부분이 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현재 부산영상벤처센터에 있는 각종 장비들，즉 ARRIFLEX 535B 카메라，달리，그립 등을 영화진흥위원회 대여비의 80% 정도의 가격만 받고 촬영팀에게 대여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부산에서 영화찍는 이들을 위한 원 스톱 서비스의 일환이다. 하지만 최필 사무차장은 이마저도 영화산업 발전에 궁극적으로는 위배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영화산업 민영화야 말로 부산지역의 궁극적인 발전에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로케이션 지원도 영상위원회에서 직접 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민간업체에서 돈을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다. 영상위원회는중간에서 다리만 놓아주면 된다. 아직까지는이렇게 시가 직접 운영하는 위원회에서 저렴하게 작업 하고 있기 때문에，만간 입장에서는 로케이션 서비스나 장비대여 사업 등이 이윤을 남기 질 않는 사업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지금 부산영상위원회는 고유의 역할이 많이 확대되어 있다. 향후 산업화의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민영화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그럼으로써 후반작업 기지와 부산영상벤처센터 모두 궁극적으로 업체들의 공동운영 내지는 민영화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메이드 인 부산, 메이드 인 아시아
 

1906년 부산국제 영화제가 처음 만들어질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부산을 부산국제영화제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서 부산을 실질적인 영화산업 도시로 비상시키기 위해 설치부심하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발빠른 행보는 지속적인 주목을 요한다. 우리의 상상과 짐작을 뛰어 넘어 숨차게 미래를 항해 달리는 부산 <장상위원회의 움직임은，메이드인 부산에 만족하지 않고 메이드인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미래적 움직임이 기 때문이다.
 

b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