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부산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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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Summer (통권 26호), 뉴스, BFC 뉴스. 2008년 7월 29일

‘영화가 뜨는’，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연구소’ 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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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 12. 01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적벽대전.” 1962년 추석，극장가의 형국이 그러했다. 을지극장엔<회랑도>가 진을 쳤고，국제극장엔〈안목대비〉가 납시었다.

〈진시횡제와 만리장성〉은 국도극장에 성벽을 쌓았고，<칠공주>는 피카디리극장을 차지했다 그리고 명보극장엔〈대심청전〉이 판을 벌였다 “제작비가 1천만원이 훌쩍 넘는” 대작영화들이 한날한시에 극장가를 분할 점령했다 게다가 5편 모두 ‘색채(컬러) 시네마스코프’ 라는 간판을 앞세운 사극이었다. 추석 프로에 “사운을 건” 제작사들의 혈투는 1961년<춘향던>과<성춘향>이 벌인 대국만큼 후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그 신경전은 몇 곱절 이상이었을 것이다. "헤없는 제작비의 경쟁아..(중략)...한정된 국내시장...(중략)...에서 어느 정도 승산을 가질 수 았을지 테스트 케이스가 될 것이다”

-<동아일보> 1962년 8월28일

임권택감독의 데뷔작〈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는 '스펙터클'의 대격돌 속에 1962년 충무로에 첫 깃발을 꽂았다 당시 충무로의 급부상 키워드 는 ‘스펙터클’이었다.

위의 동아일보 한대목, 기사만보더 라도 당시의 혈전(?)이 가히 짐작된다. 영화<두만강아..>는 다양한 기록과 예측불허의 체험을 안겨다 준 잊지 못할 영화였다. 500여명의 스키어를 동원했고，5만 여발의 뇌관을 소비한 초대형 액션 스펙터클을 보여준 영화로서 데뷔전을 치르느라 여러가지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나왔다하니，가히 장인이 가야 할 길은 시작부터가 멀고도 험난했다 하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나는 옷깃 정도가아니라 대단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수 년 전，한창 로케이션지원을 하고 있을 무렵,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찾아오신 임권택 감독님과 정일성 촬영감독님，그리고 미니버스에 가득 탄 십여 명이 넘는 일행들.. 새삼기억이 난다.

한국영화가 가아 할 길 앞에 우리의 역할과 나름의 정의롭고 효율적인 촬영 지원해법을 찾고 있던 내게 어느 날, 거장과 함께 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당시，이리저리 영화판을 기웃거리며 이제나 뵈려나 저제나 뵈려나 하고 나름 노력은 했으나 전혀 뵐 수 없었던，나 역시 매번 미디어만을 통해서 임감독님을 접한 터라，함께 헌팅을 다닌다는 것이 거사(?)를 치르기 전엔 도통 믿기지 않을 일이었다. (이전에 나는 왕가위, 진가신 같은 세계적인 감독들과도 함께 헌팅했었는데, 다시 내 심장이 요동친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선 심장이 내수용이거나 그 분들이 그때 만해도 덜 유명할 때였나 싶다.)

함께한 일정 내내，나는 마치 임 감독님을 배우로 한 ,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두 분에겐 일찍이 누구에게도 느낄 수 없었던 감당키 어려운 영화에 대한 열정과，반세기 가까운 집념의 세월 속에 쌓여진 장인들의 혼(魂)과 한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영화의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느라 진땀을 뺀 기억도 새롭기만 하다.

체력을 과시(?)하시는 두 분 앞에서 호흡 가다듬기를 재촉하자, 옛날에 영화 찍던 이야기를 간간히 들려주셨다. 영상위원회가 생기기 이전엔 자료를 직접 찾아 모으느라 셋이서(태원사장님 포함) 전국 팔도강산을 누비고 다니셨던 고로, 이곳 저곳의 풍물과 진미(眞味)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도 고생 끝에 누린 덤이셨다고 한다. 지금이야 전국 영상•위원회의 데이터베이스가 실시간 파악이 되는 첨단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영화하기 편한지 더 없이 좋은 세상이 되었다며 지난 날들을 추억으로 돌리지만, 그 때의 고생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하니，상상만 해도 충분히 '고행의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개요

설 립: 2007년 6월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설립

위 치: 동서대학교 문화센터 2층 (학장실，행정실，브레인스토밍실)

시설현황: 미디어센 터 제2스튜디오，임권택영화연구소

교 육: 60편의 단편소설을 읽고 30편을 선정하여 각색，각색된 시나리오 30편 중，

1편을 선정하여 4팀이 프리프로덕션 작업을 거침，지난 5월 25일 각 조 촬영현장을 임권택 석좌교수가 직접 지도하였으며 용호동，해운대，구포 등을 주요 촬영지로 선정하였다.

■임권택 영화연구소 개요

위 치: 동서대학교 관광사회복지관 7층
설립목적: 영화 영상 콘텐츠 특성화 대학인 동서대학교는 2008년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설립하기에 앞서 한국영화계의 거장 임권택감독의 지식과 기술을 젊은 학생들에게 전수하고，업적과 연구자료를 통해 후진양성의 공간이 될 임권택영 화연구소를 개소
주관기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 화예술대학

개 소: 2007년10월8일

규 모: 동서대학교내 총 100평 (연구실，영화감상실 등)

전시품목 및 보관자료
- 100편 영화 제본 시나리오 240권 (영상자료원 보존 시나리오 80권必부)
- 100편 영화 포스터 38점
- 100편 외 영화 제본 시나리오 96권
- <전쟁과 노인)등 원본 시나리오 93권 -〈축제)등 보도자료 2권
-〈춘향뎐〉시나리오 복사본，큐시트，판소리자료 각1권 磨3권)
-〈한국영화총서(상)〉등 영화관련 서적 21권
- 제55회 베를린영 화제 명예황금곰상 복사본 등 트로피 및 훈장 8험
- 프랑스대사관 문학예술상 등 상장 21점 및 성혼선언문 1점 -〈원한의 거리에 눈이 내린다〉등 영상자료 173개
- 사진앨범，감독의자 등 개인소장품 128점
- 총 900점 (신문 및 잡지 기사자료 제외)
구 성: 6개 파트로 구분 전시

■PART1 ： 시나리오

천연학을 포함한, 100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전시 임권택 감독의 친필 전시 및 원본 시나리오 전시 앞쪽에는 시나리오의 표지 전시 및 당시의 다양한 시대상과 배경들을 볼 수 있음 임권택 감독의 이전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설치，연구소 오픈 시간 내내 상시 상영 전시장 입구 오른쪽에 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서 영화 포스터를 전시

■PART2 ： 상패와 트로표I

수상작에 관한 상패와 트로피
데뷔작〈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수상한 신인감독상을 비롯，2007년 두바이영화제에서 수상한 평생공로상까지 그의 열정의 산물을 시대별로 전시

■PART3 ： 100번째 작품 천년학

천년학에서 직접 사용되었던 의상과 소품들 및 영화현장의 스틸사진 등 전시 배우 강수연씨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당시 입었던 의상이 전시

■PART4 ： 영화감상실

영화상영
단，단체손님 들의 투어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므로 미리 예약했을 경우에만 이용이 가능 ■PART5 ： 영화제작현장
촬영현장을 중심으로，임권택 감독의 스틸사진과 작품 당시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사진들이 전시 임권택 감독에 관한 국내 • 외 기사 등을 전시
개인 소장용품으로 두 분의 성혼선언문까지도 함께 전시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PART6 ： 연구실

당시의 영화판 체력은 곧 영화의 흥행과 직결되는 것으로서 ‘돌쇠의 힘을 지녀야 했다 생각해보니 ‘체력은국력’이란 말미 괜히 나온 말미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거의 수일 동안을 부득이 발생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지면으로 다 옮길 순 없지만 임 감독님 덕택에 우리 모두는 어딜 가나, 후한 대접을 받았던 기억도 유일하다.

나는 갑자기 세상 사람들을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고 싶다 임권택 감독을 만나 본 사람과 못 만나 본 사람(웃을 일인 가? 자고 한 얘기다). 나는 전자의 사람이며, 느낀 사람으로서, 사실 이번 호의 벅찬 명제 앞에 조금 가벼워지고 싶다. 신화, 거장，한국영화의 아버지 등등.. . 이미 임 감독님 앞에 무수히 붙여진 그 많은 수식어에다 또 하나 더 달아 낼 정도의 문학적, 언어적, 미학적 자질이 내게는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의 아버지이며，신화적 존재가 분명 하고，거장으로서의 긴 세월을 영화와 함께 동고동락한 한국영화 역사의 바로미터이며, 지금도 여전히 진보 중에 있다.

아시아 영화중심도시 부산，세계적인 영화도시를 꿈꾸는 씨네포트 부산에 한국영화의 뿌리가 내렸다.

한국영화의 중심이 이제 서서히 서울에서 지방으로 부산으로 옮겨올 예정이지만 2007년 7 월 이에 앞서，〈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설립,〈임권택 영화연구소>개소 등이 동서대학에 의해 문을 열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뜻 깊은 일이 추진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더없이 반갑고 기대에 찬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 일을 감당해야 할 것이며，영화사적 의미 역시 더없이 중요하다. 또한 지방대학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기에，부산에 전문대학과 연구소가 설립된 것에 대해 영화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열정을 가진 보다 많은 후학들이 이 곳을 통해 배우고, 느끼며, 누릴 수 있기를 많은 기회들이 학생들에겐 동기부여로，삶의 지표가 되며，나아갈 방향이 제시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의 우리는 때때로 영화를 선망하는 후세에 뭔가 남겨주어야 할 것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씨네필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유산들을 산학이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일이다. 영화역사 100년 그 중 근대사를 아우르는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구소가 이 곳 부산에 설립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곳의 많은 학생들에겐 큰 뜻의 상징 이기에 위안을 삼는다. 이미 국내•외 많은 곳에서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들은 직•간접적으로 부산지역 경제에도 크고 작은 역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임권택 감독님의 개인적인 소명과 바램도 녹아 있을 것이다 뿌리를 내린 이 곳이 좋은 열매를 맞을 수 있도록 후세에 길이 빛날 배움의 산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세월의 무게와 맞바꾼 반짝 이는 트로피들，다시 볼 수 있게 해준 생생한 자료들 그리고 어쩌면 만날 수 없었던 무수한 소장품들..한 개인의 역사이기 이전에 나는 한국영화의 역사를 충분히 보았다. 나는 단지, 영화라는 모종의 작업으로 필연적 만남을 가진, 옷깃보다는 좀 더 가까운 인연이었기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히 임권택 감독님과 연관된 글을 쓰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분의 100편의 영화기록도，반세기의 영화역사도, 칸의 영광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저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영화가 개봉되자 임 감독님께서는 감사의 표시로 자필 사인이 담긴 DVD를 내 이름으로 보내주셨다 뜻밖이었다 영화사의 주소가 아닌，임 감독님 집주소가 적힌 관행적이지 않은 선물로서 무척 감동을 주었다 그때 마지막 회식자리에서 보릿고개시절의 충무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감독님의 건재함과 한국영화의 미래 또한 아직은 밝음을 느꼈다.

거장의 뒤에는 또 다른 거장이 있게 마련이라시며 당시를 회상하며 웃으시던 두 분의 모습이 새삼 역력하다.

이경섭 부산영상위원회 대외사업TF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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