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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Winter (통권 28호), 뉴스, BFC 뉴스. 2008년 12월 25일

‘야구?...진짜배기 승부는 9회말 2아웃부터다!’

글 ·
작성일2020. 12. 02

9회말 2이웃. 2점 차로 두지고 있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10회 초，투수는 삼진행진을 기록하며 타석에 있던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10회말, 두 명의 주자가 1, 2루에 나와 있던 때，올 시즌 성적이 정말 좋지 않았던 선수가 타석에 나왔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 순간, 그 선수는 안타를 效己，2루에 나와 있던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경기가 끝났다

올해 9월 27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 때 9회 말부터 실제로 있었던 장면이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야구 명언 ‘야구，몰라요!”에 걸 맞는 명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본 사람은 그때의 그 기쁨과 놀람，황당함，배신 등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어지러이 흔들려보았을 것이다. 왜?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다 주기에.

나는 한때 야구를 무지 좋아했었다 아니，솔직히 야구선수를 더 좋아했었다가 맞다. 하지만, 그때는 야구의 진정한 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스포츠경기는 당연히 룰을 계대로 알아야 깊은 참 맛을 즐길 줄 아는 법인데，나는 단지 자발적이 아닌，분위기에 휩쓸려 야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다보니，경기규칙을 제대로 알리 만무했다. 솔직히 그 전까지만 해도 중고생 신분에 스포츠라 해봐야 기껏 '배구' 정도가 전부였다고나 할까. 허긴 그때 청룡기，봉황기 야구의 인기가 만만찮았었다. 부산출신 부고， 경고 스타플레이어들의 인기가 거의 연예인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교문 앞에서 혹은 담장 너머로 훈련 모습을 훔쳐 본다는 것은 사춘기 소녀들의 환상이었으니까. 프로야구에 열광한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순차 적열병이었다.

1982프로야구 원년 즈음 단짝이었던 그녀가 유일하게 제대로 미쳤던 종목은 학생으로서 학문이 아닌，‘프로야구! 였다. 둘의 관계가 관계다 보니 한동안 그녀의 영향으로 인해 나도 살짝 맛이 간 적이 있었다. 한창 공부에 열을 올려도 뭐 할 판에，나는 그(?) 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녹색의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완소남 김용희 선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암울했던 내 청춘의 빈자리에 일순간 교주로 들어와 앉고. ‘내 안에 너 있다’... 뭐 그런 긴긴 날밤들을 지새게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기 전적을 마치 영어단어 외우듯，반복，또 반복, 단짝 그녀는 OB베어스의 박철순 선수의 그 부드러움에 혼수상태에 빠져 당시 주변의 모든 오빠들을 죄다 정리해 버렸다 그녀에게 혈을 나눈 오빠가 없음도 한몫한 것 같았다.

그때 한창이던 용필 오빠조차도 그녀의 단칼에 잘려나갔다 그리하여， 급기야 둘의 성적은，야구 전광판 마냥 과목별로 허전한 곳이 많았더랬다 나는 내심，혹시나 그녀의 남성편력(?)이 내 남자(?)로 옮겨 붙을까 김 선수의 수려한 간지작렬 플레이와 190센티 미터의 장신이 그라운드를 누빌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야생성 등을 면밀히 분석한 나의 분석력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혹여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양다리 걸칠까 그리하여 내 마음이 갈갈이 찢어질까，일일이 박철순 선수에 버금가는 애정을 과시하진 못했다.

다행인 것은, 당시 대부분의 관중이 열광하는 것은 김용희가 아닌 박철순 선수의 등장이었다 하여，사실 김용희를 좋아하는 나로선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주위 누군가가 김용희 선수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면 그 건 배신이고，배반이었다 우정을 도저히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됐을 것이다. 시즌 수개월 동안 책상머리에 놓여진 당대 최고의 정보통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선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사라지고，때로는 레이프 가렛 의 ‘서핑 USA에 몸을 흔들고 싶었지만，생중계의 묘미에 푹 빠져 둘이 모였다. 하면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나는 우리의 산수 완전분해，조립의 무수한 시간들.. 당시 만약 야구가 아닌，공부에 그 정도 ‘올인을 했다면 모르긴 해도 혹시，학계의 김용희 정도는 되지 않았을라나... 뒤늦은 아쉬움이 들었지만 어찌됐건 30게임등탄，22연승하여 1시즌 연승 세계 신기록을 세운 박철순 선수와 프로야구 올스타전 MVP 김용희 사이에서 미래의 내 머슴(?)이 될 누군가를 3D입체영상으로 무수히 재창조하며，디테일에 집중했던 청춘의 잠 못 이루던 밤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야간경기의 묘미는 야구관전 외에 또 다른 재미가 덤으로 따라온다. 마치 내 인생의 그라운드에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하기에 충분한 밝디 밝은 조명판과 녹색의 잔디구장 나는 이미 그때부터 내 인생의 컬러가 된 그린매트(?)를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 취미생활을 자주 즐기기엔 형편이 그다지 넉넉지 않은 덕에 나는 주로 경기장 외야석에서 관전을 많이 했었다.

하여，선수들의 멋진 뒷태를 다양하게 감상했던 기억이 나기도 하지만; 평생의 소원인 홈런 볼을 거머쥐는 ‘운수대통’ 한 경우 또한 한번도 일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내야석에 두 번 앉았던 행운의 날들이 있었는데 그때의 감동적인 영상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치어걸들의 현란한 현대무용，야구장 전용 팔다리 운동으로 파도를 제대로 타 주어야 하는 핵심위치의 군사적(?)액션은 비싼 자릿세를 치른 대가만큼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 때，비록 2군 감독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롯데에 청춘을 다 바친 김용희 선수를 젤로 좋아한다. 세월따라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 보노라면 그라운드의 뒤안길로 향하는 그의 행보가 여전히 멋있기 때문이다.

야구장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던 올 한해，2008년을 관통하는 핫 이슈 미국.

한해를 정리하는 지금，국내 • 외적으로 미국이라는 단어를 빼고 나면， ‘안고 없는 찐빵’의 한 해가 아닌가 한다. 유난히 연중 내내 각종 언론에선 ‘미국을 외쳐 댔으니, 미국산쇠고기，촛불집회，미국발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리먼브러더스 파산，미국흑인대통령 오바마 미국 월가의 대부 버나드메이도프의 금융싸기 사건 등.. ‘폭락’, ‘공황, 종말’, 전쟁, 붕괴’ 같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단어들도 꼬리를 물었다. 이렇듯 2008년을 도배한 단어들은 거룩하기만 한 성탄절마저 그레이하게 물들이며，고요와 적막의 어둠속에 묻히게 했다.

올 한 해 모두들 종횡무진 했으나，한국영화산업 결산의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한국영화시장의 자본은, 마치 루돌프 사슴이 내달려야 하는 빙판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또한，2009년 역시 사상 최악의 ‘스크린 빙하기’가 되지 않을까 이구동성(異日ft聲) 조심스레 관망한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오는 실책, 승부처에서 제대로 따내지 못했던 점수들 너무나 아깝게 져버린 경기，1점차로 뒤지고 있던 원아웃 상황에서 나온 병살타，어쩌면 우리가 맞닥뜨린 수많은 시간과 선택은 야구경기와 닮은 점이 많다. 올해 한국프로야구는13년만의 ‘르네상스’를 맞이하여，시즌 최다관객 500만이라는 또 한번의 기록을 세웠지만，올림픽 금메달이라 는 감격의 순간이 오기까지는 ‘프로야구’또한，한때 침체의 늪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날개 없는 독수리와도 같았다.

부산은 지금，미래 10년을 앞두고 2020 비전 프로젝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의 영화산업을 전담，주도하고 있는 부산영상위원회 또한 각 팀장이하 팀원들과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걸러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매주 도모하고 있다. 모두가 지향하는 2020년은 영화가 영화로만 성장 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보다 문화적이고 글로벌한 영상산업의 미래를 그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년，모든 산업들이 하나같이 숨가쁜 속도전으로 승부해왔다던 미래 10년은 신속성이 아닌 가치 있는 시간소비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대체할 수 있는가? 무엇을 결합할 수 있는가? 무엇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가?,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는가?，무엇을 뒤바꿀 수 있는가? 무엇을 되살릴 수 있는가? 라는 문제들을 앞에 두고뒤를 돌아보지 말고 개진하여야 할 때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 영상산업의 위기가 부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민과 분석의 시간보다，미래의 영상산업이 부산의 영상산업과 어떻게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 세 시간을 좀 더 할애 할 생각이다.

9회말 2아웃，끝가지 승부근성을 버리지 않는 것만이 전혀 생각지 못한 선수가 터뜨린 끝내기 안타，만루홈런，도루성공 같은 절대쾌감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확신으로 2000년 한국 영화산업의 정규시즌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이경섭 부산영상위원회 대외사업TF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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