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부산 매거진

2009 Autumn (통권 31호), 뉴스, 해외통신. 2009년 9월 16일

독립계 중견 영화사 무비아이 엔터테인먼트와 와이즈 폴리시 파산

글 ·
작성일2020. 12. 03

중견 영화사의 연이은 파산과 사업철회가 이어지는 위기의 일본 영화계
지난 8월4일 일본의 중견 독립계 배급회사인 (주) 무비아이 엔터테인먼트(이하 무비아이)가 도쿄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이는 올해 4월 중견 배급 사였던 (주)와이즈 폴리시(이하 와이즈)의 파산 이 래 독립계 배급사의 2번째 도산이다. 무비아이와 와이즈는 모두 외화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독립계 영화사로 알려져 있고, 제법 탄탄한 구조와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괜찮은 외화를 배급해왔으며 영화 투자 및 자체 제작 영화를 만드는 등 기반이 좋은 영화사로 여겨져 왔다. 갑작스런 두 회사의 파산은 일본 영화계에 큰 파장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연이은 중견 영화사의 파산 원인
일본 경제의 전반적인 불황상황은 일본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특히 어려운 쪽이 독립계 배급회사들이다. 독립계를 대표하는 배급사 중의 한 곳이었던 와이즈가 파산 신청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은 4월16일이고 4월22일에 파산 결정이 받아들여졌다. 채권자는 186명, 부채총액은 6억 2천만 엔(한화 약 82억 원)을 상회하였다.

1997년 ‘유한회사 시네마 파리지엔’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와이즈는 2004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외국영화의 수입, 배급, 홍보업무와 일본영화의 기획, 제작, 배급 사업을 진행하는 중견 영화 사였다.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스쿠프>등의 유명 외화를 배급했으며, <기차를 타고 온 남자> 등의 제작 투자도 진행하였고 자체 제작영화를 만드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조금씩 경직되기 시작하는 외화 시장과 외화 수입가격이 급등을 하면서 자금 상황의 압박이 계속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대를 모으고 5억 엔이라는 거액을 들여 수입한 <색, 계> 가 3억 엔 남짓의 흥행수입으로 자금에 큰 타격을 입었고 거기다 일본 내 외국영화 시장의 악화와 단관계 영화관의 감소로 인한 관객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12년 만에 회사가 사라지게 되었다. 무비아이의 파산은 와이즈의 파산에 비해 그 파급효과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와이즈와 무비아이는 똑같이 독립계 배급회사이지만 규모나 시장 점유율에서 본다면 무비아이는 메이저급에 속하는 영화사이 다. 2000년에 설립된 무비아이는 <하나 그리고 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배급업무를 시작한다. 이후 영화정보 사이트와 영화 홍보분야에서 업무 제휴를 맺어 <크림슨 리버>등의 홍보업무를 시작하였고, 2003년에는 중국 상해에 지사를 설립하여 쇼치쿠와 함께 중일 합작영화 <마지막 사랑 처음의 사랑>을 제작하는 등 메이저와 인디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간다.

메인 업무인 외화 배급에 있어서도 2005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밀리언 달러 베이 비>,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3부문 수상작 <크래쉬>, <1408>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가진 다수의 외화를 매년 10편 정도 배급하면서 홍보와 배급, 제작까지 전 분야에 걸쳐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독립계 영화사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가가커뮤니케이션의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작품의 수입, 배급 업무 이외에도 TV방송국에 방영권을 팔고 DVD 패키지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등 ‘가가커뮤니케이션적인 방법’으로 성장해왔다. 이렇게 승승장구를 구가해왔던 무비아이가 올 8월 파산신청을 낸 것은 동종 업계에 있어서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비아이의 파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먼저 작년부터 이어진 관객들의 외화 기피현상으로 인해 외화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외화 흥행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였고, 비오, DVD 등 패키지 시장의 불황으로 수입이 감소하고 이와 더불어 방송국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영화 방영권의 판매가가 일제히 내린 것이 치명타로 작용하였다. (무비아이와 같은 독립계 영화사는 영화의 흥행수입보다는 DVD 등의 패키지 시장과 TV 방영권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형태가 많다.) 그중에서도 파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주식 상장의 실패이다. 무비아이는 2008년부터 주식에 상장하여 자금조달의 강화를 시도하는 승부수를 걸었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의 여파로 인해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결국 상장을 연기하게 되었고, 주식 상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여 무리하게 작품 구매를 진행해 오다가 상장 연기로 인해 급격하게 자금조달이 악화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무비아이의 부채 총액은 무려 42억 8984만 엔(한화 약 570억 원)으로 총 채권자수는 291명에 달한다.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일본 영화계
와이즈와 무비아이의 파산은 점점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 영화계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본 영화 업계는 특히 큰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는 독립계 영화사 에게는 혹한기라 할 수 있다. 메이저와 독립계의 흥행 양분화는 갈수록 더욱 명확해지고 있어 수입을 올리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양극화되었고, 일본영화와 외국영화의 분위기도 상반되어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외국영화의 부진은 올해도 계속 되고 있어 외화 배급사들의 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으며, 도호 등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 제작사와 TV 방송국이 참여한 상업영화들은 막강한 홍보력과 자금 등을 위시하여 멀티 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전국 개봉으로 작품마다 큰 흥행을 보이고 있지만, 인디계열이 제작, 배급하는 영화는 점점 멀티플렉스보다는 단관계로 내몰리고 있고, 점차 단관계 극장이 줄어들면서 흥행도 동반으로 줄어들어 메이저와 인디의 대비는 예전 보다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2차 판권 시장인 DVD 등의 판매 부진도 계속되면서 2005년 당시 2,654억 엔 규모로 영화 흥행보다 훨씬 큰 비율을 차지했던 DVD 등의 2차 시장은 2005년을 정점으로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어 2008년의 경우 2,100억 엔까지 떨어졌다. 블루레이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미비한 상태이고, TV에 판매하는 금액도 점점 떨어진다.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지상파가 영화를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점점 줄이고 있어 핵심 시간대인 저녁 9시에 영화를 방영하는 채널은 TV 아사히의 ‘일요외화극장’과 니혼 TV의‘ 금요 로드쇼’ 두 프로그램 밖에 없다. 또한 각 방송국들은 영화 투자나 제작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기 때문에 자사 제작 이외의 영화들이 방영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본 최대의 유선 방송 기업인 USEN은 작년 4월 일본을 대 표하는 독립계 영화사 가가 커뮤니케이션(이하, 가가)을 인수 하며 영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올해 8월에 주식을 전액 매각하며 영화사업에서 완전 철수하였다.

이는 폐쇄적인 구조의 일본영화업계 형태상 새로운 자본의 유입이 어려운 탓도 있지 만, 현재 일본 영화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4대 메이저 영화사들은 올 상반기 역대 최고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점차 독주 체제를 완성해가고 있지만, 계속적인 영화 인구의 감소와 전체 일본 영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외국영화 시장이 예전 상태로 복귀해야 하고 메이저와 독립계 영화사들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필수요건이다. 일본영화제작자연맹에서는 영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람 할인 캠페인을 벌이고는 있지만 점점 떨어지고 있는 영화 인구 수를 늘리려는 다른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배급편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영화 인구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어 하나의 파이를 두고 서로 나눠 먹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영화업계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정표 부산영상위원회 해외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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