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박스 오 피스를 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올해만 해도 북 미에서 5편의 애니메이션이 1억 달러 이상을 벌 어들이면서 애니메이션이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 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 의 <업>이 3억 달러 가까이 벌어들여 이들 중 최 고 히트작의 자리에 올랐고, 드림웍스의 <몬스터 대 에일리언>과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 대>는 거의 2억 달러 가량의 수익을 기록했다.
 

북미 관객에 맞춰 제작된 ‘플래닛 51’
최근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프로듀서들로 하여금 더 많은 애니메이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부추 기는 현상을 가져왔으며, 이들의 관심은 북미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 니라 애니메이션 제작 열풍은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쉽게 목격되고 있는데,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은 모두 북미 관객의 입맛(익살맞은 캐릭터, 수준급의 컴퓨터 그래픽, 미국적인 팝 컬처)에 특별히 맞추어 제작된 작품들로서 최근에 개봉된 <아스트로 보이-아톰의 귀환>, <플래닛 51>, <이고르>, <발리안트>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플래닛 51>과 <아스트로 보이>의 경우를 살펴 보자. 스페인에서 제작되고, 소니가 북미의 3,500개 스크린에 배급한 <플래닛 51>의 경우 7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되었으며, 일본 유명 애니메이 션 회사인 이마지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서밋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아스트로 보이>는 6천만 달러 이 상이 투자되는 등 애니메이션 제작 열풍을 가늠하게 했다. 지금까지 경향은 유럽의 경우 유럽지역을 1차 시장으로 보고, 이곳에서 성공하면 북미시장을 넘보게 된 다. 하지만 <플래닛 51>은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 배급 또한 자국인 스페인에 판 권이 팔리기 이전에 북미 배급을 확정하는 등 철저하게 북미 시장이 최우선이었다. 여기에 제작비의 경 우, 전 세계 핸드폰 회사들에 제공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마드리드의 한 회사가 투자하였으며, 비디오 게임 제작 등을 통하여 경험 있는 감독이 연출하는 등 안정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플래닛 51>의 성 공은 어느 정도 예측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플래닛 51>은 11월 말까지 3천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아스 트로 보이>의 경우는 이보다 더 좋지 못한 천9백만 달러에 그쳤다. 막대한 제작비는 물론이고, 맥도날드 의 해피밀 장난감, 미국의 코믹 콘 전시회에서 했던 엄청난 홍보 특히 1960년대 TV 시리즈 <우주소년 아톰>에 대한 향수를 생각한다면 이 박스 오피스는 아주 실망스런 수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하지만 이와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북미시장을 향한 구애는 계속되고 있 는 실정이고, 다음과 같은 프로젝트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현재 프리 프로덕션에 있는 3천3백만 달러 예산의 판타지 <골레오, 스케일 엔 드 스워드>를 스페인에서 제작 예정.
 

⦁ 이탈리아의 레인보우 스튜디오는 3천만 달러 예산의 글라디에이터 애니메이션 <버서스 로마>의 제 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샥스 테일>과 <아이스 에이지>의 작가인 마이클 윌슨과 함께 작업 중. 이프로젝트는 세계 시장을 노리는 이탈리아의 첫 번째 도전으로 관심 집중.
 

⦁ 프랑스에서는 존 부어맨이 2천5백만 달러 예 산으로 <원더풀 위자드 오브 오즈>를 연출하고 있는데, 제작은 필름 액션사의 로렌트 로돈, 클라우드 고스키 그리고 존 부어맨의 오랜 동 업자인 카렌 코리거닝 맡음.
 

⦁ 뤽 베송이 소유한 프랑스의 유로파는 <샥스 테일>의 공동 연출자인 비보 버게론에게 4천2 백만 달러 예산의 <몬스터 인 파리>의 연출을 맡겼으며, 이 작품은 2011년에 개봉할 예정이 다. 영국의 아드만과 같이 유로파는 최근 박스 오피스의 성공을 등에 업고, 작품당 4천만 달 러 이상을 지출.
 

특히 2006년 <아더 앤 인비저블>로 전 세계에서 1억 8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후에 유로파는 매년 최소한 1편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전 세계에게 배 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현재 뤽베송 감독 의 연출로 <아더>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을 끝냈으 며 배급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총 예산은 9천5백만 달러이며 1억 2백만 달러 예산의 <아더 앤드 투 월드 워>는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실패를 무릅쓴 북미 애니메이션과의 공동 작업
이와 같이 최근 애니메이션의 박스 오피스 실패에 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여전히 많은 프로젝트들 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며, 할리우드 또한 해외 애니메이션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할리 우드가 해외에서 제작되고 투자되는 애니메이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해외 작품들이 북미 애니메이션과의 공동 작업 등 을 통하여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고 실제로 많은 작품이 공동 작업 또 는 해외에서 제작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가 언제까지 해외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 재 제작에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흥행에 실패할 경우 애니메이션의 미래(특히 해외 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그렇게 밝다 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플래닛 51>과 <아스트로 보이>의 경 우, 현재 해외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 도의 제작비 환수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지만, 만약 제작비 환수가 어렵다면, 애니메이션 성공에 큰 기대를 걸고 제작했던 제작사들은 심각한 고민 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북미에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 션을 제작해온 애니메이션 독립 영화사에게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작년 프리스타일 릴리 싱이 제작하고 배급한 <델고>는 69만 5천 달러의 박스 오피스를 기록했고, 포커스 픽처스의 <9>의 경우 이보다는 나았지만 3천2백만 달러를 벌어들 였다. <델고>와 <9>의 경우 각각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델고>의 경우 비평가들의 혹 평이 있었고, <9>는 일반 가족 애니메이션과는 달 리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팀 버튼이 제작해 온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래닛 51>와 <아스트로 보이>의 경우는 아동을 메인 타깃으로 더 록, 니콜라스 케이지, 제 시카 비엘, 크리스틴 벨 등의 유명 배우들까지 목 소리 출연을 했었는데도 흥행은 참패에 가까웠다.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그렇다면 해외제작 애니메이션이 북미에서 성공하 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플래닛 51>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캐 릭터들이 이전의 영화들 – <스타워즈>, , <에 일리언>, <지구가 멈춘 날>, <2001> 등과 유사성이 많기 때문에 독창성이 많이 떨어졌다. <아스트로 보이>의 경우는 <스피드 레이서>의 경우와 비슷하 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단지 60년대에 유행했 기 때문에,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천만의 말씀이다. 뿐만 아니라 <발리안트> 나 <이고르>처럼 작품이 너무 유럽적이고, 완성도 도 높지 않다면 이들에게 북미 시장은 언제나 냉 담할 것이다. 현재 북미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에 기대하는 것을 예상해 본다면 놀랄만한 비쥬얼 효과, 미국적인 문 화 그리고 독창적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 애니메이션에 녹아 있다면, 해외 애니메이션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