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중국영화산업의 성적표를 매겨볼 때가 되었다. 이미 수년째 거듭되는 중국영화산업의 거 침없는 기록경신은 올해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대작위주의 영화 시장, 시대극과 무협극 편향의 장르화, 수입영화의 우세 같은 과거의 약 점들이 올해는 어느 정도 극복된 것으로 평가되 어, 중국영화산업의 의미 있는 진일보를 이룬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 언론들은 올 한해 중 국영화계가 보여준 이런 일련의 변화들을 포착해 “포스트 블록버스터(post-blockbuster) 시대”라 고 명명하기 시작했다.
 

중국 자국영화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한 중국 자국영화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한 <건국대업>

중국 영화, 올 한해도 풍년
2009년 1월부터 10월 15일까지의 중국영화시장 총 박스오피스는 공식 통계로 52.50억 위안이었 다. 이 수치만으로도 5년 연속 30% 성장의 기록 이다. 11월 20일 <2012>의 개봉으로 올해 “허쑤이 당”(영화배급에 있어서 연말·연초개봉시기를 일 컫는 용어)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고, 2010년 2월 중순까지 계속될 이 기간에만 최고 20억 위안의 박스오피스를 예상하고 있으니, 중국언론들의 예 측대로 연말까지는 최소한 60억 위안 돌파는 무 난해 보인다. 이는 2008년 43억 위안에 비하면 40%의 성장세를 이룬 수치이다. 구체적인 성적을 보면, 2009년 중국 내륙에서 개 봉된 영화 가운데 17편의 영화가 1억 위안 이상의 박스 오피스를 기록했고, 그 중 10편이 자국 영화 이다. 그리고 그 중 3편의 영화는 박스오피스 4억 위안(한화 약 691억 원가량)을 넘기는 기염을 토 했으며, 특히 건국 60주년을 맞아 정부차원에서 야심차게 만든 대작 <건국대업>은 4.21억 위안으 로 단일 자국영화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적 벽’의 경우는 상, 하 두 편의 합계가 6억 위안가 량 됨).
 

스크린 수도 올해 부쩍 늘었다. 올 한해 600개 정도의 스크린이 더 확보되어 중국의 총 스크린 수는 4,500개 가까이 되었고, 이 중 북경은 400 개 스크린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 러나 아직 인구대비 스크린 수는 다른 영화산업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부족한데, 북경은 인구 1600만 명으로 볼 때 스크린 수가 4만 명당 1개 수준이고, 중국 전체는 30만 명당 1개꼴로, 미국 의 평균 1만 명당 1개인 수준에 비춰 아직 한참 뒤떨어지고 있어 향후 중국 극장산업의 성장 가 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중국 영화, “포스트 대작 post-blockbuster 시대” 도래
올여름 개봉한 <트랜스포머 2>는 중국의 ‘외화’ 박스오피스 최고기록을 12년 만에 갈아치웠다. 1997년 개봉된 <타이타닉>은 3.4억 위안의 박스 오피스 기록을 세워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 으나 4.3억 위안을 벌어들인 <트랜스포머 2>에 의 중국 자국영화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한 <건국대업> 해 밀려났고, 현재(2009.12) 중국에서 아직 개봉중인 <2012>는 <트랜스포머 2>의 기록을 바짝 뒤 쫓고 있어서 이 책자가 발간될 즈음인 2010년 1 월엔 아마도 <트랜스포머 2>의 기록을 갈아치웠을 지도 모른다. “외화 블록버스터”의 박스오피스 기 록경신 기간이 12년에서 불과 반년 사이로 좁혀졌 다고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 지라도, 중국영화시장이 보여주는 급격한 성장에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여전히 중국관객의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에 대한 호의가 꺾이지 않음에도 중국언론 들이 일제히 2009년을 ‘포스트-블록버스터’ 시 대의 출발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뭘까. ‘포스트- 블록버스터 시대’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압도적 우위를 벗어 나 중국 자국영화의 약진이 시작되었고, 올 한해 확고한 안정세를 보여주었다는 의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영화시장에서 중국 자국 영화의 박스 오피스 점유율은 2007년 54.13%, 2008년 61%로 외화를 앞서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 집계된 역 대 중국 최고 박스오피스 10위 권에는 7편의 중국 영화가 포진해 있다. (표-1 참조) 올해는 아직 정 확한 수치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1억 위안을 넘 긴 17편의 영화 중 10편이 자국영화이고 이 중엔 4억 위안 이상의 성적을 올린 영화도 있어 올해 역시 자국영화의 수입이 외화 수입을 앞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의미의 ‘포스트-블록버스터’는 자국영화 의 변화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자규모가 수억 위안을 넘나들던 중국의 대작들 역시 5천만에서 1억 5천만 위안 사이로 제작비 규모를 줄이 면서 합리적인 예산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런 대작들 외에도 비평과 상업적 측면에서 골고루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중소 규모의 영화들이 올 한해 대거 늘어났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청두, 아이러브유> 등 소재를 다양화 하고 장르적 다양성을 추구한 중급 규모의 영화 들이 대작 중심의 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 어넣고 있다
 

박스오피스 허위보고 시비에 휘말린 박스오피스 허위보고 시비에 휘말린 <아스트로보이-아톰의 귀환>

중국영화, 투명한 박스오피스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 대두
지난 11월, 중국의 주요 배급사인 광선미디어가 <아스트로 보이-아톰의 귀환>의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를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중국의 박 스오피스 관리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폭로 되는 사건이 있었다. 광선은 <아스트로 보이>가 개봉 첫 주 3일 동안 4 천만 위안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올렸다고 추정, 언론에 발표했으나, 정부 측 공식 집계 수치를 발 표하는 ‘중국영화신문’에 따르면 1,700만 위안 정 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화 외에도, 이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특공 008>은 상영 12일 누적 기록이 1,260만 위안이었으나 상영 5일만에 1,000만 위안이 넘었다고 발표 했고, <바람의 소리>도 배급사가 밝힌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가 1,200만 위안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 났다. 이전에 개봉한 <연인><이니셜 D><해리포터 6> 등 수많은 영화 역시 허위보고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많 은 중국 내 극장 개봉작들이 개봉일과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를 부풀려 신고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중국 영화 시장에 만연한 관례적인 허위보고의 실 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태 무마를 위해 광전총국은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를 일으킨 광선 미디어의 출석을 요구하 고 배급사 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함과 동시 에,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의 박스오피스 관 리 시스템을 밝혔다. 광전총국에 따르면, 현재 중 국 내 1,600개 정도의 영화관이 있지만 사실상 컴 퓨터 전산망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입장권 판매 신 고를 하는 극장은 900여 곳밖에 되지 않고 2급 시장(상영시설을 갖춘 일반상영장소 포함) 및 농촌 시장 등에서는 온라인 전산망 시스템이 아예 없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발표 박스오피스는 실제 박스오피스 의 90% 정도로, 오히려 낮게 산출되고 있다고 밝 혔다. 중국 내 박스오피스의 공식 통계는 광전총 국 영화전문기금 판공실과 중국영화배급상영협회 두 곳에서 집계 하고 있는데, 전자는 극장 내 온라 인 시스템을 통해 통계를 내고 후자는 각 상영단 위에서 단계적인 보고 체계를 거쳐 통계수치가 완 성된다. 특히, 차이나필름, 화시아 같은 대규모 배 급사는 전국 주요 영화관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 감독을 하고, 단체입장이나 수기표 등 온라인 상 으로 집계되지 않는 입장권 판매까지 파악하는 것 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화시아의 경우는 이에 동 원되는 직원이 556명에 달한다고 한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박스오피스 부풀리기 관행 이 관객을 오도하고 시장에 대한 공신력을 실추시 켜 중국영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입장권 전산 망 시스템 확충을 포함하여 투명한 박스오피스 관 리를 위한 정책 마련의 책임과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