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전문기업 엠브레인(www.embrain. com)에서는 부산영상위원회의 창립11주년을 맞아 영화•영상산업에 대 해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영화관계자 및 부산시민의 시선에서 벗어나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영화와 부산영화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서베이솔루션인 이지서 베이(ezsurvey.com)시스템을 사용해 조사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였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충무로 지하철역을 바쁘게 빠져 나오자 한 외국인 관광객이 영화의 거리가 어디냐고 물어온다. 영화의 거리? 그러고 보니 일요일 오전 방송되는 TV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도 영화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충무로에서 한 번도 영화의 향기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어땠는지 몰라도 현재는 인쇄업의 중심이지 영화산업의 중심이란 느낌은 없었기에 동국대 영상정보센터를 묻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가이드북에서 본 영화의 거리를 찾 아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영화관 조차 흔치 않다며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방송에서는 흔히 ‘충무로 소식’이란 제목으로 영화계 소식을 전하고,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배우에게 ‘충무로에 입성했다’라는 표현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낸다. 하지만 현재의 충무로는 한국 영화의 심장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쇄물을 싣고 달리는 유난한 오토바이 소리만이 시끄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2010년 현 시점에, 한국의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영화산업의 심장은 어디일까? 영화관계자가 아닌 일반시민들에게 영화산업의 중심이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이들 중에는 영화광도 있고 TV와 영화의 차이조차 느끼지 못하는 영화 자체에 무덤덤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통사람들의 의견이 결국 관객의 의견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바다라는 편협한 선입견 위에 ‘영화’라는 색이 더해져 명작이 되다
과거 부산의 이미지는 대게 바다와 사투리에 관련된 것이었다. 부산에서는 어디서건 문만 열면 태평양 같은 바다가 펼쳐지리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바다를 빼고 부산이 가진 역량을 보여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라는 화두가 등장하면서 그 근거 없는 선입견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가 늘어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성공을 거듭하면서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가 바다라는 선입견을 압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국민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영화도시는 부산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영화산업과 영화문화를 이끄는 영화도시’를 묻는 질문에 총 500명의 응답패널(panel.co.kr)중 64.6%에 달하 는 323명이 부산을 영화도시로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부산시민의 88.5%와 경상도민의 79.1%가 부산을 꼽 아 지역민의 선택이 많았을 거라는 억측도 가능하나, 서울시민 58.5%, 인천시민 64.7%, 충청도민 52.0%, 강원도민 50.0% 등 내륙 대부분의 타 지역민 과반 이상은 물론 심지어 바다 건너 제주에서도 66.7%가 영화도시로 부산을 선택하였다. 이렇게 영화도시 부산이라는 변화의 바람을 선도한 건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보여진다.
 

영화가 부산에 와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영화나 TV에서 지역사투리로 대사를 구사한다는건 금기시되곤 했다. 제주도가 배경이건 부산출신 주인공이 설정이건 간에 모든 배우들은 ‘서울사투리’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제주4.3 항쟁이나 5.18광주민주화항쟁도 영상으로 표현되면 이른바 ‘서울사투리’로 대화하는 진풍경을 당연시 하곤 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친구>의 히트와 함께 표준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서서히 깨기 시작했고, 서울 촬영을 당연시 하던 영화와 드라마를 부산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부산영상위원회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부산배경의 영화와 부산사투리를 사용하는 영화의 제작이 많아지고 히트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다. 이는 부산의 도시이미지 메이킹은 물론 다양한 부가효과를 창출했는데, 응답패널(panel.co.kr)들도 부산 배경 영화가 늘어나면서 관광객 유입 (36.6%),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26.0%)등의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부산시 홍보’라는 기본적인 목적도 28.2%가 예상된다고 답해 긍정적 효 과를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관광객 유입’은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각 지역 응답패널의 25~50%가량이 효과를 예측해 영화촬영을 유치할 경우 관광객이 늘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임이 엿보였다.
 

청출어람 하는 부산영화들
최근 <전우치>와 <마더>같은 히트작도 부산에서 촬영되고 <부산>같이 발음을 차용한 영화도 개봉되지만 10년 전 만 하더라도 지역에서 영화배우를 만날 기회가 흔치 않았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 처럼 서울공화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불균형 발전이 영화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2도시’라는 부산의 주장도 2등의 주장일 뿐이었다. 한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선 제2도시의 영화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영화불모지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친구>의 성공은 지역영화산업의 중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또한 촬영지에 붙은 플래카드와 기념비를 보며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히트영화 촬영지라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가져온 부작용도 적지 않아서 이후 다수의 ‘조폭영화’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어 영화도시 부산을 반기는 목소리만큼 폭력도시의 이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으며, <사생결단>과 같이 마약도시로 부산이 묘사된 영화에도 시(市)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찬반양론이 대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폭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이 등을 돌리며 부산의 새로운 면을 찾으려는 시도가 더욱 힘을 발휘해 다양한 영화 소재가 발굴되었다. 부산사투리가 조폭들의 대화가 아닌 모녀간의 대화에도 잘 어울린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애자>같은 휴먼드라마와 해운대라는 배경을 100% 활용한 <해운대>가 관객을 찾으며 ‘조폭영화를 찍은 조폭도시’라는 오해를 씻는 <친구>의 후배들이 청출어람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도시이미지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아름다운 배경과 따뜻한 이야기로 좋은 도시이미지를 선사하면서도 흥행성적과 평단의 반응도 좋은 부산영화들이 많아지면서 부산영화만을 대상으로 관객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부산영화는 많아졌다.
 

가장 좋아하는 부산 영화는?
그렇다면 이렇게 많아진 부산영화들 중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산영화는 무엇일까? 비교적 최근작인 부산영 화 5편(애자, 부산, 해운대, 1번가의 기적, 사생결단)에 형님 격인 <친구> 1편을 더해 가장 선호하는 영화를 물었 더니 44.2%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해운대>를 선택했다. <친구>도 41.8%의 지지율을 얻어 2위를 기록했는데 개봉 후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을 감안하면 최초로 히트한 부산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 다. <해운대>와 <친구>가 각각 40% 이상의 높은 선호도를 기록하면서 나머지 네 편은 한자리 수의 선호도에 머물렀는데 예상보다 높은 관객몰 이에 성공한 <애자>가 5.0%로 체면치레를 했고 <1번가의 기적>(3.2%), <부산>(3.2%), <사생결단>(2.6%)등은 2~3%대에 머물렀다.
 

영화 별 선호도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1,2위를 기록한 <해운대>와 <친구>의 계층별 선호도 차이였다. 우선 연령대별 선호하는 영화가 뚜렷이 구분됐는데 만19세~39세의 청년층은 <친구>를 선호했고, 만40~59세의 중장년층은 <해운대>를 선호하는 차이를 나타냈다. 연령대뿐 아니라 지 역별로도 <해운대>와 <친구>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산시민의 경우 <친구> 43.8%, <해운대> 43.1%로 가장 적은 차이(0.8%차)의 선호도를 나타낸 반면, 서울시민의 경우 <해운대> 49.1%, <친구> 32.1%로 가장 큰 격차(17.0%)를 보였다. 연령, 지역뿐만 아니라 남녀간에도 두 영화의 선호도는 달랐다. 남성의 경우 <친구> 선호자가, 여성의 경우 <해운대> 선호자가 많았는데, 특히 여성의 경우 <해운대>를 선택한 패널이 <친구>를 선 택한 패널보다 11.4%나 많아 폭력영화를 좋아하지 여성관객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영화에는 지역이미지가 있다
부산영화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선호도를 기록한 영화는 2.6%의 선호도를 나타낸 <사생결단>이었다. <사생결단>의 경우 흥행성적이 비슷했던 다른 영화보다 비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마약거래도시로 묘사된 점이 비호감으로 다가갔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이런 예상을 반영하듯 특정 부산영화를 선호작으로 꼽은 이유를 묻자 41.2%의 많은 응답자가 영화 속에 나타난 ‘부산의 이미지’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줄거리’를 답한 응답자 31.8%보다 높은 수치여서 영화내용이 선호영화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특정 지역배경 영화의 경우 영화 속 도시이미지가 내용보다 선호도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결국 부산배경 영화이건, 서울배경이건 단순히 거기서 찍기만 했다는 것으로는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기 어렵고 지역배경의 특화된 이미지를 찾아내야 선호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쳐 흥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부산영화 선호도 1위를 차지한 <해운대>의 경우, 줄거리를 지탱하는 주제는 쓰나미이지만 이를 해운대라는 배경의 특성에 맞게 잘 버무려냄으로써 흥행과 선호도 1위라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 해운대가 아닌 다른 어느 바다를 배경으로도 가능한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흡입력이 약해졌을 거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선호하는 부산영화를 고른 이유로 영화 속 부산이미지를 중시한 응답자는 평균치보다 부산시민이 훨씬 많았다. 줄거리를 답한 25.4%의 두 배를 넘는 56.2%의 부산시민이 부산이미지를 감안해 선호영화를 골랐다고 답해 자신의 거주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일수록 도시이미지에 민감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제2의 할리우드를 꿈꾸다
영상산업 불모지였던 부산이 영화도시로 비상할 수 있었던 건 영화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지하 고 지원한 부산시 정책과 부산영상위원회 및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양쪽 날개의 힘찬 날갯짓 덕분이었다. 하지만 국내대표 영화도시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영화·영상 산업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 부산이 갖춰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앞선 여러 질문에서 다수의 의견이 한, 두 의견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본 질문에서는 응답패널(panel.co.kr)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표현됐다. ‘영화·영상 투자, 제작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패널이 22.6%와 ‘CG, 3D 등 영상후반작업시설 육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한 패널이 21.2%로 많았으나, ‘로케이션촬영지원 서비스 확대’나 ‘영화영상 교육기관 확충으로 인력양성’ 등의 의견도 각각 18.2%와 18.0%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해외영화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제도’를 꼽은 의견도 14.8%에 달해 영화영상산업을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부산영상산업이 많은 발전을 이루었음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어느 한 분야가 아닌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특정 취약점을 집중육성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노력을 경주해 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반면에 ‘애니메이션 및 게임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은 5.2%로 상대적으로 적어 아직은 실사영상 및 정통 영상산업 육성에 더 많은 일이 남아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이렇게 많은 의견이 골고루 표현됐지만 이 모든 의견이 부산영상산업에 대한 관심의 표현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산에서의 영상산업은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거름주고 씨 뿌려서 여기까지 왔다. 싹이 트고 나무가 자랐으며 과일이 열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척박한 땅을 일궈 과일을 수확하게 된 공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칭찬을 하건 욕을 하건, 부산시민이건 타지인이건 부산영상산업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 건 부산영상산업이 더 발전하고 성숙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의 큰 표현이다. 부산영상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부산시에서 이 작은 바램을 크게 듣고 정책수립에 반영한다면 영상산업을 위한 정책을 뛰어넘어 부산시민을 위한 정책, 영화관객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리고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고 영상산업을 아끼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부산은 할리우드를 뛰어넘은 영화도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와 ㈜엠브레인에서는 영화·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영화·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영상전문 패널로 활동하실 영화팬 여러분께서는 패널사이트 (panel.co.kr)를 통해 의견을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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