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5월 초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크게 관심받았다. 배우 전도연의 출산 이후 첫 작품이자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하녀>의 관심에 힘입어 6월, 이 영화의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재개봉하였다. 전국에서 겨우 5개관에서만 상영되는 이 고전영화를 부산 시민들도 CGV서면 무비꼴라쥬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영화제나 특별 상영전이 아닌데 고전영화가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린다는 점은 극히 이례적이다. 블록버스터 및 상업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층이 두터워졌다는 결과일 수도 있고, 다양성 영화 전용관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양성 영화 전용관은 무엇이고 이곳에서는 어떤 영화가 상영될까? 장편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형식과 제작방식을 가진 영화들을 ‘다양 성 영화’라 일컫고, 이러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다양성 영화 전용관이라고 한다. 부산에서는 수준높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부산’, 예술영화 전용관인 ‘국도&가람예술관’, 대안영화 문화공간 ‘아트씨어터 씨앤씨’, 멀티플렉스 극장에 마련된 ‘CGV서면 무비꼴라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아르떼’ 정도가 있다. 다운로드, IPTV, 모바일 미디어 등 영화 관람 채널의 다양화로 더 이상 이러한 극장이 다양성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극장에 가는 이유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문화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모이고,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더 나아가 특별한 ‘영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다양성 영화관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첫 소개로 예술영화 전용관과 멀티플렉스 극장 간 상생을 모색한 ‘CGV 서면 무비꼴라쥬’ 와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아르떼’ 관을 찾았다.
 

CGV서면 무비꼴라쥬
 

CGV 무비꼴라쥬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여 관객들에게 보다 폭넓은 영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영화에 대한 거리감이나 선입견을 없앰으로써 예술영화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로 개관하였다. 각종 영화제를 지원하고, KAFA 산학협력 등의 활동을 통해 우수작 및 인재를 발굴하여 등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작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상영 기회도 확대, 제작 순환구조의 근간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획전 및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족감을 선사하고 다양한 참여의 기회도 제공한다.
 

CGV는 플랫폼 사업자로 다양성영화팀에서 무비꼴라쥬관을 프로그래밍하고 운영한다. 배급사가 영화를 제안하고, 다양성영화팀에서 스크리닝 후 개봉여부를 결정, 프로그램 선정과정은 간단하다. 하지만 일반영화를 프로그래밍 하는 팀과 크게 다른 부분은, 일반영화는 개봉이 임박해서 상영여부 및 개봉관 등이 결정되는 반면, 무비꼴라쥬 영화의 경우 요청 들어오는 상영작 수가 정말 많기 때문에 최소 개봉 전 3~4개월 전부터 개봉 가능여부를 결정하고 홍보, 마케팅 을 준비한다는 거다. 우선, 개봉이 결정되고 나면 영화 배급사 및 홍보사들과 함께 영화 홍보방안이나 마케팅 활동에 대해 논 의하고 마케팅 지원을 한다. 무비꼴라쥬와 영화가 모두 Win-Win하기 위해 CGV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홍보와 마케팅 현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무비꼴라쥬에서 진행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시네마톡’과 ‘아트톡’이 있다.
 

시네마톡은, 해당 월 개봉 화제작을 평론가 및 초청인사들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면CGV는 남인영 영화평론가(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교수)가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6월 25일에는 전수일 감독의 <영도다리>가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아트톡은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선정하여 스크린 속에 담긴 예술 언어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CGV압구정, 오리에서 진행되고 있음.) CGV는 현재 무비꼴라쥬란 이름으로 9개 극장 9개관을 운영중이며, 서면은 82석이다. 점유율을 살펴보면, 2010년 무비꼴라쥬 극장 평균 22%, 무비꼴라쥬 상영관 평균 14%로 일반 상영관의 63% 수준이며, CGV서면의 경우 66% 수준이라 수익구조를 맞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무비꼴라쥬관 전체 관객 성향을 보면, 매년 관람 고객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06년 14.3만, 07년 14.9만, 08 년 18.6만, 09년 24.5만). 일반 영화보다 영화를 많이 보는 Heavy User의 관람 비율이 더 높고, 일반 영화보다 30 대 이상 관람고객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CGV서면은 20대 관객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기간 중 열린 한국예술영화관협회가 주최한 ‘다양성영화 관객 어떻게 사로잡을까?’ 세미나에서 예술영화 전용관들에 공통된 문제점으로 관객의 평균 연령층이 높아지고, 젊은 관객들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CGV서면의 이 같은 결과는 부산지역 젊은 층에 다양성 영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과 차세대 다양성영화 열혈 영화 관객(시네필)이 확대되고 있다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아르떼
 

아르떼의 탄생은 2006년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괴물>의 소위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관련이 깊다. 당시 멀티플렉스에서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다양성영화 상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롯데시네마에서도 해결책을 찾자는 내부 논의가 일어났다. 롯데시네마는 특정 흥행작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 역시 멀티플렉스 극장의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2008년 2월에 아르떼의 전신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씨네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8년 4월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아트’와 ‘롯데’의 합성어인 “아르떼”라는 롯데시네마 예술영화관 정식 명칭을 선정 하고,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영화 및 개성있는 예술영화를 선보이고자 했다. 롯데시네마 아르떼는 서울 건대입구, 일산 라페스타, 부산 센텀시티, 부평, 대구, 청주 총 6개 극장에서 운영되고 있고, 센텀시티의 경우 93석이다.
 

관객층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40대 이상의 중년층 고객도 조금씩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대부분이 백화점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그 소비층을 그대로 유입하는 결과일 수도 있다. 점유율은 평균 20% 정도이다. 아르떼관에서는 매년 가을 그 해에 이슈되었던 작품 중 몇 편을 선정하여 전국 순회 형식의 삼색영화제를 진행하였고, 올해 하반기 중 다큐멘터리 정기상영회를 진행하고자 기획 중에 있다. 프로그램은 보통 영화사(배급사, 제작사, 수입사) 측에서 개봉 전 스크리너를 보내주면 내부 시사 진행 후 상영 여부를 결정하고, 또한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 등을 통해 눈에 띄는 작품의 경우 직접 영화사에 문의하여 개봉에 대해 검토하기도 한다. 개봉이 결정되면 백화점 문화센터와 연계하여 홍보를 진행하기도 하고, 회원 대상 개봉 예정작 시사회 및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아르떼는 타 예술영화관들이 서울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전국에 퍼져있기 때문에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산 라페스타와 인천 아르떼 부평은 학생 관객이 많은 편으로 어렵고 난해한 영화 보다는 호러나 스릴러 등 장르성 짙은 영화가 잘 되는 분위기고, <워낭소리>처럼 입소문이 퍼진 영화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서울 건대입구 아르떼는 가장 실험적인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곳으로 비전형적인 스토리와 영상미를 선보 인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을 비롯, 감독 10인이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 <황금시대> 등 다양한 한국독립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 아르떼관은 고급스런 이미지를 추구하는 관객의 취향을 고려해 웰메 이드 예술영화, 혹은 유럽영화를 주로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