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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부산파랑 06+07 (통권 37호), 뉴스, 무비파일. 2011년 6월 11일

World Film Report - #1 : 두 개의 축제에 대한 이야기

글 ·
작성일2020. 12. 08

제1회 베트남국제영화제
The 1st Vietnam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제1회 베트남국제영화제가 2010년 10월 중순,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노이 수도 1천년 기념’시기에 맞춰 개최되었다. 그 기간 동안 다음 회 베트남영화제는 베트남 상업영화의 중심지인 호치민에서 개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베트남에서 하노이는 예술영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영화제 기간동안 베트남 영화산업은 명백한 분열을 보이고 있었다. 정치적이고 예산상의 이유로 5일간의 하노이영화제는 베트남 국영 영화산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었다. 한편 영화제의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해외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베트남 영화인들에 의해 베트남 영화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베트남 영화산업의 분열 양상은 영화제 기간 개최된 “베트남 영화 생산 장려를 위한 해결책” 이라는 패널 토론에서 노출됐다. 베테랑 영화감독이자 베트남 정부 산하의 베트남극영화스튜디오(Vietnam Feature Film Studio) 국장인 브엉 득(Vương Đức)은 상업 영화감독인 레 황(Lê Hoàng)이 단상에 올라 국영 영화산업의 돈 낭비에 대해 비난하려고 하자 그의 마이크를 뺏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세미나 스피커로 초청받은 레 황(Lê Hoàng)은 영화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투자를 축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민영 제작사들은 비싼 비용을 들여 촬영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반면 국영 영화스튜디오들이 보유한 값비싼 카메라 장비들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영 스튜디오들이 인위적으로 봉급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시나리오 작가들의 낮은 월급을 강조했다. 레 황(Lê Hoàng)은 ‘필름 비즈니스아시아 Film Business Asia’에게 베트남 영화 산업이 현지 관객들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기반으로 움직여야 하며,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에 대한 유혹과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또한 베트남이 재능 있는 배우들과 세계적 수준의 촬영 기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는 부족함이 많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영화 퀼리티에 대해 매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1990년도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 영화감독이었던 레 황(Lê Hoàng)은 10년 전 그의 작품 <바 걸즈 Bar Girls>(자이 냐이 Gái nhảy)를 통해 급격한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호치민시를 배경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매춘, 에이즈, 마약, 빈부 격차 등의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2003년 2월 설날 기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베트남의 모든 박스오피스 기록들을 갱신했는데 이 성공은 민영 제작사가 자신들의 영화 제목을 고수하고 정부에 시나리오 심사를 받지 않 아도 되었던 법률적 규제 완화를 통해 가능했 던 성과이다. 베트남은 매년 10~12편의 영화 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민영 제작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1999년 이후 수입 제한이 완화되면서 외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대략 90%까지 올랐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천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청년 인구비가 높은데 인구 중 절반이 25살 이하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영화 관객은 연 1천 2백만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대도시에 한정되어 평균적으로 한명의 베트남 국민이 7년마다 한 편씩 영화를 관람하는 셈이다. 중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은 인구규모에 비해 아주 낮은 수의 영화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영화국(Vietnam Cinema Department)의 부국장인 레 으옥 민(Lê Ngọc Minh) 은 베트남 영화산업 발전이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둔화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박스오피스 기록이 민간 분야의 투자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는 베트남 영화산업의 비안정성을 지적했다. 외국 영화의 수입제한 완화 조치뿐만 아니라 TV 영화의 인기 상승까지 더욱더 치열한 경쟁 상태가 조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의 TV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웃의 큰 스크린(영화계)으로부터 재능 있는 탤런트들을 훔쳐오는 등 베트남 영화계의 적이라는 평이다. 국가 소유인 TV 방송국들은 민간보다는 국영 스튜디오로부터 영화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영화 전문 채널 편성에 대한 요청도 있었었다. 비록 영화 대본 일이 드라마 대본보다 비싸긴 하지만 불안정하고 보수 지급은 더디다. 레 황(Lê Hoàng)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박스오피스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영화 산업의 시한폭탄 중 하나는 영화 스태프들 중 절반이 50세 혹은 그 이상이며 향후 10년 이내에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 인력의 공백은 모국으로 돌아와 영화산업에 헌신하고자 하는 해외 베트남인들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채워지고 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출생한 빅터 부(Victor Vu)가 제작한 하이 컨셉트 심리 스릴러물인 <불길 Inferno>(자오 로 딘 멘 Giao lộ định mệnh)은 영화제 상영 때마다 수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베트남어 표기 검수 :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 지역원

제1회 베이징국제영화제
The 1st Beijing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제1회 베이징국제영화제(4월 23-28일)가 지난 4월 23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이미지와 음악, 노래 등을 차용한 레드 카펫 세레모니로 막을 열었다. 그리고 5일 후 베이징올림픽센터에서 그 막을 내렸다. 첫 회였던 이번 영화제는 하노이영화제, 방콕영화제 등 그동안 아시아의 타 지역에서 야심차게 열린 영화제들을 괴롭혔던 똑같은 문제들에 직면했다. 영어, 중국어판 정보들은 부족했고 행사들은 취소되거나 마지막 순간에 재조정됐으며, 카탈로그는 뒤늦게 출판되었다. 그리고 인쇄된 영화제 일정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본래 영화 문화를 기념하고자 열리는 ‘영화제’에서 <블랙 스완>의 레즈비언 섹스 신을 삭제했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쉬>를 편집해서 상영했었던, 이와 유사한 문제들에 직면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영화제는 부산영화제와는 달리 진정으로 영화 문화를 기념하고자 하는 흔적들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베이징국제영화제가 영화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개최됐다고는 볼 수 없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참석한 VIP 손님들 중에 단 한 편이라도 영화를 관람한 사람은 극 소수에 불과했다. 개막작이나 개막식 파티도 없었고, 영화제를 자축하는 세레모니 이후에 VIP 손님들은 호텔 로비에 내버려졌다. 영화제의 진정한 타깃이 있었다면 그것은 향후 영화제의 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중국 정부의 관료들이었다.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몇 명의 위원장들이 참석했는지, 얼마나 많은 스크린에서 몇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지, 영화마켓에는 몇 명의 참가자가 몇 건의 계약으로 얼마의 투자금을 이끌어내는지 등 이번 베이징영화제는 말 그대로 숫자의 향연이었다.

영화제 카탈로그를 훑어본 그 누구라도 베이징영화제의 상영 영화가 엄밀히 28작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겉보기에 160작품이라는 목록에는 외국 바이어와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베이징영화제 산하의 장기 상영행사인 베이징 스크리닝스(Beijing Screenings)의 목록들이 포함된 것이었다. 하지만 베이징 스크리닝스의 참석자들의 베이징영화제 출입은 통제됐다. 대부분 매년 자비로 참석하는 베이징 스크리닝스의 해외 바이어들은 베이징영화제 기간 동안 마치 2류 시민으로 취급받았다. 이들의 영화 마켓 출입은 거부되었고 심지어 영화제 카탈로그도 받을 수 없었다. 영화 마켓에는 다양한 전시자들이 참가했지만, 이들 중 몇몇은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화제를 찾았고, 마켓에는 확실히 인파가 부족해 보였다. 약 5분 거리에 많은 바이어들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출입이 금지됐다. 중국에서 가장 큰 영화사인 화이(Huayi)와 보나(Bona) 대표는 세미나에서 연설했지만 정작 영화 마켓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들은 수도에서 열리지 않는다. 프랑스는 파리가 아니라 칸이고 이탈리아는 로마가 아니라 베니스이다. 영국은 런던이 아닌 에든버러이며 한국은 서울이 아닌 부산이다. 한국 정치인들의 시도로 6백만 달러 규모의 영화제가 서울에서 열렸었지만 그들의 정치 활동들이 그렇듯이 실패로 돌아갔다. 수도 이외의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도시민들이 환영하고 방문객들이 다른 명소들에 분산되지 않는 도시 전체의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방문객들은 3개의 호텔로 나누어 투숙했으며 참석자들 사이에는 상호 교류가 거의 없었다. 손님 명단은 존재하지 않았고 손님들을 한 곳으로 모을 만한 행사도 부족했다.

베이징영화제 기간 동안 불편했던 점들 중 하나는 이번 6월에 14회가 되는 상하이국제영화제 였다. 상하이영화제의 주요 스태프들은 더 나은 자금 지원을 받는 라이벌 영화제를 살펴보기 위해 참석했지만 무시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해외 영화제에서 참석한 많은 위원장들은 환영받았지만 상하이영화제 관계자는 연설 기회도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이징영화제의 출범은 상하이영화제에게는 최고의 행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영화제가 매년 개선되고 있고, 헌신적인 영화 애호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은 감안한다면, 탄탄한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새롭게 개최되는 베이징영화제가 오히려 상하이영화제에게는 자체 프로그래밍과 영화 마켓, 포럼, 출판물 등 행사의 퀄리티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 줄 자극제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이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을 이끈 것처럼, 아시아의 차세대 영화제는 비상하는 중국영화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홍콩, 대만, 싱가 포르 영화제들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중국 영화들의 상영을 시작했었던 것처럼, 차세대 아시아 영화제는 중국에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가 챔피언 자리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상하이의 손에 달려있다.
✽이 글은 부산영상위원회와 <필름비즈니스아시아> 간의 제휴에 따라 싣습니다.

김수아 부산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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