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튜디오들은 중국시장에 제대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보면 그런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잘하고 있다면 지금처럼 하진 않을 것이다. 여러 과정들이 있었다. 처음엔 “중국시장 별거 아냐”, “신경 안 써”, “우리가 한 수 위잖아”이런 식이었다. 그러다 중국에서 일련의 조짐들이 있었고 서둘러 직원을 파견하고 사무실을 열기 시작했다. 그 후로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거대시장으로 인식되었지만 아직도 시장에 대한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다른 시장과 다르지 않고 문제는 없다. 다른 스튜디오들도 중국에서 매년 한두 편씩 영화를 만들고 있고, 우리도 그렇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은 보안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현재 최대의 이슈가 아닌가 생각한다.
 

쿼터제는 여전히 교묘한 속임수에 가깝다. 중국으로선 철폐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미국의 스튜디오들은 곧 바뀔 거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 WTO 권고 만기일인 3월 19일이 지났는데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또 지금 미국에서 협상 중이니 나아질 거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쿼터 문제에 집착하고 있어 큰 그림을 못 보는 것 같다. 쿼터를 없앤다고 해도 여전히 검열의 문제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규정을 읽어보면 중국 정부는 모든 작품에 검열을 할 수 있는데, 표현에 문제가 있는 작품, 예를 들면 시어머니를 뒤에서 욕을 한다거나 하는 어떤 작품이든 검열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검열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차이나필름그룹(China Film Group)에서 배급의 50%를 지배하고 있으며 국내 배급권을 누구에게든 다시 나눌 수 있다. 이 말은 곧 중국정부가 당신을 싫어하면 언제든지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시장의 최대 강점은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며 최대 약점도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고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잃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미국 스튜디오들이 쿼터제에 대해서 계속 논의를 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실행방법은 아니다. 진전을 이끌어 내는 게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크고 강하든 문제되지 않는다. 중국보다 더 크고 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상산업은 제약, 자동차, 국방 산업과 비교 해봐도 절대 크지가 않다. 정말 신경 써야 할 점은 관계유지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사업이나 창작적인 면에서 발전적인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폭스사는 현지 영화제작을 잘하고 있나?
다들 잘하고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조정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조정능력이야 말로 어떤 일을 실행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모든 변화되는 상황에 항상 맞출 수는 없지만 최소한 조정해서 진척시킬 필요는 있다. 중요한점 은 중국시장이 정말 중요하며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해 진다는 사실이다. 애써 무시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은 어떻게든 상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두려운 점이라면 앞으로 중국의 방식이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철저한 전략상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전초기지처럼 사무실을 열고 직원을 파견하는 식의 중국시장 접근은 더 이상 용이하지 않다. 중국은 현재도 세계 영상산업의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잠정적으로 1위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향은 중국에서도 수익이 1억 달러 이상인 초대형 영화들이 일 년에 한두 편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4년 후에 쿼터가 올라가면 그 정도의 수익을 내는 영화는 매년 8편이 될 것이다. 수익이 1억 달러를 넘는 영화는 제작비도 그 만큼 많이 든다는 얘기다. 제작비가 3천만, 4천만, 5천만 달러에 이르게 되면 미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의 규모와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고 그것은 곧 어느 순간 미국이 차지하던 그동안의 선점적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스튜디오들이 정말 걱정해야할 점은 사소하게 생각하는 이런 시간의 문제이다. 중국에 배급하는 영화가 중국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중국시장에서의 관계유지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불법 DVD 복제 문제도 당면 현안 아닌가?
불법 DVD 복제는 중국 정부의 유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복제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난동을 부리거나 차를 불태우는 대신 중국인들은 거리로 나가서 1달러에 미국 영화를 산다. 극장에서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은 중국 국내시장 및 해외 시장에서의 중국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무엇이 전 세계에 실질적인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군사나 정치, 문화가 아니라 경제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다. 누가 누구를 비난한단 말인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과거엔 정치나 미사일 얘기가 나오면 다들 책상 밑으로 숨곤 했다. 이제 영화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영화가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할리우드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고 더 깊이 중국시장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은 그 점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미국 영화를 상영할 수만 있다면 미국 스튜디오의 돈벌이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할리우드는 더 똑똑해져야 한다. 중국은 더 똑똑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이미 충분히 똑똑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제는 중국의 역할이 아니라 미국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시장을 철저히 분석해야하며 시장진입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1962년에 중국 시장은 그냥 별 볼일 없었으며, 유고슬라비아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들 말한다. 모두들 마치 대단한 투쟁담 같은 얘길 하지만 사실 중국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중국은 완전히 다른시장이다. 중국은 진짜 알 수 없는 시장이다. 기존의 것은 다 버리고 접근해야 한다. 내가 중국에 와서 맨 처음 한 일은 기존의 개념들을 다 잊는 거였다. 나는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 나고 자랐는데 뉴욕이라는 도시가 내게 가르쳐 준 교훈은 세상엔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중국에서 그런 규칙들은 버려야 한다. 달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력이 다른 곳이다. 무엇을 자신의 주변으로 끌려고 하면 끝장이다. 오히려 여기선 비워야 한다.
 

중국에서 DMG의 실적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3가지 일을 한다. 영화를 수입하고 로컬영화를 제작하며 해외 파트너들과 공동제작을 한다. 이 3가지 일을 유기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배급 및 기획개발 분야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향후 공동제작을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관계를 구축해 놓는 좋은 방법이다. 현재 4작품을 제작 중인데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하는 <루퍼 Looper> 촬영을 막 마무리 했다. 우리에게 올해는 꽤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모든 게 생소하고 실제로 스튜디오의 부상은 아직 수면 단계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투자회사로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그 작품에서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느냐이다. 우 리는 할리우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제작 시스템을 이루고자 하며, 그것에 있어서 창의적인 과정이 중요한 열쇠이다.
 

우리는 최근에 창작의 집(House of Creativity)을 개설했는데 영화 작가들이 함께 모여서 협력하고 서로의 영감을 교환하는 곳이다. 중국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비즈니스 공간이 아니라 창작의 공간이 필요하다. 작가들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유명인들과 함께 있는 것 보다는 처음에 그들이 영화산업에 발을 들여놓을 때처럼 원래의 그들만의 창조적 공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화를 제작하려면 투자자나 배급자와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그들은 당신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작가는 작가끼리 말이 통한다. 작가들은 원래 그렇게 감정의 변화가 심한 사람들로 우리가 정말 하려는 것은 보석 같은 진짜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것이다. 핵심은 적절한 소재를 골라서 제대로 개발하고 같이 호흡을 맞춰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번 상해 영화제에 패널로 참석했는데 누가 나에게 “몇 년 뒤에 쿼터제가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물었다. 그래서 “없어지기를 바란다,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쿼터는 조작된 가공의 산물이다. 진정한 의미의 협력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협력은 작가들 간에 가능하다. 서로 소통하는 능력이고 누가 봐도 타당한 수준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누구와 일할지를 결정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게 할 것 이냐의 문제이다. 인식체계의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비전의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계획을 세워야하며 거창한 출사표 따위는 필요 없다. 작은 발걸음인 것이다.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며 주위 사람들이다. 사람들에게 말하는 태도이며 그들을 감동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당신이 만들려고 하는 영화는 말이다. 특효약 같은 건 없다. 모든 일은 이런 0.1%의 작은 차이 위에서 만들어지며 그것들이 결국엔 당신을 규정한다.
 

처음부터 중국 국내 팀을 고용하는가?
우리 사무실에는 13개국에서 온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마치 UN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중요하게 생각한다. 준비하는데 18년이나 걸렸고 기반을 잡기까지는 10년이 소요됐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런 기반자체가 없었다. 내가 영화 제작의 경험이 있음에도 DMG는 2009년까지 중국 상업 영화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중국의 영화 스크린 수가 5,000개를 돌파했을 때 진정한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정말 엉망이었다. 중요한 건 다양성이다. 어떤 견해를 갖는다는 건 우리가 개발한 소재를 중국 시장 뿐 아니라 국제 시장에서 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것으로 수입과 배급 그리고 개발/제작 간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결국엔 창의적인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바닥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수준은 가능성 있는 재목을 알아보고 재목에 날개를 달아주는 능력인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선 심오한 통찰력도 갖추어야 한다. 촬영감독으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시나리오 등 모든 종류의 작업을 안팎으로 꿰뚫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상대가 의심하지 않고 바로 투자자를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 완전히 성숙한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전혀 새로운 시장이다보니 제대로 일 할 사람들을 모으고 당신의 강점과 약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이 필요하다.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며 이끌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그게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흔히들 시나리오가 가장 취약하고 힘든 부분이라고 말하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을 존중하고 북돋우는 일인데 요즘은 잘되고 있지 않다. 시나리오 작업을 지원하는 일이야 말로 당신에게 지속적으로 적정한 선을 보장해 줄 것 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돈만 투자해서 잘 되기만 바라는 게 아니지 않는가. 중국에서 투자할 자금을 모으는 것이란 당신이 풀어야 할 최소한의 과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