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나 겨울 시즌 작품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여느 때에 비해 큰 편인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미 10월까지 작년 전체 박스오피스인 100억 위안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상 ∙ 하반기에 걸쳐 개봉했던 <관운장><전국><백사전설><무협> 등의 영화들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중국 대륙과 홍콩 유명 감독들의 신작 대부분이 이번 겨울 시즌에 집중되어 있는데다 중국 영화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 작품 대부분 이 제작비 1억 위안이 넘는 대작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년과 달리 ‘신비주의’컨셉으로 진행된 영화 마케팅 전략과 한동안 뜸했던 왕가위, 루추안 감독의 신작 개봉설까지 한 몫 하면서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천카이거, 펑샤오강, 강문 등 세 명의 감독이 시장을 주도했던 작년에 비해, 올 겨울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2강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심플 누들 스토리><산사나무 아래> 등을 통해 예행연습을 마치고 블록버스터 영화로 복귀한 장이모우 감독과 작년 <적인걸>로 중국 본토 시장에 완전히 안착한 서극 감독의 신작이 12월 16일 동시 개봉하면서 이번 겨울 시즌의 전체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금릉십삼채> VS <용문비갑>

1. 키워드(중국 역대 최고의 제작비 VS 중국 최초의 3D IMAX 무협)
12월 16일에 개봉하는 장이모우 감독의 <금릉십삼채>는 중국영화 역대 최고의 제작비인 6억 위안(약 1억 달러)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남경 대학살’ 당시 한 성당에 모여든 성직자, 성가대 여학생들과 군인들 그리고 남경 유곽의 13명의 기녀들이 일본군에 대항하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소설가 ‘옌거링(严歌苓)’의 원작소설을 <국두><홍등><집결호>의 작가 ‘리우헝(刘恒)’이 각색했다. 스펙타클 한 전쟁 장면을 비롯해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 인생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말할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2월 16일 개봉 예정인 또 한편의 대작인 서극 감독의 <용문비갑>은 아시아 최초의 3D입체로 촬영, 상영하는 3D IMAX 무협 영화다. 3억 위안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2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이 작품은 미국 IMAX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고 수준의 입체 시각 효과를 통해 스펙타클한 무협 영화의 진수를 보여줄 계획이다. 과거 무협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신용문객잔>의 후속편으로 스토리상의 연계가 이뤄지며, 절묘한 복선과 반전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릉십삼채>와 <용문비갑>은 개봉 스타트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인 개봉일정 변경도 염두에 두고 있다.
 

2. 배우(크리스찬 베일 VS 이연걸)
할리우드 스타인 크리스찬 베일이 <금릉십삼채>의 주연을 맡았다. 과거 <태양의 제국>의 주연을 맡아 중국 상하이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고통을 완벽하게 연기해낸 적 있는 크리스찬 베일은 이 작품에서 명성에 걸맞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중국 내 연기파 배우들과 이 작품을 위해 발굴된 신인 배우들이 참여했다.
 

한편,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인 이연걸은 <황비홍> 이후 14년 만에 서극 감독과 손을 잡고 환상의 호흡으로 완벽한 액션 장면을 담아 냈다. <용문비갑>의 주연인 이연걸은 액션 신마다 8초 이상의 고난이도 액션 연기를 펼쳤다고 한다. 이 밖에 조우쉰(周迅), 천쿤(陈坤), 꾸이룬메이(桂纶镁) 등 중국, 홍콩, 대만의 연기력을 갖춘 톱스타들이 함께 출연했다.
 

3. 해외 시장
중국 내에서 10억 위안(약 1800억원)의 박스오피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금릉십삼채>는 이미 직접 미국 내 배급사를 선정해, 올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북미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아카데미 외국영화 부문에 중국 대표 작품으로 선정되어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과 최우수 주연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을 통해 2억 위안(약 350억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영화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투자사 ‘BONA’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미 북미와 아시아에 걸쳐 폭 넓은 관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서극 감독의 <용문비갑>은 올 초부터 해외 주요 영화 마켓을 통해 다수의 해외 판권을 판매했다. 3D와 2D 버전을 동시에 개봉할 예정으로 중국 내에서는 6억 위안(약 1000억원) 의 박스오피스를 예상하고 있다. <금릉십삼채>와 <용문비갑>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겨울 시즌 개봉을 앞둔 다른 대작 영화들은 12월 초와 20일 이후로 개봉일을 확정한 상태이다.
 

총 스크린 수가 1만개가 넘는 중국 시장의 규모로 판단해 보았을 때, 올 겨울 시즌 중국 영화 시장은 다시 한번 ‘역대 최대’의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릉십삼채>와 <용문비갑>의 경우 개봉 시기가 같지만 2D와 3D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중국 내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작년에도 천카이거, 펑샤오강, 강 문 세 감독의 작품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겨울 영화 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었다. 또한 두 작품의 영향으로 전후에 개봉하는 영화들도 와이드 릴리즈가 이뤄지는 현 중국 상황에서 1~2주 정도의 개봉일 조정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이다.
 

한편 중국 영화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한국 영화 두 편이 개봉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헬로우 고스트>는 11월 29일 개봉하며, <7광구>는 12월 6일 3D입체로 중국전역에 와이드 릴리즈 방식으로 배급될 예정이다.
 

12월 초 개봉 예정작
 

<홍문연>
<삼국지-용의 부활>, <금의위>로 잘 알려진 이인항 감독의 <홍문연>은 11월 29일에 개봉한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반전으로 평가되는 초한지 중 유방과 항우의 고사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이 작품에는 여명, 유역비, 장한위, 황추생 등 중국과 홍콩의 스타급 배우들이 참여했다.

<개심마법>
<엽문1, 2><천녀유혼>(2011년도 리메이크작)을 연출했던 엽위신 감독의 <개심마법>은 12월 1일 개봉한다.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청춘 남녀가 마법을 둘러싸고 벌이는 판타지 영화이다. 고천악, 우쥔 등 중화권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다. 화이 브라더스가 2011년 겨울에 개봉하는 유일한 영화이다.

<친밀적인>
젊은 여성들의 사회적 욕망을 밝은 터치로 그려낸 영화 <두라라 승진기>로 박스오피스 1억 위안을 벌어들이며 ‘1억 위안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여성 감독 쉬징레이(徐静蕾)의 신작이다.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이 총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기업간 M&A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이다. 쉬징레이와 양용기가 출연하는 이 작품은 총 4,000만 위안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12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대마술사>
<신숙사건><문도> 등으로 잘 알려진 홍콩의 얼동셩 감독의 신작 <대마술사>는 1월로 개봉이 연기될 전망이다. 당초 12월 22일 개봉 예정되었으나 영화의 투자, 배급사인 BONA에서 <용문비갑>과의 배급 일정 때문에 조정하기로 결정하 였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중화 민국 시기, 런던에서 열린 만국 마술 대회에서 대 마술사의 칭호를 얻은 주인공이 중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약혼녀를 찾기 위해 군벌과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조위와 조우쉰(周迅)이 주연을 맡았다. 제작 과정 중 시나리오에 수정이 많아 겨울 시즌 개봉 영화 중 가장 베일에 싸여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속천사>
<뮬란> 등을 연출한 홍콩의 마추청 감독의 신작이다. 8,000만 위안의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여성 카레이서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영화다. 탕웨이와 유약영이 주연을 맡았고, 한국 배우 한재석이 출연한다. 12월 28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