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회째를 맞는 <2011년 아시안영상정책포럼>(이하, 포럼)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처음 포럼에 참가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세안이라는 국가단위의 연합체가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국제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 아세안으로부터 <한∙아세안협력사업>에 선정되어 <한∙아세안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본 포럼의 개최 목적이 동남아시아 전 국가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산,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영상위원회(FC)가 설립된 지 10여년이 흐른 지금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의 활동과 과거 10년간을 돌아보는 동시에 향후 10년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올해 포럼은 작년 포럼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가 전략적으로 협력해 나가려고 하는 구체적인 의지가 많이 엿보여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이 해운대 센텀시티에 들어서면서 포럼의 개최장소도 해운대 벡스코로 이동하였고, 및 <아시아필름마켓>(AFM)과 공동으로 개최되면서 여러 변화가 있었다. 올해 포럼의 전체 프로그램을 돌아보며 그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보았다.
 

10월10일
포럼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 세션이 개설되었다. 인기 소설가인 동시에 원작소설 3편이 영화 로 제작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공지영 작가가 “나의 소설, 나의 영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고, 영화 팬이면서 뇌를 연 구하는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가 “영화와 뇌과학: ‘뇌’로 보는 영화”를 테마로 강연을 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시도는 재밌는 기획인 동시에 내년 이후에도 일반 관객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0월11일
공식 개막식에서는 부산광역시 정무특보의 개막선언 이후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의 행사 소개와 아세안 사무국의 래리 마라미스 사회문화커뮤니티국장의 개막축사가 이어졌다. 이후 아시아 11개국의 영상정책책임자가 각국의 현황과 과제 그 리고 포럼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기조연설이 진행되었다. 작년 호텔에서 개최되던 것과 비교해 올해 행사장이 넓어지면서 각종 세레모니와 세션 등에서 여유가 생겨났다. 필름커미션 세션1에서는 아시아 영상위원회의 10년을 돌아보고 향후 역할 및 방향성에 대해 홍콩, 일본, 한국, 미국의 패널이 논의를 벌였다. 객석에서도 여러 현황 발표와 함께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고, 단순한 로케이션 유치에 머무르지 말고 영화가 가진 힘을 어떤식으로 지역 경제와 연결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으로 향후 10년간의 영상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공유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버추얼 스튜디오, 로케이션을 캡처하다’를 주제로 개최된 인터 스트리 세션에서는 가상의 세트로 새로운 로케이션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최적화된 로케이션을 찾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최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로케이션의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인 발전에 따른 제작환경의 변화를 간파하여, 미래의 영상산업에 있어 ‘로케이션’의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었다는 것은 향후 각국 영상위원회의 역할을 바꾸어 가게 될 것이다.
 

10월12일
전날 개최된 아세안 세션1 ‘아세안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아세안 사무국 관계자와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영상정책책임자가 아세안 기구와 아세안 지역간 협력의 필요성과 교류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아세안 세션2에서는 ‘Frame in ASEAN Cinema Power’라는 테마로 프리젠테이션이 개최되었고 아세안의 래리 마라미스 국장 및 베트 남,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의 담당자가 등단하였다. 아세안 협력체의 소개와 활동사항 발표에 이어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PT에서 두 나라의 영화산업에 대한 정책과 발전 가능성을 느꼈고, 라오스와 미얀마의 숨겨진 로케이션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재팬필름커미션(JFC)의 공동기획으로 개최된 필름커미션 세션2 ‘After Shock-영화, 지구를 위로하다’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에 FC와 영화가 재난의 극복과 치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지역정부와 FC에 요구되는 역할과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주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재해 지역과 영화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인가? 이것은 간단히 답을 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피해지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이유와 목적, 지역 주민들의 반응, 영화 <당산대지진>을 제작한 중국의 사례를 듣고 있으니 영화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 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던 일본은 영화가 줄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폐막식에서는 포럼 전 일정에 관한 경과보고와 각국 대표단의 공동선언문 발표가 있었다. 공동선언문을 기본으로 향후 여러 각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면서 얼마나 구체적인 협력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이다. 필름커미션의 모임에서 발전하여 각국의 영상정책책임자가 모였고, 나아가 아세안이라는 국가단위 의 합의를 얻고 있는 포럼은 다음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단순히 ‘협력하자!’ 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국제공동제작의 실현 및 흥행과 작품성을 갖춘 영화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실적이 포럼의 성과가 될 것이다.
 

10월13일
마지막 날에 17개국 46개의 회원을 가진 AFCNet의 총회가 개최되었다. 각 회원국이 자국의 2011년 영화산업동향을 소개하였고, 5개의 의안에 대한 심의, 의결과 함께 향후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오석근 회장은 AFCNet이라는 조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한 나라의 이익만이 아닌 아시아 영화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의 영화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것이 각국의 영화산업, FC, 지역산업의 이익이 되고, 결과적으로 각국의 성장과 연결된다. 향후 AFCNet은 각국의 인재육성, 제작교류, 정치적인 문제를 조정하면서 한층 협력의 강화가 요구된다.

올해 개관한 영화의전당의 크기에도 압도당했지만 한국과 한국영화계, 그리고 부산시, 부산영상위원회가 아시아 영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려는 강력한 의지 에 더 큰 압도를 느꼈다. 올해 포럼에 다녀간 총 인원은 1,038명으로 BIFCOM과 아시아필름마켓에 참가한 회사는 28개국 117개 업체(부스 109개/배지 등록 1,080)였다. 방문객 체크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방문자를 제한해 버렸다는 문제점도 지적 받았다. 15년간 영화제를 이끌어 왔던 김동호 집행위원장 퇴임 이후 이용관 단독 체제로 출발한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의 운영이나 부산시, 부산영상위원회 등은 매년 최선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의 성과와 과제들은 내년 행사에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