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상위원회가 지난 4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명필름문화 재단과 함께 개최한‘ 2013부산영상기술교육’ 1차 프로그램‘ 9인의 한국영화 장인들’ 수강생 2인의 후기입니다. 9개의 강좌 중 참여 도가 특히 높았던‘ 촬영’과‘ 편집’ 그리고‘ 미술’ 강의 후기를 통해 그 뜨거웠던 강의의 열기를 느껴보세요!
 

영화 장인들의 기술은 곧 그들의 열정이다.
부산영상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9인의 한국영화 장인들’ 강의가 개설된다는 소 식을 접했다. 현재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워크숍에서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나 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이틀 만에 전 강좌가 접수 마감되었다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가장 필요한 부문이 었던 촬영과 편집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촬영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벤트의 기록이 아니라 문학적 텍 스트를 해석하고 새로운 작품으로서의 영화를 완결시키는 창의적인 과정이다. 즉, ‘ 빛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라고 비토리오 스토라로(Vittorio Storaro)의 말을 인 용해서 촬영감독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한 쇼트를 잘 찍는 게 아니 라, 연속된 흐름 속에서 보여주고 싶은 걸 이루어내는 사람이 촬영감독이다. <파 주>를 찍을 때, 하루는 정말 멋진 파란 하늘이 화면에 담겼지만, 다음 날엔 날 씨가 흐려졌다. 결국, 후반 작업에서 파란 하늘을 모두 흐린 하늘로 바꾸었다.” 라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 로 넘어가면서 느낀 변화에 대해서는“추측에 의존해서 노출을 결정하고 현상 소에서 작업하던 순간의 ‘마법’이 사라졌다. 디지털 시대에 촬영감독에게 필요 한 것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쇼트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카메라를 통해 이 야기를 진전시키는 능력이다.”라고 했고, “모든 영화의 ‘룩(Look)’은 오리지날리 티를 가져야 한다. 참신한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촬영감독은 이전에 본 적이 없 는 ‘룩’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룩으로 감동한 다.”라며 독창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야 함을 역설했다. 김상범 편집기사는 “편집은 관객 스스로 상상하고 호기심을 일으키도록 많은 부 분을 덜어내는 작업이다.”, “영화는 축구 경기와 같다. 그냥 골을 넣는 것보다 적 절한 수비로 게임을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이 편집이다.”라고 평소 작업하 면서 느낀 바를 그대로 말했다. 또한 “편집은 공식도, 문법도 없다. 나는 이미 시 도했던 것을 피하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케이크를 먹 는 장면이 있었는데, 케이크의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케이크를 떠서 입에 넣는 게 아니라 이미 입에 넣었던 숟가락이 나오는 것으로 쇼트를 시작했다.” 라며 편집에서도 역시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함을 강조했다. 질의응 답 시간에 나온, 장르에 따른 편집의 원칙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편집할 때는 장 르에 매몰되면 안 되며 감독의 철학에 맞추어야 한다.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어릴 때 좁은 방에 갇혀 지낸 감독의 경험이 담긴 작품이다. 그러한 고유의 정서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며 평소 편집할 때 시나리오를 50회 이상 읽으면 서 감독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렇게 영화 장인들의 말씀을 직접 듣고 보니 그들이 가진 기술이란 단순한 테크 닉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노력, 즉 영화에 대한 열정 그 자체임을 알 수 있었다. 강의를 들은지 며칠이 지났지만 김우형 촬영감독의 말씀 이 계속 떠오른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은 영화를 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 리는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다.”
-글 김도연 cherry0407@hanmail.net-
 

캐릭터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 미술감독이 선사하는 공간의 마법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해지기 마련이 다. 영화도 내게 그랬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저 보는 것을 넘어 영화가 만 들어지는 순간부터 완성되어 스크린으로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모 든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잡지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고, 늘 영화의 안과 밖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러던 차, 9인의 한국영화 장인 들이라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각 분 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는 영화 전문가를 1명도 아닌 9명을 만날 수 있 다는 것은 (그것도 부산에서!) 분명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 행운을 누리 기엔 경쟁이 너무나 치열했다. 다행히 그 치열함을 뚫고 하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바로 제일 듣고 싶었던 류성희 미술감독의 강의였다. <올드보이><달콤한 인생><박쥐> 등을 보며 각 감독이 선사하는 영화적 세 계를 마음껏 누렸지만, 그만큼 궁금했던 것은 영화 속 미술이기도 했다. 개성이 뚜렷한 감독들의 색깔만큼 영화 속 이미지들도 마음에 뚜렷이 남 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감독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그 녀 역시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미술감독이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빚은 영 화 속 대담하고 선명한 작품들은 역시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 를 만드는 작업은 결국은 감독과 스태프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시작된 그녀의 강의는 자신의 작품들, 자신의 이야기들을 수강 생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달콤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배경인 스카이라운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제일 신경 썼던 것은 빛과 조명이었다는 이야기, <올드보이>에서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위 1%의 집 내부 인테리어를 위해 일반적 인 집에는 없는 수조를 만든 이야기, <고지전>은 하나의 지옥과 같은 산 을 표현하기 위해 산 자체를 디자인했다는 이야기 등 그녀가 아니면 들 려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이어졌다. 결국 미술감독은 ‘캐릭터 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정의 속에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는 물론, 현재 한국에서의 미술감독의 위치, 앞으로의 비전 등 그녀가 가 지고 있는 미술감독으로서의 고민과 열정도 진지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그녀는 영화의 매력이 누구를 만날지 모르고, 누구에게 감동을 줄지 모 르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어느 영화에서 그녀가 선사하는 매력적인 작품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제 어떤 영화에서 만나게 될 지 또 어떤 감동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바로 오늘도 우리가 영 화와 마주하는 이유가 아닐까. 매력적인 영화의 세계에 더 빠질 수 있었 던 9인의 한국영화 영화장인들. 이 시간에 감사하며 오늘도 영화의 매 력에 빠져보려 한다.
– 글 남서아 kikimus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