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부산영상기술교육 ‘스마트폰 영화제작 실습 워크숍’은 6월 12일부터 8월 29일까지 약 3개월간 영화 시나리오 구성 – 촬영 – 편집 후 상영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강사는 책임강사로 김조광수 감독, 주 강사로 최영준 강사, 그리고 특강으로 소준문 감독이 함께 했다. 수강인원의 약 80%가 촬영과 편집까지 마쳤으며, 수강생 모두가 서로를 도와가며 촬영에 참여했다.
다음은, 공개상영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수강생 중 한 명인 ‘심미영’씨가 남긴 글이다 .
 

<그 여름을 기억하는 방법> / 심미영
기록을 한다는 것은 때때로 숭고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어릴 적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기록행위라고 보고 싶다. 자신의 고민과 꿈을 이 야기로 기록하는 일종의 기록이 아닐까. 글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자신을 기록한다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다. 그 장벽을 깨준 기회가 바로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주최한 ‘스마트폰 영화제작 실습 워크숍’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 펜을 들 듯, 스마트폰을 들고 이야기를 찍으면 된다. 예술은 삶을 기록하며 발전한다. 누구나 누릴 수 없는 독점적 예술형식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것에 쉽게 다가가게 함으로써 각자의 삶을 기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누구나 영화를 만듦으로써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 6월 한 달간 영화제작에 관한 이론 수업을 하면서 시나리오 쓰기부터 콘티 작성, 촬영장비 실습을 통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좋은 배우를 구하고 스태프를 찾는 캐스팅 작업은 힘든 일이었다. 7월에는 실제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를 찍는 첫날 비가 엄청나게 왔고, 미리 생각했던 야외촬영지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내촬영을 먼저 찍고, 스태프와 논의하며 다 같이 대체할만한 장소를 찾았다. 다행 히 오후가 되어 비가 그쳤고, 오히려 비 덕분에 더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어 행운이었다. 영화촬영을 통해 스태프와 배우 모두의 노고가 있어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예상치 못한 일에도 대응하는 법을 익혔다. 8월에 편집 작업을 하는 동안 오디오믹싱을 해주시는 분과 스마트폰으 로 영화를 찍는 강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분께서 조명을 따로 쓰지 않아도 스마트폰 자체에서 받아들이는 빛의 강도를 통해 영화 색감이 좋다고 말해주셨다. 촬영하면서 오디오나 조명 스태프를 따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내부 시사회를 하면서 본인 스스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김조광수 감독과 최영준 강사, 같이 듣는 수강생들 모두 지적해주어서 나은 편집을 할 수 있었다. 모든 편집이 끝나고 공개 시사회에서 영화를 같이 만든 사람들과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면서, 지난 세 달 동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번 여름을 영화와 함께 보냈다. 다시 오지 않을 여름일 것이고, 또다시 올 여름인 것도 같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보니, 다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처럼 살라는 한 사람의 말이 떠올랐고, 그것은 어떤 삶인가를 고민했었다. ‘스마트폰 영화제작 실습 워크숍’을 통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화를 만들면서, 삶의 일부가 성장하는 것.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준 부산영상위원회에 감사드린다.

작품 소개
 

장준호, <이어폰>
반복되는 내 삶에도 “우연”이 찾아올까? 반복되는 하루 수십 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우린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 까? 또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어폰을 끼고 노랠 듣는 사람,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 자는 사람, 무심한 듯 신문을 보는 사람… 내(효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보통 잘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졌다. 우연히 그녀(아린)를 만나기 전까진…

한상원, <멸종가족>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을 한 가족에 빗대어 표현했다. 수달을 사람처럼 보여주고, 마지막에 평범한 가족의 모습 뒤 반전을 통해 수달이 처한 슬픈 현실을 담았다. 말미의 목소리는 밀렵꾼들이 그동안 수달가족을 잡아갔음을 의미한다.

송지훈, <우렁각시>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는다. 옷장 정리부터 반찬, 밥, 빨래까지 하면서 어머니의 개인 생활까지, 몸이 하나라도 모자랄 것이지만 소리 없이 모든 일을 해내신다. <우렁각시>라는 영화 제목도 묵묵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서 따온 것이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정원민, <지갑>
세 사람의 욕망과 허무함을 다루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가씨, 부랑자, 조폭은 지갑을 두고 승강이를 벌인다. 결국, 조폭이 지갑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지갑 안에는 그들이 원하던 돈은 없다. 세 사람은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된다. 지갑은 다시 버려진다. 또 다른 욕망을 품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손효정, <구멍난모자>
<구멍난모자>는 모녀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딸의 이야기를 그려보았다. 가깝고도 먼 사이… 그리고 이전의 상처를 회복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승연, <언제나 지금>
처음으로 시나리오, 촬영, 편집까지 완성해본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를 통해 소통하고 싶은 메시지는 현재를 즐기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며, 이것을 사랑 이야기에 녹여 보았다.
 

심미영, <왈츠삼중주>
한 친구가 죽었고, 두 친구가 남았다. 남은 두 친구는 죽은 한 친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우리는 상실을 마주했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거대한 상실 앞에서 기억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죽은 자를 기억함으로써 산 사람의 애도는 어떻게이루어지는지, 부재의 자리를 함께 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관계를 이어가는지를 다뤘다.
 

이가영, <할렐루야>
보미와 신우는 서로 무척 사랑하는 커플이다. 보미는 남자친구와의 잠자리를 꿈꾸지만, 독실한 신앙심으로 무장한 신우는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며 스킨십에 소극적이기만 하다. 그런 남자친구가 늘 불만이던 보미에게 어느 날 우연히 신우와 한 침대에 눕게 되는 상황이 찾아오게 되는데…

여름을 불태우며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스마트폰이 영화가 되었듯, 삶에서 기쁨과 영화 같은 기적을 만들어가는 열정을 공유하고 같이 호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락 한 번에 촬영장으로 달려온 스태프, 배우, 훌륭한 강사진들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 보람찬 여름이었다. ‘스마트폰 영화제작 실습 워크숍’을 통해 일상 속에 너무나 익숙하게 자리 잡은 스마트폰을 새로이 보는 계기가 된 것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영화 같은 일들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