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와 수영구가 주최하고 부산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부산지역 영화·영상 전문인력양성 및 일자리 매칭 프로젝트’의 일환인 ‘마스터클래스’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 열렸다. 마스터클래스는 한국영화계 거장 영화인들의 철학과 기술,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부산지역 영화인 및 예비 영화인들에게 전문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 대다수 작품이 이들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필모그래피로 음향, 미술 CG 작업을 맡아 온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그들이 참여한 영화를 감상하고, 제작 과정을 공유하고, 수강생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클래스에서는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이 있었다. 영화에 들어가는 각각의 효과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스토리에 몰입하게끔 하는 역할을 할 것, 그리고 여러 스태프들과의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이었다. 영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음향, 미술, CG와 함께 그들의 생생한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장면에 더욱 몰입하게 해주는 ‘사운드’. 영화 음향감독은 그러한 영화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창조하고 총괄적인 책임을 맡는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을 작업하며 봉준호 감독과 깊은 인연이 있는 최태영 음향감독은 처음 <옥자>(2017)의 사운드 작업 제안을 받았을 때, ‘또 이상한 작품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한다. 하마인 듯, 돼지인 듯한 동물 스케치를 보여주며 봉준호 감독은 ‘옥자는 굉장히 여성적이고 내성적이며, 몸집에 비해 수줍음이 많기 때문에 옥자의 목소리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드러나야 한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는 옥자의 캐릭터가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되어야 하는 것, 즉 연출자의 추상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의도가 사운드를 통해 관객들에게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이 최태영 음향감독의 역할이었다.
 

영화 사운드는 다이얼로그, 앰비언스, 폴리, 사운드 디자인 등 각각의 소스를 믹싱 작업하여 만들어진다. 다이얼로그(Dialog, 대사)는 촬영 현장에서 동시 녹음한 것과 함께 이후에는 더욱 정확한 대사 전달을 위한 후시녹음도 진행하게 된다. <옥자>의 틸다 스윈튼 같은 외국배우들은 한국과 외국 현지 스튜디오의 일정을 맞춰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후시녹음 작업을 했다고 한다. 각 스튜디오에서 인터넷에 동시 접속한 후, 레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한쪽에서 녹음을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도 함께 그 파일이 녹음되는 방식인 것이다. 감독이 연출하거나 배우와 소통할 때는 ‘스카이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한, 깊은 산골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옥자>의 앰비언스(Ambience, 배경음·환경음) 작업을 위해 최태영 감독은 직접 강원도, 지리산 일대를 다니며 사운드 소스를 채집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장면에 대한 소리를 들었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한국영화를 만든다 할 경우 우리나라 관객들의 기억, 그리고 귀에 가장 익숙한 한국적인 사운드를 넣어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폴리(Foley)는 사물이나 신체를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효과음으로, 도구를 활용해 가죽을 씌운 다음 옥자의 발소리를 제작하거나 미자가 언덕길을 뛰어 내려가는 장면을 위해 실제 내리막길에 마이크를 세팅하고 시멘트 바닥에 운동화가 빠르게 닿는 소리를 직접 따는 등 다양한 폴리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최태영 감독이 <옥자>에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은 당연하게도 옥자의 목소리.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소리를 상상력에 의존해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큰 숙제로 다가왔다고 한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설명처럼 옥자는 이모셔널한 소리를 내야 했기 때문에 동물과 인간의 소리를 섞는 작업이 필요했다. 우선 돼지 소리의 경우 <설국열차> 때 협업한 적 있던 뉴질랜드의 엔지니어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4개월에 걸쳐 쿠니쿠니라는 뉴질랜드 돼지의 소리를 채집하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으며, 동시에 한국에서는 배우 이정은이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한다. 그렇게 모여진 두 가지 소스를 ‘모핑’이라는 기술을 통해 반반 섞어 인간처럼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는 옥자의 목소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모여진 각각의 소스들로 사운드 믹싱(Sound Mixing)에 들어가게 된다. 최태영 음향감독이 우선적으로 해놓은 프리 믹싱을 바탕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사운드 팩트, 음악, 대사의 완급 조절 등에 대해 서로의 주관적 차이를 수정해 나가는 파이널 믹싱이 진행되는데, 이 때 감독만의 색깔과 정서가 개입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6개월간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영화 <옥자>의 사운드를 완성했다 한다.

Q. 음향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운드 작업 방식이 바뀌어 갈 텐데 그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진 않는지?
A. 사실 기술이 발전하는 부분은 그리 고민 되지 않는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 파수 대역은 한정되어 있고, 장비가 좋아 진다 해도 듣는 데 있어서 크게 달라질 것 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가 발전함으 로 인해 사운드가 변한다는 것에 주목해 야 한다. 시대는 변화하고 듣는 이들, 즉 관객들도 세대가 바뀌어 간다. 때문에 문 화, 트렌트를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 력을 해야만 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영화의 이야기를 돕기 위해 미술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만 한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영화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 즉 이야기”라고 했다. 이야기 없이 단순히 이미지만 좋은 장면 하나를 스틸컷처럼 놓고 봤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는 있지만, 전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서는 특정 이미지가 좋게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영화에는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길 수도 있기에 내용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벽지, 좋은 가구라 하더라도 그것이 장면에서 눈에 도드라진다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술은 영화의 메시지나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서만 그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우선 영화미술은 텍스트를 가지고 시각화시키는 작업이므로, 시나리오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텍스트의 분석을 굉장히 잘 해야만 한다. 미술팀은 처음 시나리오를 전달받고 읽으면서 ‘왜 그것이 그 집에 있을까?’와 같이 생각하며 사물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나간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시각적인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방 하나가 있다고 예를 들었을 때, 거기에도 기본적으로 있는 구성요소들이 있다. 책상, TV, 붙박이장과 같은 것들에 따라 공간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거기에는 어떤 사람의 습관이나 취향이 담길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팀은 시나리오에 있는 텍스트 이외의 스토리도 연구해야만 한다. 그 결과로 반영된 미술 요소들로 인해 장면이 확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런 고민을 통해 작업이 이루어진 영화는 관객들이 감상한 후에 ‘미술이 좋다’ 혹은 ‘나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영화 자체에 미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의도는 하되, 그 의도가 영화를 보는 동안 드러나서는 안 되기에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많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미지는 모방’이므로 영화, 드라마, 예능 등 굉장히 다양한 이미지를 보면서 미술뿐만 아니라 촬영, 분위기 등을 익혀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것이 영화미술이지만, 그 반대로 이미지를 텍스트화 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공부 방법이라며 추천했다.
 

어쩌면 미술감독은 한 이미지를 위해 연출자보다 더 많은 자료를 찾고, 고심 끝에 한 장면을 구성한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역사, 시대가 표현되어야 하는 영화는 그 당시를 직접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고증과 공부를 필요로 한다. 그가 작업한 시대영화인 <밀정>(2016)의 경우 일제강점기가 배경으로, 암울한 그 시대의 공기나 느낌들을 더 지배적으로 많이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어둡게, 블랙에 가깝게 깔아주며 차가운 냉전 시대가 느껴지게 작업을 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참여한 <덕혜옹주>(2016)는 <밀정>과 시대적 배경 또한 거의 차이 나지 않았는데, 철저하게 특정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였기에 덕혜옹주의 외로움, 슬픔 등을 담아 녹색과 같은 특정한 색을 많이 사용했다 한다. 이러한 작업 모두 영화의 내러티브에 녹아들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모든 과정에서 감독과의 대화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연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서는 준비단계에서부터 확실하고 완벽하게 이미지를 구성한 것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만 중간에 작업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뿐더러 원하는 콘셉트를 피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Q. 영화미술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기에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든 편이다. 영화미술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나?
 

A.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학원을 가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 진 포트폴리오는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 다. 자신이 배워 온 것, 즐겁게 해왔던 작 업들, 그것을 포장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느낌을 살려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어떠 한 틀에 맞추지 않고 차별성 있게. 그리고 많은 이들이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조금 더 투자하기를 바란다.
 

다른 스태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 작업이 바로 CG
 

시각효과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군함도>(2017)는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은 작품이었다는 손승현 부문장은 CG(Computer Graphic, 컴퓨터 그래픽)와 함께 촬영 현장에서 여러 스태프와 어떻게 협업해나가며 작업했는지를 들려주고자 했다.
 

우선 <군함도>에서 제일 중요한 VFX(Visual Effects, 시각 특수효과를 뜻하며 CG를 포함하는 개념)는 ‘군함도’를 재현하는 것이었다. 실제 군함도는 축구 경기장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이면서 사방은 전부 물인, 바다에 떠 있는 섬이기 때문에 세트를 지어 많은 것을 재현하기엔 힘든 부분이었다 한다. 그래서 준비 초반에 영화상의 동선 등을 파악하며 많이 등장하는 곳은 실제로 세트를 짓되, 얼마 나오지 않는 곳은 최대한 CG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제작비 또한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다. 또한 촬영 전부터 3D로 러프하게나마 군함도를 모델링하기 시작했고, 공간들의 배치 등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VFX 작업을 할 수 있을지 계획해나갔다.
이런 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류승완 감독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다. 회사 내부 콘셉트팀의 경우 영화의 주요한 장면을 그려 성격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팀으로, ‘처음 군함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안개가 살짝 걷히면 어렴풋이 군함도 전경이 보이게끔 하고 싶다.’와 같이 구체적인 이미지와 설명을 준비해 감독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영화 전반의 콘셉트를 잡아나갔다. 또한 영화상에서 중요한 장면은 촬영 전에 그려놓은 이미지를 컴퓨터상으로 구현해보는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사전 시각화)도 진행했는데, 이는 어떤 장면의 연출, 제작 등에 대한 테크니션을 만들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서로 간에 아이디어를 내면서 군함도가 머리에 확실히 그려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촬영팀과 어떻게 찍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협의해나갔다. 기본적으로 촬영에서 담아줘야 할 앵글이 있고, 찍기 어려운 앵글의 경우 최대한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각도를 수정 보완해가며 이후에는 CG로 장면을 더욱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폭격, 폭파 장면이 많은 영화이기에 특수효과팀과의 소통도 중요했다고 한다. 폭파 장면의 경우 배우들의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CG로 전부 작업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폭파가 되는 타이밍에 불의 기운과 같은 부분이 인물에 묻어나야만 하는데, CG로 불은 넣을 수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일일이 인물들의 변화까지 넣기는 어렵다. 때문에 특수효과팀이 기본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띄워줄 수 있는 요소에 폭탄을 설치해주면, 촬영 후 CG 작업을 통해 그 장면을 더 위험하면서도 규모가 느껴지게 표현해나가는 것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CG가 기본적으로 다른 스태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여 말했다. 서로 어떻게 찍을 것인지 약속을 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 결국 함께 하는 스태프들이 찍고자하는 컷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 의견을 내며 각자의 역할대로 잘 준비하면 좋은 장면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CG가 영화에서 기술력을 돋보이려고 하기보다, 시각효과를 넣음으로써 영화가 추구하는 장면의 재미를 표현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며 마스터클래스를 마무리했다.

Q. <군함도>에서 많이 나오는 물, 불, 폭파와 같은 것을 CG로 만들 때, 실제에 가깝게 보이게 하기 위해 어떻게 작업하는가?
A. 실제 자연에 있는 레퍼런스 영상을 굉장 히 많이 본다. 유튜브를 본다든지 다른 영 화들도 참고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자료 가 감독이 연출하고 싶은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결국 기본적으로 CG도 카 피이다. 자연의 현상을 상황에 맞게 카피 해서 변형시키는 작업이 주 목적인 것이다. <군함도>의 경우 실제 군함도를 방문해 사 진도 찍고, 그 당시 조선인 징용자들처럼 그 코스를 따라가 보기도 했다. CG를 한다 고 해서 내부에서 컴퓨터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맞는 자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체험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